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중진들이 한동훈 무소속 의원의 복당을 공개적으로 촉구하며 지원에 나서고 있다. 그간 친한(친한동훈)계 소장파를 중심으로 이뤄지던 한 의원의 복당 움직임에 당내 중진들까지 힘을 보태면서, 보수 진영의 권력 구도에도 변화가 감지된다.
특히 최근 '명태균 여론조사비 대납 의혹'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으며 정치적 부담을 덜어낸 오세훈 서울시장도 당내 접점을 넓히고 있다. '훈훈연대'로 불리는 두 사람이 2028년 총선을 앞두고 보수 진영의 주도권을 놓고 벌이는 경쟁도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왼쪽부터), 오세훈 서울시장, 한동훈 무소속 의원이 4일 서울 중구 소공동 더그랜드롯데 서울에서 열린 '2026 중앙포럼'에 참석해 함께 기념 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태호 국민의힘 4선 의원은 5일 페이스북에 "한동훈 전 대표의 전격 복당을 대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며 "분열은 무능이고 통합은 책무다"라고 강조했다.
김태호 의원은 이어 "중진들이 앞장서고 지도부가 결단해야 한다"며 "한 전 대표도 통합의 책임을 함께 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 의원의 복당을 당 지도부에 공식적으로 요구하며 중진들의 역할까지 강조한 것이다.
윤상현 국민의힘 5선 의원도 이날 국회에서 열린 중진 의원 모임을 전후해 기자들과 만나 오 시장과 한 의원,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에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까지 참여하는 '오동석장 연대'를 제안했다.
윤상현 의원은 모임에 참석하기 앞서 "보수통합의 플랫폼을 깔아줄 분은 장동혁 대표다"라며 장 대표가 통합 논의를 위한 연석회의를 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 대표가 역할을 하지 못한다면 중진들이 별도의 협의체를 구성해 논의에 나서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앞서 한 의원은 3일 국회에서 국민의힘 5선 중진인 김기현·윤상현 의원과 '정당개혁,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 토론회를 공동 개최했다. 행사에는 주호영·김석기·이만희·신성범 의원 등 중진과 친한계 의원을 포함해 국민의힘 의원 18명이 참석했다.
같은 날 오 시장 역시 국민의힘 서울시당과 서울시가 공동 주최한 정책토론회에 참석했다. 지난달 23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뒤 처음으로 국회를 찾은 자리로, 정점식 원내대표와 장 대표를 비롯해 의원 38명이 참석했다. 한 의원의 토론회에 참석했던 의원 13명도 오 시장의 행사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처럼 오 시장과 한 의원을 향한 당내 관심이 높아지면서 이른바 '훈훈연대'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두 사람의 관계가 협력으로만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오 시장과 한 의원 모두 강성 보수층을 넘어 중도·온건 보수층으로의 외연 확장을 강조해 왔다는 점에서 정치적 지향과 지지 기반이 상당 부분 겹치기 때문이다.
오 시장은 항소심 무죄 판결 이후 당내 의원들과의 접촉을 늘리며 보수 통합에 적극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한 의원 역시 무소속 신분이라는 제약 속에서도 중진들과의 접점을 확대하며 재기를 모색하고 있다.
당장은 장 대표의 강경 노선에 맞서 외연 확장이 필요하다는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지만, 차기 전당대회와 2028년 총선을 앞두고 보수 진영의 주도권을 누가 쥘 것인지를 두고는 이해관계가 엇갈릴 수 있다. '훈훈연대'라는 이름과 달리 두 사람 사이에도 경쟁 구도가 형성되고 있는 셈이다.
한편 장 대표로서는 난처한 상황에 놓였다. 한 의원의 복당에 부정적 태도를 유지해 왔지만, 당내 중진들까지 복당 논의를 촉구하면서 기존 입장을 고수하기가 부담스러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오 시장과 한 의원을 중심으로 보수 진영의 주도권 경쟁이 본격화할수록, 현직 당대표인 장 대표의 입지는 좁아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