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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엄마가 그 '동네 아줌마'다
ⓒ뉴스1

엄마는 청주사범대 국어교육과 81학번이다. 차석으로 입학해서 수석으로 졸업했다. 졸업식 대표로 상을 받던 날, 장교로 복무 중이고 휴가를 못 얻었다던 아부지가 깜짝 등장해 연단 위로 올라와 꽃을 전달해 박수를 받았던 일화를 어제 일처럼 생생하게 말하곤 했다.

어릴 땐 앨범을 펼쳐놓고 엄마, 아빠의 옛날 사진을 보는 게 그렇게 좋았다. 머리카락 좀 자르라고 잔소리하는 아빠의 장발이라든가, 어른들에게 손가락질 깨나 받았을 거 같은 익살맞은 두 분과, 함께 젊게 웃고 있는 친구분들을 보면 익숙함과 낯섦이 공존하는 묘한 기분에 사로잡혔다. 사진 찍기 전후의 장면들도 상상할 수 있었다.

앨범이 모자라 여러 겹 겹쳐놓은 사진까지 뒤적거리곤 했는데 그러다 엄마가 학생들이랑 찍은 사진을 봤다. 이건 익숙하지 않고 낯설기만 했다. 그때까지 나한테 엄마는 늘 엄마가 직업이었기 때문이었다. 교생 할 때라고 가르쳐주면서 아이들에 대해 설명하셨다. 족히 15년은 지났을 텐데도 자세했다. 지난 밤 꿈을 얘기해주는 표정이었다.

일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결혼을 했고, 아이는 엄마가 키워야 된다는 아빠 말에 동의했댔다. 우리가 혼자서 밥 해먹고 빨래할 즈음이 되기까지 너무 오래 걸렸고, 다시 돌아갈 수 없었다. 요리를 잘하고 좋아하니 한식 조리사 자격증을 땄고, 어쩌다 보니 동네 친구 따라 급식 조리원이 된 지 이제 15년.

해썹(HACCP, 안전관리인증기준) 시험을 볼 때면 며칠이고 달달 외워 만점을 받아야 직성이 풀렸고, 청결과 안전과 맛과 영양에 대해 과하리만치 엄격했다. 아이들이 맛있다고 좋아하는 날이면 꼭 그 얘길 해주면서 사명감에 불타올랐다. 뜨거운 조리실에서 일하고 나면 겉옷이며 속옷이 비에 젖은 것마냥 흠뻑 젖어도 엄마는 몸 쓰는 일이 편하다고 했다. 당뇨를 얻으면서 몸도 마음도 운동이 필요했던 엄마가 이 일을 시작한 건 자연스러운 기회였다. 4시면 퇴근하고 방학 있으면서 월급 이만큼 주는 일이 어딨냐며 엄마는 만족했다. 가끔 뜨거운 솥에 팔을 데거나 무거운 기구에 손가락 인대를 다쳐올 때 빼고는, 나도 엄마에게 일과 동료가 있는 삶이 생긴 것에 만족했다.

엄마는 그동안, 교감선생님 부인이 급식조리원인 게 미안했고 급식조리원 남편이 교감인 것도 말하고 싶어하지 않았다. 1등 신붓감이라고 하는 교사 딸 엄마가 급식조리원인 것도 미안해서 딸 자랑도 자리 가려가며 했다. 우리가 아무리 엄마가 자랑스럽다고 얘기해도, 엄마는 가끔 술을 마시면 "내가 여전히 학교에서 근무를 하고 있긴 한데... 자리가 이렇게 바뀌었어 그치?"했다.

급식노동자 파업도 엄마는 불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아마 이언주 씨가 말한 "그냥 동네 아줌마"도 말이야 맞는 말 아니냐고 허허 웃을 테지.

나한테는 급식노동자 파업이 필요하다. 그의 발언도 맞는 말이 아니다. 이언주 씨는 엄마가 우리 가족에게 더 미안하게 만들었다. 스스로에게 떳떳하고 자부심으로 일하면서도 가족에게 그 직업을 미안해하는 모순은 결국 자신을 부정하게 한다. 이 나라에서 비정규직 노동자의 처우가 개선되어 이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변화되지 않는 이상, 엄마는 퇴직하는 그날까지 스스로를 자랑스럽게 여긴다는 걸 부끄러워할 것이다.

비정규직을 정규직화 해달라는 요구가 무리 아니냐는 이언주 씨의 발언은 그 격차가 너무도 크다는 걸 인정하는 것이다. 간극을 줄여 달라. 최소한을 보장받지 못하는 이들이 안전하고 건강한 삶을 영위할 수 있다는 꿈을 꾸게 해 달라. 서로가 서로를 끌어내리지 않고도 함께 갈 수 있다는 믿음을 갖게 해 달라. 사람답게 일할 수 있음을 확신하는 사회는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멋진 것들을 일구어낼 수 있다.

* 이 글은 필자의 페이스북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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