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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경 마케팅'으로 완판 행진 브랜드 로우로우
ⓒ한겨레

대다수 패션 브랜드는 제품을 직접 만들지 않는다. 디자인만 하고 생산은 제조업체에 맡긴다. 그렇게 만든 제품에 브랜드 로고가 붙는다. 모든 주목은 브랜드가 받을 뿐, 어느 구석에서도 제조업체 이름은 찾을 수 없다. 이런 분업구조는 누구도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만큼 당연한 일이 됐다.

2011년 여섯 청년이 의기투합해 만든 브랜드 ‘로우로우’는 거의 유일한 예외다. 이 브랜드가 최근 출시한 티타늄 소재 안경테에는 로우로우의 로고와 함께 ‘DAEHAN’(대한)이란 글자가 새겨져있다. 대구에서 안경테를 만드는 업체 ‘대한하이텍’의 이름을 써넣은 것이다. 지난해 출시한 신발 밑창에도 로우로우와 제조업체 로고가 나란히 박혀있다.

컴퓨터나 휴대폰에는 ‘인텔’이나 ‘퀄컴’ 등 부품 제조업체 로고가 붙어있다. 그러나 이는 부품업체가 독보적 기술력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어 이들 회사의 부품을 사용했다는 것이 곧 완제품의 품질을 보증하는 예외적인 경우다. 일본 지퍼 제조 기업 ‘와이케이케이’(YKK)도 그렇다. 이런 특수한 사례들을 빼면 수없이 많은 제조업체들은 자신의 이름을 새기지 못한 채 유명 브랜드에 제품을 납품한다.

이의현(35) 로우로우 대표는 “미국 패션업계를 살펴볼 기회가 있었다. 파슨스스쿨(뉴욕의 유명 디자인학교) 주변에서 단추나 지퍼, 원단을 전문으로 하는 업체를 한국 분들이 많이 운영한다. 세계적 브랜드들이 그분들과 함께 시작했는데, 브랜드만 슈퍼스타가 되고 그분들은 뛰어난 기술에도 불구하고 대접받지 못하는 게 서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브랜드 혼자 잘나서 성공한 게 아니지 않나. 제조업체들과 공을 나누고 그들을 빛나게 하는 게 브랜드와 디자인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초기에 가방으로 인기를 얻은 로우로우는 2년 전 명동과 홍대 앞에서 전시회를 열었다. 서울 장안동에서 로우로우 가방을 만드는 리치콜렉션 김원학씨의 40년 가방 제조 인생을 주로 소개했다. 신발을 출시할 때에는 페이스북과 누리집을 통해 1970~80년대 세계를 주름잡던 우리나라 신발산업 역사와 지금도 그 명맥을 잇는 제조업체 얘기를 알렸다.

5월 말 출시한 안경에 대한 소개는 ‘이것은 로우로우가 만든 안경이 아닙니다. 32년 동안 티타늄에 미친 분이 만들었습니다’라는 문구로 시작한다. 대한하이텍 박승영 대표가 티타늄 기술을 배우러 일본 공장에 들어가기 위해 바이어 행세도 해보고 취업도 했다는 얘기, 일본에 처음 수출해 번 돈을 전부 장비 개발에 쓴 얘기, 100% 티타늄으로 용접을 하는 독보적 기술에 대한 설명도 풀어놓았다.

이런 태도는 ‘팬덤’으로 이어졌다. 출시하자마자 48시간 만에 첫 물량이 온라인으로 매진돼 오프라인에서는 팔지도 못했다. 지금도 로우로우 안경을 사려면 한 달 넘게 기다려야 한다. 신발은 1년 만에 단 두 가지 스타일로 1만5천켤레가 팔렸다. 소비자들은 페이스북에 사용후기를 올리며 ‘자발적 영업사원’이 됐다. 창업자금 2천만원으로 시작한 로우로우는 몇 개 안 되는 제품군으로 수십억원대 매출을 올리는 강한 브랜드로 성장했다. 이 대표는 “신제품이라고 해도 세상에 아주 새로운 게 뭐가 있겠냐”며 “소비자들이 우리가 하는 이야기와 브랜드와 제품에 담고자 하는 의미를 좋게 여겨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로우로우 가방을 만드는 김원학씨는 “40년간 수많은 유명 브랜드에 납품했지만 이런 대접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그는 “보통 디자이너들은 고집이 강해 제조업체의 조언을 듣지 않는데 로우로우 디자이너들은 대화가 잘 통한다. 품질이 좋아질 수밖에 없다. 다른 브랜드들은 몇 시까지 본사로 들어오라고 하는데 로우로우 디자이너들은 자기들이 일주일에 몇 번씩 우리 공장으로 찾아온다. 2011년부터 지금까지 로우로우 사무실에 간 건 두어 번뿐”이라고 말했다.

안경을 만드는 박승영 대한하이텍 대표는 “제조업체 이름은 다들 숨기려 한다. 30년 동안 내 회사 이름을 새긴 안경은 이번이 처음이다. 로우로우가 홍보를 많이 해준 덕에 다른 도매상들로부터 전화가 많이 왔다. 경쟁업체에서 로우로우와 똑같이 만들 수 있냐는 문의도 받았지만 다 안 하겠다고 했다. 돈도 돈이지만 신뢰가 우선 아니냐. 우리를 믿고 대한하이텍 이름을 알려준 건데 딴마음을 먹을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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