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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길이 두려웠던 여성은 '운동'을 배운 뒤 인생이 달라졌다

  • 지금 당장 바로 따라 할 수 있는 '자기방어 호신술' 4가지

권민정 씨는 30살 이전까지 '운동'이라고는 해본 적이 없었다. '여자가 무슨 운동을 해?' '너는 운동 못 하잖아' 등등 체구가 작고 마른 민정 씨는 '어차피 해도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어느 날 밤 '그 일'이 벌어졌다.

때는 바야흐로 약 10년 전. 저녁 8시경 한 아파트 단지의 어두컴컴한 길을 걷고 있었는데, 갑자기 '누군가'가 뒤에서 덮쳤다. 얼마나 놀랐을까. 그 사람은 한 손으로 민정 씨의 입을 막고, 다른 한 손으로 허리를 잡아 제압하려 했다. 민정 씨가 벗어나려 발버둥 치면서 느꼈던 것은 이 가해자가 체구도 그리 크지 않고 힘도 세지 않다는 것. 성인 남성이 아니라 '남자 청소년'이라는 직감이 들었다.

그러나 민정 씨 표현을 빌리자면 "가해자가 힘이 세지 않았음에도, 저는 그보다 더 작고 (웃음) 힘이 없었기 때문에 뿌리치기 힘들었다". 천만 다행히도, 한동안의 실랑이 끝에 민정씨는 입을 막은 가해자의 손 틈을 벌려 '소리'를 있는 힘껏 질렀고.. 놀란 남자는 부리나케 도망쳤다.

비록 당장의 위험에서 벗어났어도, 그 후 몇 년간 민정 씨는 '힘들었다'고 한다. 혼자 밤길을 걷는 게 무서웠고, '내가 너무 수동적으로만 대응했던 것은 아닌가' 자책했다. 이런 생각은 꿈에도 반영돼, 비슷한 상황에서 도와주는 사람 하나 없이 막막해하는 꿈을 꿨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3년 전 '여성 호신술'(Anti Sexual Assault Program)을 배우고, 주짓수를 일상적으로 하게 되면서 생긴 변화다.

'누가 툭 밀면 저기까지 나가떨어졌던' 민정 씨는 운동을 배우면서 미처 몰랐던 '스스로의 힘'을 발견했고, 10년 전과 같은 상황이 벌어져도 마냥 두렵지만은 않을 것 같다고 말한다. (다행히 그날 이후로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막상 피해를 당해보니, '가해자'라고 해서 무조건 힘이 센 것도 아니고, 덩치가 큰 것도 아니고, 무조건 '공포스러운' 상대도 아니더라고요. 제가 작고 말랐더라도 당시에 뭔가 기술을 알았더라면 '소리 지르기' 외에 할 수 있는 게 분명 있었을 거예요.

사실 밤길을 걸어갈 때 뒤에서 발걸음 소리가 나면, 돌아보기가 무섭죠. 돌아본다고 해도,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니까. 하지만 지금은 그냥 편안하게 돌아볼 수 있을 것 같아요.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있으니까.

물론, 그때로 돌아간다고 해도 지금 배운 기술들을 쓴다는 보장은 없지만 할 수 있는 선택지가 '소리 지르기' 밖에 없었을 때랑 여러 선택지가 있었을 때.. 그 마음은 굉장히 다르거든요."

밤길이 두려웠던 여성은 '운동'을 배운 뒤 인생이 달라졌다

민정 씨는 지금 여성 호신술(ASAP)보조 강사로도 활동하며, '호신술'을 전파하는 데 일조하고 있다. "스스로 그어놓았던 한계선을 넘으면서" 인생이 달라졌다고도 할 수 있겠다.

"운동을 하다 보면 별 것 아닌 기술 동작에 상대방이 놀랄 때가 있어요. 호신술 훈련에서 짝을 지어서 '소리 지르기' 연습을 할 때도, 제가 하도 크게 소리를 지르는 바람에 상대방이 얼어버리기도 하고..(웃음). '아 나에게도 상대방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힘이 있구나' 하는 걸 확인하는 순간, 한 단계를 넘어서는 듯한 느낌이 들어요. 기분이 정말 좋죠."

"저는 운동을 하면서 확실히 덜 불안해졌어요. 한국에서 여자로 살다 보면, 몸을 쓸 일이 별로 없잖아요. 신체적 훈련을 할 일이 거의 없으니까. 그래서 우리는 '내가 몸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자체를 잘 몰라요. 몸으로 부딪히는 훈련을 해보면 '내 몸은 뭐가 되고, 뭐가 잘 안되고'를 알게 되거든요."

"저는 이런 걸 '작은 승리'라고 표현하는데.. 치한이 성폭행하려고 할 때 물리쳤다거나, 그 사람을 제압해서 경찰에 넘겼다거나.. 이런 큰 사건이 아니더라도 일상에서 작은 승리를 느껴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더 큰 승리의 디딤돌이 될 테니까."

"'나'라는 굉장히 좋은 도구를 손에 쥐고 있는 거나 마찬가지예요. 그 도구를 쓸 상황이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지만, 스스로 그어놓은 한계선을 한 번이라도 넘어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운동하는 여성들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굉.장.히. 즐겁답니다."

- '여성 호신술'(Anti Sexual Assault Program)에 대해 더 알고 싶다면 여기를 클릭

- 그레이시 주짓수 홈페이지 바로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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