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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에 의한, 김건희를 위한 나라' 윤석열 취임 3달 만에 쏟아지는 '국정 사유화' 의혹들은 뒷목이 절로 잡힌다

권력으로 개인 치부를 덮는다면 민주공화국 가치 훼손일 뿐.

안녕하십니까. 한겨레 <논썰>의 박용현 논설위원입니다. 

나라를 시끄럽게 하는 여러 의혹들과 시비거리들 중심에 김건희 여사의 모습이 빠지지 않고 어른거립니다. 이미 대선 기간에 주가조작, 허위 경력, 논문 표절 등 의혹으로 ‘김건희 리스크’가 떠올랐고, 이에 스스로 ‘조용한 내조’를 하겠다고 약속했었습니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 집권 이후 ‘봉하마을 지인 대동 방문’이나 ‘팬클럽을 통한 공적 사진 유출’ 등 공사 구분을 못하는 행동으로 다시 구설을 낳더니 나토 순방에까지 지인을 대동하는 등 분별없는 행보를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급기야 이권 개입 스캔들로 번질 만한 일들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논썰] ‘김건희의 나라’인가, 국정 사유화 5대 의혹 총정리. 한겨레TV

윤 대통령 부부가 입주할 서울 한남동 관저의 인테리어 공사를 김건희 여사가 운영하는 코바나컨텐츠의 전시회에 참여했던 업체가 수주한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12억2400만원짜리 공사를 수의계약으로 따냈습니다. 기술자 수가 4명인 소규모 업체입니다. 대통령실은 이 업체가 코바나컨텐츠 후원사였다는 보도에 대해 “당시 전시회를 할 때 인테리어 공사를 담당했던 업체로서 그에 대한 대금을 받았다. 후원업체로 이름이 오른 것은 감사의 뜻에서 이름을 올린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어떤 감사의 뜻에서 후원사로 이름을 올렸는지는 모르겠으나, 문제의 핵심은 김건희 여사와 사업상 인연이 있는 회사가 관저 공사를 따냈다는 점입니다. 대통령실 해명은 그런 인연이 있었다는 사실을 오히려 확인해준 셈입니다.

관저 공사는 개인 집 수리하는 게 아닙니다. 국민 세금인 나랏돈을 들여 대통령이 거주하는 공공 건축물을 쌓는 사업입니다. 업체 선정은 투명해야 할 뿐만 아니라 사적 이해충돌이 없어야 합니다. 대통령 부인 회사와 인연을 맺고 있는 업체라면 일부러라도 피해가는 게 상식입니다. 그런데 하고많은 업체 중에 하필 그런 업체를 콕 집어 수의계약을 했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용산 대통령실 리모델링 공사의 설계·감리를 맡은 중견기업도 코바나컨텐츠의 전시회를 3차례나 후원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오마이뉴스> 보도를 보면, 이 회사는 ‘건진법사’와 관련된 사회복지재단에 1억원을 출연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건진법사는 코바나컨텐츠의 고문으로 활동한 것으로 알려진 무속인 전아무개씨로, 지난 대선 때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 산하 네트워크본부에서 일했던 인물입니다. 윤석열 후보의 손바닥에 ‘왕’자를 써준 장본인이라는 주장도 있었습니다. 당시 선대본부 사무실을 방문한 윤석열 후보의 등을 두드리는 등 거리낌없는 행동으로 화제가 됐는데, ‘무속 논란’ 끝에 네트워크본부는 해산된 바 있습니다. 회사 쪽은 코바나컨텐츠 후원이나 재단 출연은 전직 대표 때 이뤄진 일이라고 해명합니다.

대통령실 공사 설계·감리를 수의계약으로 따낸 회사가 이렇게 코바나컨텐츠·건진법사와 인연이 있다면, 이 회사가 아무리 능력을 갖췄다고 해도 ‘왜 하필 이 회사냐’는 질문이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대통령실 용산 이전이 졸속으로 추진되면서 대통령실과 관저 공사에 김 여사와 인연 있는 업체들을 끌어들일 수 있었던 게 아니냐는 의구심마저 드는 상황입니다.

 

[논썰] ‘김건희의 나라’인가, 국정 사유화 5대 의혹 총정리. 한겨레TV

 

#2. 건진법사의 귀환

여기에 건진법사 전씨의 문제적 행동과 이에 대한 대통령실의 미온적 대처까지 오버랩됩니다. 전씨가 윤 대통령 부부와의 친분을 과시하며 각종 청탁에 개입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지라시’에 등장하더니 언론에도 보도가 되기 시작하고 대통령실도 진위 확인에 나섰습니다. <세계일보> 보도를 보면, 대통령실은 최근 전씨가 고위공무원에게 한 중견기업의 세무조사 무마를 부탁한 사실을 인지하고 조사에 나섰다고 합니다.

그런데 대통령실의 대응이 뭔가 이상합니다. 대통령실은 “이권에 개입하는 듯한 행위가 인지되면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 관련 예방 조치를 취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일부 대기업에 건진법사에 대한 주의를 당부했다는 말도 들립니다. 건진법사 전씨가 부적절한 행위를 하고 다닌다면 진위를 파악해 전씨를 상대로 조처를 해야지, 기업들에 전씨를 조심하라고 당부하다니 본말이 전도된 것 아닙니까. 세무조사 무마를 부탁한 게 사실이면 범죄 혐의가 짙습니다. 대통령실이 아니라 검경이 나서야 할 일입니다. 그럼에도 강승규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은 방송에 출연해 “어떤 정부든, 어떤 선거에서든 나타나는 현상”이라며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이처럼 비정상적인 대통령실의 대응에서 건진법사 전씨가 여전히 대통령 부부와의 친분에 기반해 위세를 떨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고개를 들게 됩니다.

[논썰] ‘김건희의 나라’인가, 국정 사유화 5대 의혹 총정리. 한겨레TV

 

#3. 또, 사적 인연 채용 의혹

말 많고 탈 많은 인사 문제도 빠지지 않습니다. 대통령실이 3일 신임 홍보기획비서관으로 내정한 이기정 전 <와이티엔>(YTN) 선임기자는 과거 김건희 여사와 친분 있는 사람들과 단체 활동을 함께 한 것으로 나타나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2021 대한민국 장애인국제무용제’ 조직위원회에 이기정 비서관과 강신업 변호사, 김량영 충남대 무용학과 겸임교수 등이 조직위원으로 나란히 이름을 올렸기 때문입니다. 강 변호사는 김 여사 활동 사진을 공개해 물의를 빚었던 팬클럽의 회장을 맡았던 인물이고, 김량영 교수는 김 여사의 봉하마을 방문 때 동행했던 코바나컨텐츠 전무 출신의 지인입니다. 이 비서관은 두 사람과는 모르는 사이라고 해명했습니다. 무용제 홈페이지에는 조직위원회 명단이 올라 있었는데, 문제가 불거지자 이 비서관, 강 변호사, 김 교수 등 3명의 명단이 삭제됐다가 이후 전체 명단이 삭제된 상태입니다.

5일에는 김건희 여사의 대학원 최고위 과정 동기인 이벤트 회사 대표 출신 인사가 대통령실 의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으로 근무하고 있다는 <에스비에스>(SBS) 보도도 나왔습니다. 지난해 6월 윤석열 대통령이 윤봉길기념관에서 출마선언을 할 당시 ‘세미나 및 기자회견' 명목으로 대관 신청을 대신 해준 회사라고 합니다.

이처럼 대통령실·관저 공사의 수상한 수의계약, 대통령 부부와의 친분을 내세운 무속인의 이권 개입 의혹, 대통령실 인사를 둘러싼 잡음 등 국정 난맥의 곳곳에 김건희 여사의 이름이 오르내립니다. 서로 얽히고설킨 네트워크가 어지럽게 펼쳐집니다. 요지경입니다.

김 여사를 향해 공사 구분이 안 된다는 비판이 줄곧 제기됐음에도 계속 유사한 일이 반복되는 것을 보면 이는 ‘실수’가 아니라 ‘고의’의 결과라고 판단하는 게 맞을 듯합니다. ‘권력을 잡았으니 국민이 뭐라고 보든 내 갈 길을 간다’고 마음먹지 않고서는 가능하지 않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으니 말입니다. 공사 구분을 못하는 게 아니라 안 하는 것,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게 아니냐는 합리적 의심이 가능합니다. 그 바탕은 바로 ‘국민 무시’입니다.

 

[논썰] ‘김건희의 나라’인가, 국정 사유화 5대 의혹 총정리. 한겨레TV

 

#4. 도이치 주가조작과 취임식

국민을 무시하는 태도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하나의 사례가 대통령 취임식이었습니다.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의 아들이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에 브이아이피(VIP)로 참석한 사실이 지난달 말 뒤늦게 <시사저널> 보도로 드러났습니다. 주가조작 혐의로 구속기소된 피고인의 아들이자 그 회사 경영을 물려받은 사람을 대통령 취임식에 초청하는 것 자체가 부적절한 데다, 김건희 여사가 이 사건에 ‘전주’로 가담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상태입니다. 국민의 시선을 조금이라도 의식했다면 불가능했을 일입니다.

더욱 기가 찬 것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취임 직후부터 ‘증권범죄 엄단’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대통령 취임식이 열리고 일주일 뒤 한 장관은 법무부 장관에 취임하면서 ‘1호 지시’로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을 부활시켰습니다. 문재인 정부가 추진했던 검찰 직접수사 축소의 방향을 되돌리고 싶은 심정은 이해할 수 있다고 쳐도, 그 신호탄으로 다른 것도 아닌 ‘증권범죄’를 택한 게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한 장관은 취임사에서 “서민 다중에게 피해를 주는 범법자들은 지은 죄에 맞는 책임을 지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국회에 출석해서는 “서민 다중이 피해를 보는 (금융·증권) 범죄는 피해를 호소할 곳이 없다. 이럴 때는 확실하게 끝까지 책임을 묻는 것이 국가의 존재 이유라고 생각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한 장관은 얼마 전 미국 출장 때 뉴욕 맨해튼 월스트리트를 관할하며 주가조작 등 금융·증권 범죄 수사로 유명한 뉴욕남부연방검찰청을 방문지에 포함시키기도 했습니다.

 

[논썰] ‘김건희의 나라’인가, 국정 사유화 5대 의혹 총정리. 한겨레TV

윤석열 정권이 한편으로는 이렇게 증권범죄 엄단을 뇌까리면서 한편으로는 주가조작범 아들을 취임식에 초대하고 공범 혐의를 받는 김 여사에 대한 조사는 얼버무리는 이런 이중적 태도야말로 국민 무시의 전형이라고 할 것입니다.

이런 태도의 밑바탕에는 권력을 마음대로 휘두르겠다는 미숙한 권력자의 오만함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없는 죄도 만들어내고 있는 죄도 덮을 수 있는 검찰 권력을 온전히 손에 쥐었으니 뭐가 두렵겠습니까. 검찰뿐만이 아닐 것입니다. 국가와 사회의 각 부분에서 작동하는 여러 권한들을 마음대로 주무를 수 있다고 여긴다면 법과 원칙 따위를 두려워할 이유가 없을 것입니다. 그 하나의 사례를 김 여사 논문 표절 의혹에 대한 국민대의 조처가 보여줍니다.

[논썰] ‘김건희의 나라’인가, 국정 사유화 5대 의혹 총정리. 한겨레TV

 

#5. 국민대의 표절 ‘면죄부’

국민대는 지난 1일 김건희 여사의 박사학위 논문과 학술지 논문 3편 등 4편의 표절 의혹을 조사한 결과 3건은 연구부정행위가 없었고 나머지 1건은 검증 불가라는 결론을 냈습니다. 이러한 결론이 얼마나 부실한 것인지는 검증 불가로 판정된 논문만 살펴봐도 알 수 있습니다.

해당 논문은 2007년 학술지에 실린 <온라인 쇼핑몰 소비자들의 구매 시 e-Satisfaction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에 대한 연구>인데, 앞서 2002년에 나온 다른 사람의 석사학위 논문을 거의 그대로 베낀 정황이 수두룩합니다. 영문 초록은 표절률이 몇 %인지 따질 필요도 없이 그냥 그대로 베꼈습니다. 원 논문의 영문초록에서 한 문장을 지웠을 뿐 나머지는 똑같습니다. 단 세 군데가 다른데, 하나는 원래 있던 쉼표를 빠뜨린 것, positive를 position으로, was를 wall로 잘못 베낀 것 이렇게 세 군데입니다. 논문 내용도 마찬가지입니다. 두 논문에 나오는 표가 소수점 아래 셋째·넷째자리까지 똑같습니다. 그런데도 국민대는 “당시 논문심사의견서 등 관련 자료 등을 확보하지 못한 점” 등 구차한 이유를 들어 검증 불가라는 결론을 내렸다. 검증을 할 경우 도저히 표절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릴 수 없는 지경이니 아예 검증 불가라는 차단막을 친 것으로 보입니다.

나머지 논문들 역시 그동안 언론에 보도된 문제점만 봐도 학술 논문으로서 결격 사유가 차고 넘칩니다. 박사학위 논문인 <아바타를 이용한 운세 콘텐츠 개발 연구: ‘애니타’ 개발과 시장적용을 중심으로>는 “‘대머리’인 남자는 ‘주걱턱의 여자’와 궁합이 좋다”는 등 인용한 내용도 민망할 뿐 아니라, 김 여사가 근무했던 회사의 특허를 도용했다는 의혹도 제기됐습니다. 국민대는 이에 대해 “특허권자가 학위논문 작성에 동의했다”고 해명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원 저자가 동의해도 이를 밝히지 않은 채 사용하면 표절은 표절인 것입니다. 이런 원칙이 적용되지 않으면 학문적 역량이 없는 사람이 교수나 지인 등 다른 이들의 도움으로 남의 성과를 베껴 논문을 쓰고 학위를 받는 일이 얼마든지 벌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국민대가 이렇게 억지 논리와 무리한 판단을 동원해 김 여사 논문의 표절 의혹을 해소시켜 준 게 학문적 기준에 의한 것이라고 믿는 국민의 거의 없을 것입니다. 국민대는 김 여사가 주가 조작에 연루된 의혹을 받는 도이치모터스 주식 30만주를 이사회 심의·의결도 없이 취득한 사실도 드러난 바 있습니다. 국민대는 논문 표절 의혹을 조사한 예비조사위 회의록을 제출하라는 법원의 명령도 이행하지 않고 있습니다.

 

[논썰] ‘김건희의 나라’인가, 국정 사유화 5대 의혹 총정리. 한겨레TV

이런 가운데 김 여사의 석사학위 논문 표절 여부를 조사하고 있는 숙명여대도 지난 3월 예비조사를 마친 뒤 다섯달째 본조사 실시 여부조차 결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숙명여대 총장이 동문회에 보낸 공문에서 ‘언론과 정치권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대학의 논문 검증 절차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는 보도도 나왔습니다. 압박이 있다면 어떤 압박인지 분명히 밝히길 바랍니다. 눈치보지 않고 엄정히 조사하면 될 것을 이런 식으로 언론·정치권 핑계를 대는 것은 대학의 위신만 깎아내리는 태도입니다.

 

김건희에 의한, 김건희를 위한 나라?

이번 국민대의 결정은 권력을 가진 사람을 위해 진리의 수호자인 대학이 학문적 양심을 팽개친 사례로 기억될 것입니다. 원칙과 양심을 누른 권력의 승리로 기록될 것입니다.

그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는 어떤 기록을 남기게 될까요. 김 여사가 얼마 전 서면답변서를 제출한 허위 경력 관련 경찰 수사는 어떻게 귀결될까요. 대통령실·관저 공사 수주의 내막은, 건진법사의 행각은 제대로 밝혀질까요. 국민대의 경우처럼 진실과 정의를 묻어버리고 유야무야 넘어가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습니다. 그렇게 되면 국가의 시스템이 한 개인을 위해 작동을 멈추는 셈입니다.

민주공화국에서 대통령은 국민 위에 군림하는 게 아니라 국민에게 복무하는 자리입니다. 더욱이 국민이 선출하지도 않은 배우자는 가족으로서 대통령을 돕는 역할에 그칠 뿐입니다. 그런데 지금의 현실은 온통 대통령 배우자 중심으로 돌아가는 듯한 착각마저 일으킬 정도입니다. 대통령 배우자의 사적인 인연으로 이익을 나누고 대통령 배우자 개인의 치부를 가리는 데 권력이 동원된다는 의혹이 계속 이어집니다. 국가와 사회가 값비싼 대가를 치르며 특정 개인에게 복무하는 전도된 상황을 우려하게 만듭니다. 민주공화국이란 가치가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입니다. 이 정도면 ‘김건희에 의한, 김건희를 위한 나라냐’는 비판이 제기되는 것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그런 우려가 더 이상 현실화해서는 안 됩니다. 그걸 용납할 국민은 없을 것입니다. 5일 갤럽 조사에서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24%까지 떨어졌습니다.

 

 

한겨레 <논썰>이었습니다.

기획 출연 박용현 논설위원 piao@hani.co.kr

연출·편집 조소영 피디

도움 채반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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