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세 번째이자 마지막 의상은 의외였다. 맥퀸이 지시한 차림은 토플리스의 회색 스커트뿐이었다.
그녀는 회고록에 ”그 순간 울기 시작했다”며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내 모습을 본 부모님이 실망하실 거란, 창피해하실 거란 생각밖에 없었다. 눈물을 참으려고 노력했지만 계속 흐르는 걸 어쩔 수 없었다. 눈썹에 붙인 검정 새털이 떨어져 나가기 시작했다.”라고 적었다.
1998년 알렉산더 맥퀸 패션쇼에서 토플리스로 런웨이를 걷고 있는 지젤 번천 ⓒVictor VIRGILE via Getty Images
상심한 그녀를 구조한 사람은 천재 메이크업 아티스트 발 갈랜드였다. 그녀는 번천의 가슴 부분을 흰색 메이크업으로 덮었고 그 덕분에 의상을 입은 느낌이 연출됐다.
번천은 ”그 순간 갈랜드가 그렇게 도와주지 않았다면 아마 런웨이에 나서지 못했을 거다. 사람들이 사진을 찍어도 내 검정 가발 때문에 부모님이 나를 알아보지 못하겠구나 하는 생각도 했다.”
정말로 다행이었던 건 그녀가 런웨이에 나선 순간 비가 내리기 시작했고 눈물 흔적도 저절로 숨길 수 있었다는 거다.
20년 전, 번천에게 매우 어려운 시작이었지만 세계 최고의 모델이 되는 데 발판이 된 계기이기도 했다.
2016년 리우올림픽 오프닝 행사에 등장한 지젤 번천 ⓒBrazil Photo Press via Getty Imag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