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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10여차례 경고에도 '가상통화'로 돈 몰리는 3가지 이유

[뉴스 분석]

① 2030·흙수저·서민들 탈출구 인식

② 개미 주식투자 한계…증시로 안 가

③ 거래소 폐쇄해도 국외이동 가능

지난 11일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가상통화 거래소 폐쇄’ 카드를 꺼내기 전까지 나온 정부의 경고 및 대책 발표만 십여차례에 이른다. 지난해 6월께부터 정부는 가상통화 시장을 주시해오다가 지난 하반기부터 비트코인을 중심으로 가격 급등세가 이어지자, 이전처럼 “정부가 책임질 수 없다”며 뒷짐 질 수만은 없는 상황이 이어졌다. 국외 거래소와 비교해 코인 가격이 20~30% 비쌀 정도로 수요가 커 ‘김치 프리미엄’이라는 말이 나왔다. 특단의 조처로 지난달 정부는 미성년자 거래 금지를 골자로 한 긴급 대책과 실명 거래를 중심으로 한 특별 대책을 잇따라 냈지만, 시장은 잠시 주춤할 뿐 다시 궤도에 올랐다. 한국의 ‘이상 과열'은 국내 정책만으로 억누르기 힘든 가상통화 고유의 특성과 가상통화 시장 밖의 이유가 맞물려 돌아가는 현실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전세계 비트코인의 원화 결제 비율은 21%에 이른다. 가상통화로 손해를 본 사람도 많지만 ‘흙수저와 서민의 마지막 탈출구’라는 구호로 많은 사람들이 휩쓸린 탓이다. 국내 거래소 빗썸 회원의 58%가 20~30대일 정도로 가상통화 투자자는 특히 젊은층에 집중돼 있다. 헬스장을 운영하는 최아무개(35)씨는 “헬스장 사업도 ‘레드오션’이라서 당장 내일도 장담하기 힘든 일이다. 최근에 아이가 태어나서 어떻게 키울지 생각하면 눈앞이 깜깜한데 더 이상 돈을 벌 방법이 없다”며 “‘잭팟’ 소문에 휩쓸려 시작했다. 소소하게라도 벌 수만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국내 한 증권사 임원급 간부도 “그만큼 젊은 사람들이 돈 모으기 힘든 세상에서 코인을 한다는데 말리질 못하겠더라”고 말했다.

정부 10여차례 경고에도 '가상통화'로 돈 몰리는 3가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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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8일 청와대 국민청원 누리집에 가상통화 규제를 반대하는 내용의 ‘정부는 국민들에게 단 한번이라도 행복한 꿈을 꾸게 해본 적 있습니까?’라는 제목의 글은 12일 현재 보름 만에 10만명이 넘게 참여했다. 이 글의 청원자는 “투자라는 건 개인이 성공하든 실패하든 개인이 책임을 지는 게 맞다”는 단서를 붙이며 “내 집 하나 사기도 힘든 대한민국에서 어쩌면 집을 살 수 있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살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썼다. 거래소 폐쇄 소식에 청와대 국민청원 누리집에서 최흥식 금융감독원장, 박상기 법무부 장관 등 관료들의 부동산 투기 이력을 언급하며 ‘해임’ 청원까지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법무부가 급기야 ‘거래소 전면 폐쇄’ 카드까지 거론했는데도 열기가 크게 꺾이지 않는 데는, 이미 시장이 너무 커져버려 극약처방의 현실성이 떨어지는 탓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국내 거래소 빗썸만 보더라도 지난해 1월엔 거래금액이 3천억원 규모였지만, 지난해 8월 빗썸 하루 거래금액이 2조6천억원으로 코스닥 거래대금을 추월할 정도로 규모가 급증했다. 지난해 11월엔 56조3천억원으로 뛰어 올랐다.

투자자들은 ‘규제 리스크’가 없는 국내 주식시장으로 쉽게 돌아가지도 않는다. 지난 3개월 동안 코스닥에서 개인 돈이 우수수 빠져나갔다. 지난해 10월13일부터 이달 12일까지 외국인이 1조5995억원, 기관이 572억원 순매수한 데 반해, 개인은 7738억원을 순매도했다. 시장에선 위험을 감수할 수 있는 코스닥 개미들이 가상통화 시장으로 눈을 돌렸단 분석이다. 증권사에서 7년 근무한 경력이 있는 ㅅ(33)씨는 퇴사 뒤 전업투자를 하다가 지난해 초부터 가상통화 투자를 하기 시작했다. 주식시장에 대한 이해도가 일반인보다 높은 ㅅ씨도 “주식시장은 개미의 한계가 뚜렷하다. 특히 공매도 측면에서 정보 비대칭이 없을 수가 없다”며 “이와 비교하면 코인판은 모든 개인이 평등하다”고 말했다.

정부 10여차례 경고에도 '가상통화'로 돈 몰리는 3가지 이유

12일 오후 서울 중구 한 가상화폐 거래소 앞에서 한 시민이 시세 전광판을 보고 있다. 가상화폐 거래소 폐지 법안을 준비중이라는 법무부에 발표에 급락했던 가상화폐는 이내 예전의 시세를 회복했다.

국경 없이 거래되는 가상통화의 특성으로 투자자들은 국내 거래가 막히면 국외 거래소로 옮겨가겠다는 움직임을 보인다. 국제 가상통화 정보업체인 코인마켓캡은 전세계 7438개 거래소의 정보를 제공한다. 통용되는 가상통화 종류만 1413가지다. 국내 거래소에서 산 가상통화는 전자지갑 주소만 입력해 송금하면 국외 거래소로 이동시킬 수 있다. 거래소 폐쇄와 관련해 가상통화 커뮤니티에선 외국 거래소 이용 방법을 문의하거나 “외국 거래소로 코인을 옮겨놨다”는 글이 자주 올라온다. 비트파이넥스, 바이낸스 등 국외 거래소는 한국어를 지원한다.

만일 국내 거래소 폐쇄가 가시화되면 ‘코인 엑소더스’는 더욱 거세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박성준 동국대 블록체인연구센터장은 “국내 거래소 자금이 외국 거래소로 옮겨지는 건 뻔한 수순”이라며 “피투피(개인간·P2P) 거래만 활성화돼 정부 기대와 달리 더욱 자금이 음성화할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실제로 중국 거래소들은 자국 내 거래소 운영이 금지되자, 홍콩 등에서 운영하기 시작했다. 자금 흐름 파악은 국내보다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법무부 관계자는 “합법화된 나라의 거래소를 이용하는 것까지 막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경제학)는 “최저임금 올리는 것도 힘들고 부동산 시장도 잡지 못하는데 젊은층의 좌절이 가상통화로 쏠린 건 당연하지 않으냐”며 “현실적으로 이미 커져버린 시장을 억지로 막을 수도 없는 상황이어서 정부 부처 간 조율을 통해 보다 적극적인 ‘거래소 관리’에 나서는 게 실효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정부 10여차례 경고에도 '가상통화'로 돈 몰리는 3가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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