손기정 선수 자서전 '나의 조국 나의 마라톤'(휴머니스트 출판)이 재출간됐다. 출처: 손기정기념관 인스타그램
한국을 대표하는 마라토너 故손기정 선수의 자서전이 나왔다.
지난 9일, 손기정 선수의 탄생 110주년을 맞아 그의 영광과 회환을 풀어낸 자서전 '나의 조국 나의 마라톤'(휴머니스트 출판)이 재출간됐다. 1983년 초판 출간 이후의 이야기가 더해졌다.
1936년 베를린 올림픽서 금메달을 목에 건 손기정 마라토너. 출처: KBS 스포츠 유튜브
화분을 들어 가슴의 일장기를 가린 손기정 마라토너. 출처: 손기정기념관 인스타그램
조선인 최초 올림픽 마라톤 금메달리스트. 그러나 손기정 선수는 자신의 이름이 아닌 '손기테이'(일본식 발음)로, 조국 '조선'이 아닌 '일본'의 선수로, 가슴에 일장기를 단 채 트랙을 달려야 했다. 1936년 8월 9일 독일 베를린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2시간 29분 19초의 신기록을 달성하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지만 그는 환하게 웃을 수 없었다. 기미가요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일장기가 높이 올라가고 있었다.
손기정 선수는 자서전에 "나는 코리아의 손기정이다. 나는 일본 사람이 아니다. 왜 나의 우승에 일장기가 올라가야 하는가. 왜 기미가요(일본 국가)가 베를린 하늘에 울려 퍼져야만 하는가. 나라 빼앗긴 족속의 낙인을 지워버리지 못한 내 꼴이 저주스럽다"라고 당시 심경을 풀어썼다.
당시 식민지 청년으로 느낀 비애를 떨칠 수 없던 손기정 선수는 외국에서 사인할 때는 조선지도를 그려주며 '손긔정'이라 썼고, 해외 인터뷰에서는 국적을 'JAPAN'이 아닌 'KOREA'라고 했다. 동아일보를 포함해 다수의 언론은 손기정의 금메달 소식을 전하며, 손기정의 옷에 달린 일장기를 지운 사진을 사용해 항거의 분위기를 반영했다.
손기정 선수의 동상. 출처: 뉴스1
손기정 선수의 외손자 이준승 씨는 "할아버지 삶에 가장 필요했던 게 무엇이었을지 생각했다. 그건 평화였다. 일제강점기가 아니었다면 슬픈 우승자가 아니라 다른 올림픽 우승자와 같이 기쁜 모습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을 것이다"라고 증보판에서 회고했다.
손기정 선수의 묵은 회한은 1984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 폐회식에서 “손기정, 코리아”라고 호명되는 순간 풀렸다고. 그는 자서전 '나의 조국 나의 마라톤'에서 “나는 이날이 오기를 고대하고 있었다. 나의 국적은 한국이고 이름은 손기정이라고 드디어 알리게 된 것이다. 이로써 나의 길고 긴 싸움은 끝났다”라고 썼다.
한편 손기정 선수를 포함, 보스턴 국제 마라톤 대회에 출전한 선수들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1947 보스톤>이 제작 중이다. 강제규 감독이 연출을 맡았고 임시완, 하정우, 배성우가 출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