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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사진. 삼각김밥.
자료사진. 삼각김밥. ⓒ한겨레

“비참했어요. 대학생 때 돈이 없어서 라면 한 봉지로 두 끼를 해결한 적도 있지만, 그때도 질 낮은 음식을 배부르게 먹고 싶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거든요.”

직장인 ㄱ(28)씨는 3일 최근 국민의힘 유력 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부정식품’ 발언과 관련해 “충격이었다”라며 이렇게 꼬집었다.

앞서 윤 전 총장은 지난달 <매일경제>와 인터뷰에서 “부정식품이라는 게 없는 사람은 그 아래라도, 그러니까 품질 기준선 아래라도 선택할 수 있게, 싸게 먹을 수 있게 해줘야 한다”고 말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며 논란에 휩싸였다. 또 지난 2일에는 윤 전 총장 캠프의 신지호 정무실장이 <한국방송> 라디오에 나와 이 발언을 해명하며 “제과점, 편의점 등을 운영하시는 분들 중 유통기한이 간당간당한 식품들을 곤궁한 분들에게 드리는 봉사활동도 많이 한다. 그런 제품이라도 받아 끼니를 해결하는 게 불가피한 현실이라는 걸 지적한 것”이라고 말해 ‘해명도 황당하다’는 지적을 받은 바 있다.

야권 대권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7일 부산 서구의 한 식당을 방문, 지역 국회의원들과 함께 소주를 곁들이며 식사하고 있다. 2021.7.27
야권 대권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7일 부산 서구의 한 식당을 방문, 지역 국회의원들과 함께 소주를 곁들이며 식사하고 있다. 2021.7.27 ⓒ뉴스1

윤 전 총장 쪽의 이런 발언과 관련해 실제로 ‘편의점 폐기 음식’ 등으로 끼니를 때워 본 사람들은 “현실을 전혀 모르는 이야기”라고 비판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도 해당 발언에 대한 비판이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수험생인 ㄴ(27)씨는 지난해 7개월 동안 유통기한이 임박한 편의점 김밥 등으로 끼니를 해결하다가 몸이 많이 상했다고 했다. 수입에서 여러 지출을 제외하고 한 달 식비가 12만~15만원 수준이었던 ㄴ씨는 식비를 줄일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선택했지만 지금은 후회하는 중이다. “하루는 폐기로 나온 삼각김밥을 먹었는데 보관상태가 안 좋았는지 탈이 났어요. 온몸에 힘이 빠졌지만 그 상태로 야간근무를 이어가야 했고요. 그래야 내일 먹을 폐기 음식을 받을 수 있으니까요. 그렇게 반년을 보내다 올해 초 더는 못 버티고 일을 그만뒀어요. 공부도 잠시 멈추었고요.” ㄴ씨가 침울하게 반응했다.

같은 이유로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했던 대학생 ㄷ(22)씨는 심한 정신적 스트레스에 시달렸다고 했다. 그는 “속이 좋지 않은데 죽 살 돈이 없어 편의점 김밥을 먹으며 서러워했던 기억이 잊히지 않는다. 몸이 어떤 음식을 원하는지 아는데, 형편상 식단을 바꿀 수 없어 우울감에 시달렸다”고 털어놨다.

이들은 “돌아보니 질 낮은 음식이 길게 보면 경제적이지도 않다”고 했다. 아직도 소화불량에 시달리고 있는 ㄴ씨는 “당장 돈을 아끼는 것 같아도 겪어보니 훨씬 비싼 것이었다”라며 “미래의 건강을 담보로, 언젠가 크게 아플 수 있다는 걱정을 안고 사는 것”이라고 말했다. 수개월 편의점 도시락으로 끼니를 때웠다는 중년의 ㄹ(50)씨도 “굶느니 당장 뭐라도 먹는 게 낫겠지만, 하루 이틀도 아니고 계속 그런 상태로 방치하면 결국 자신뿐 아니라 사회 전체의 의료비 부담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했다.

누리꾼들의 비판도 이어졌다. 특히 이런 발언이 최소한의 안전과 의식주의 수준을 끌어올릴 책임이 있는 대선주자의 입에서 나왔다는 점이 문제라는 지적이 많다. 트위터 이용자들은 “설국열차에서 (뒤 칸 사람들에게) 단백질바를 먹으라는 것과 뭐가 다르냐. 기함하는 수준을 넘어 슬프다”(@****tdts), “선택할 자유는, 부정식품을 사 먹을 수 있게 하는 게 아니고 제대로 된 음식을 적은 돈으로도 사 먹을 수 있게 하는 것”(@****sked), “자본도 펄쩍 뛸 말이다. 생산성을 위해 노동자의 건강은 매우 중요하다”(@****nest) 등의 촌평이 쏟아졌다.

이주빈 기자 ye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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