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프포스트코리아

  • 뉴스 & 이슈
  • 씨저널 & 경제
  • 글로벌
  • 라이프
  • 엔터테인먼트
  • 영상
  • 보이스
  • U.S.
  • U.K.
  • España
  • France
  • Ελλάδα (Greece)
  • Italia
  • 日本 (Japan)
  • 뉴스 & 이슈
    • 전체
    • 정치
    • 사회
    • 환경
    • 기타
  • 씨저널 & 경제
  • 글로벌
  • 라이프
  • 엔터테인먼트
  • 영상
  • 보이스


언어를 배우는 마음에 대하여
ⓒgettyimagesbank

나이로비의 거리에서는 눈을 감고 소리만 들어도 정말 다이내믹했다. 한쪽에서는 키쿠유(Kikuyu)어로 다른 쪽에서는 루야(Luhya)어로, 또 루오(Luo)어로, 공동체를 대표하는 정치인을 지지하는 '거리의 의회'를 구성하는 사람들이 우르르 동그랗게 모여 서서 열변을 내뱉었다. 내가 알아들을 수 없어서 무슨 말인지는 몰랐지만 그저 아 이건, 돌루오(Dholuo; 루오어(語))구나, 키키쿠유(Kikikuyu; 키쿠유어(語))구나, 알게 하는 일종의 표식과도 같은 표현이나 단어가 있었다. 그중의 하나가 키쿠유어의 "아떼레레(atĩrĩrĩ)"였다. 종종 마주치던 키쿠유 사람들이 내게 키쿠유어를 한번 해보라고 하면 난 늘 "아떼레레"를 내뱉었는데 그러면 다들 박장대소를 했다. 굳이 한국말로 하면 "그러니까, 내 말은~" 하는 정도로 정말 많은 구어체 대화에 등장하는 말인데, 우리나라의 사투리로 비교하면, "시방" 또는 "거시기" 같은 느낌의 말을 외국인의 입으로 들으니 우습기도 했을 것 같다. 또 가끔 길거리에서 얻어들은 온갖 사투리가 섞인 키스와힐리(Kiswahili; 스와힐리어(語))로 매주 만나 공부하는 선생님을 당혹스럽게 하기도 했는데, 어찌된 모양인지 표준어보다는 사투리가 더 기억하기도 쉽고 재밌을 때가 많았다.

버스에 올라타면 또 다른 언어의 '장(場)'이 펼쳐진다. 라디오에서는 영어 뉴스가 흘러나오는 한편, 승객들은 국어인 키스와힐리나 소위 부족언어라고 할 수 있는 각종 공동체의 언어로 대화를 한다. 또 미니버스인 마타투(matatu) 업계 청년들과 길거리 생활을 많이 하는 젊은이들이 자신들만의 공동체 의식을 키우면서 발전시킨, 영어와 키스와힐리 그리고 여러 가지 부족언어들이 뒤섞인 슬랭인 솅(Sheng)이라는 언어가 거미줄처럼 교차하면서 주변의 소리의 풍경을 다채롭게 만들었다. 언젠가 정통 키스와힐리를 구사하는 해안지방에서 온 여성은 처음 나이로비에 왔을 때, 마타투에서 차장이 하는 말을 도무지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는 이야기를 했다. 얼마냐고 물으니까 뭐라고 하는데 자기가 알아듣지 못하니 옆자리의 여자가 50실링이라고 말해주더라는 것이다. 게다가 그 차장은 자기 말을 못 알아듣는 그녀를 나무라면서 "너 외국인이냐, 혹시 나이지리아 사람이냐"며 물어서 기분이 상했다고, 그래서 나이로비의 키스와힐리는 영어와 솅 때문에 "오염"되었다고 불평했다 (아마도 그 차장이 썼던 말은 차장들이 주로 쓰는 50을 뜻하는 솅단어인 '핀제(finze)'였을 게다). 하지만 그녀가 불평했던 그 "오염" 덕분에 내 귀는 얼마나 즐거웠는지 모른다.

케냐에서 사람들은 내가 한국 사람들이 한국어만 쓴다고, 또 학교에서도 한국어만 쓴다고 설명하면 깜짝 놀랐다. 케냐의 아이들은 집에서는 부모가 속한 공동체에서 쓰는 언어를 배우고, 또 동아프리카 지역의 공용어(Lingua Franca)이자 케냐의 국어인 키스와힐리를 배우고, 영국 식민지 시대의 영향이 남아 있는 초등학교에 입학하면 영어로 수업을 받는다 (도시화의 영향으로 공동체 언어의 습득은 조금 퇴색되고 있기는 하지만). 덕분에 어디를 가도 3-4개의 언어를 하는 사람을 만나는 것이 일상적이었고, 여러 사람들을 만나야 했던 나 역시 유창하게 말하지는 못했지만 인사나 감사 정도는 키쿠유어나 마사이어 등의 언어로 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했다. 한 단어 한 단어를 새로 알게 되면 단어 이상의 무엇인가가 내 마음에 남았고, 언어의 구사라는 단계를 넘어서는 소통을 조금이나마 맛볼 수 있었던 것 같다. 언어를 배우는 것은 유창하게 말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또 그 욕망을 버리기는 힘들지만), 그 언어에 담긴 관계의 이야기, 그리고 하나의 작은 단어가 전달할 수 있는 사람의 마음을 배우는 것이 아닐까. 나이로비에서 그 수많은 언어들이 만들어내는 소리의 풍경 속에서 종종 했던 생각이다.

<참조>

1) 케냐에는 47개의 공동체가 있고, 키쿠유(Kikuyu), 루야(Luhya), 루오(Luo), 칼렌진(Kalenjin), 캄바(Kamba)는 그중에서도 다수를 차지한다.

2) 키스와힐리는 인도양의 잔지바르와 동아프리카 해안지역을 중심으로 형성된 언어로 동아프리카 반투어의 구조와 문법을 가지고, 아랍어와 영어 및 여러 유럽 언어들의 단어들이 변형된 어휘들이 많다. 현재 탄자니아, 케냐, 우간다, 민주콩고에서는 공식언어로 사용되고 그 외의 동아프리카와 중앙아프리카 일부 지역에서도 많이 사용되는 언어이다.

연재기사

댓글 (0)
  •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 저작권 등 다른 사람의 권리를 침해하거나 명예를 훼손하는 댓글은 관련 법률에 의해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 -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욕설 등 비하하는 단어가 내용에 포함되거나 인신공격성 글은 관리자의 판단에 의해 삭제 합니다.

인기기사

  • 1 SK하이닉스 주주 전원주 건강히 잘 지내는 줄 알았는데… : 매니저가 공개한 근황에 가슴 쿵 내려앉았다
  • 2 갑작스럽게 터진 리그오브레전드 Gen.G소속 '룰러' 탈세 논란 : 팬들을 충격에 빠뜨린 스타 프로게이머들
  • 3 가족 논란 뒤로하고 복귀한 이휘재 “이제 아이들도 정확히 안다”며 전한 쌍둥이 반응 : 시선을 강탈하는 근황이다
  • 4 '아들 불륜' 폭로에 여론 악화 : 홍서범·조갑경 부부가 전 며느리에게 뭔가 보냈다
  • 5 장기기증으로 4명 살리고 세상 떠난 김창민 영화감독의 사인이 밝혀졌다 : 아들과 외식 중 일어난 참혹한 일
  • 6 미국-이란 전쟁 '이제는 핵, 미사일, 정권교체 아니다' : 결국 '호르무즈 해협 통행료' 하나 남았다
  • 7 흑백요리사로 얼굴 알린 '중식 여신' 박은영 셰프가 결혼소식을 알렸다 : 예비신랑 직업은...?
  • 8 대구 신천 ‘캐리어 시신’ 사건의 전말이 알려졌다 : 딸과 사위가 경찰에 체포됐다
  • 9 19년 무료였던 국립중앙박물관, 내년부터 입장료 받고 ‘이곳’ 요금까지 오르는 진짜 이유 : “다른 나라는 얼마길래…”
  • 10 광화문광장에 7m 거대 조형물 '받들어총' 23개 설치, 오세훈의 사업이 4월 완료된다

허프생각

트럼프가 '호르무즈 통제권'을 이란에 맡기고 그냥 떠나려 한다 : '진짜 승자'는 이란이 된다
트럼프가 '호르무즈 통제권'을 이란에 맡기고 그냥 떠나려 한다 : '진짜 승자'는 이란이 된다

전투에서 이기고 전쟁에서 패한다

허프 사람&말

롯데백화점 대표 정현석 예고 없는 '에비뉴엘 잠실점' 방문, '깜짝 현장 행보'에 직원들도 놀랐다
롯데백화점 대표 정현석 예고 없는 '에비뉴엘 잠실점' 방문, '깜짝 현장 행보'에 직원들도 놀랐다

옆에 외국인은 누구였을까?

최신기사

  • 이란 전쟁이 드디어 끝나나 : 트럼프 2~3주 내 떠날 것 vs 이란 종전 생각 있다
    글로벌 이란 전쟁이 드디어 끝나나 : 트럼프 "2~3주 내 떠날 것" vs 이란 "종전 생각 있다"

    이번 신호는 예전과 다르다

  • '대구 신천 캐리어 사건' 범인으로 지목된 딸과 사위의 사연 : 안타까움을 숨길 수 없다
    뉴스&이슈 '대구 신천 캐리어 사건' 범인으로 지목된 딸과 사위의 사연 : 안타까움을 숨길 수 없다

    이제 모든 게 설명이 되네...

  • 전북지사 김관영 ‘돈봉투 의혹’에 조국혁신당의 일갈, “민주당 전북지사 후보 낼 자격없어”
    뉴스&이슈 전북지사 김관영 ‘돈봉투 의혹’에 조국혁신당의 일갈, “민주당 전북지사 후보 낼 자격없어”

    청년들에게 '대리기사 비용'을?

  • 일본대사관 인근 평화의소녀상이 철책에서 풀려났다 : 2시간 동안 시민들과 함께 숨쉬다
    뉴스&이슈 일본대사관 인근 평화의소녀상이 철책에서 풀려났다 : 2시간 동안 시민들과 함께 숨쉬다

    6년 만에 일어난 일

  • 서울구치소 수감된 윤석열 전 대통령이 8개월 간 받은 영치금 액수 : 이재명 대통령 연봉의 4.6배
    뉴스&이슈 서울구치소 수감된 윤석열 전 대통령이 8개월 간 받은 영치금 액수 : 이재명 대통령 연봉의 4.6배

    돈벌이는 용산보다 의왕이 더 낫네

  • GS건설·현대건설, 세계 첫 액체수소 저장 기술 개발 위해 국책 과제 함께 참여한다
    씨저널&경제 GS건설·현대건설, 세계 첫 액체수소 저장 기술 개발 위해 국책 과제 함께 참여한다

    적과의 동침

  • [허프 생각] 트럼프가 '호르무즈 통제권'을 이란에 맡기고 그냥 떠나려 한다 : '진짜 승자'는 이란이 된다
    보이스 [허프 생각] 트럼프가 '호르무즈 통제권'을 이란에 맡기고 그냥 떠나려 한다 : '진짜 승자'는 이란이 된다

    전투에서 이기고 전쟁에서 패한다

  • 한국은행 이창용과 신한금융 진옥동이 '디지털 화폐'로 뭉쳤다 : 예금 토큰 기반 금융 인프라 혁신 위한 협약
    씨저널&경제 한국은행 이창용과 신한금융 진옥동이 '디지털 화폐'로 뭉쳤다 : 예금 토큰 기반 금융 인프라 혁신 위한 협약

    배달 주문을 코인으로?

  • [허프 트렌드] '제로'가 제국주의처럼 음료 시장 전반을 휩쓸고 있다 : 탄산음료 넘어 과채·주류 '기본값'으로
    씨저널&경제 [허프 트렌드] '제로'가 제국주의처럼 음료 시장 전반을 휩쓸고 있다 : 탄산음료 넘어 과채·주류 '기본값'으로

    제로 시대는 계속된다

  • 커리어케어 ‘씨드림(C-Dream)’ 서비스 출시, 대학생 진로설정·취준생 취업·직장인 이직과 전직 자문
    씨저널&경제 커리어케어 ‘씨드림(C-Dream)’ 서비스 출시, 대학생 진로설정·취준생 취업·직장인 이직과 전직 자문

    30년 헤드헌팅 데이터 기반 ‘커리어 정밀 진단 시스템’ 구축

  • 신문사 소개
  • 윤리강령
  • 기사심의규정
  • 오시는 길
  • 인재채용
  • 광고상품문의
  • 기사제보
  • 청소년 보호정책
  • RSS
  • 인터넷신문윤리위원회
    한국인터넷신문협회
  • 서울특별시 성동구 성수일로 39-34 서울숲더스페이스 12층 1204호

  • 대표전화 : 02-6959-9810

  • 메일 : huffkorea@gmail.com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박상유
  • 법인명 : 허핑턴포스트코리아 주식회사
  • 제호 : 허프포스트코리아
  • 등록번호 : 서울 아 03003
  • 등록일 : 2014-02-10
  • Copyright © 2025 허프포스트코리아. All rights reserved.
  • 발행·편집인 : 강석운
  • 편집국장 : 이지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