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헌 SK텔레콤 대표이사 사장이 해킹 사고로 무너졌던 실적을 사고 이전 수준으로 되돌렸다. 하지만 배당을 예년 수준으로 되돌릴지에 대한 답은 내년으로 넘겼다.
대신 AI 데이터센터(AIDC) 투자에 우선순위를 두는 모습이다. 지난해 해킹 사고 여파로 하반기 배당을 건너뛰면서 주주 신뢰 회복이 과제로 남은 상황에서, AIDC 투자와 주주환원 사이 균형을 잡는 일이 정 사장의 숙제로 떠오르고 있다.
정재헌 SK텔레콤 대표이사 사장이 해킹 사고로 무너졌던 실적을 사고 이전 수준으로 되돌렸다. 하지만 배당을 예년 수준으로 되돌릴지에 대한 답은 내년으로 넘겼다. 사진은 정 사장이 10월8일 서울 중구 SKT타워에서 열린 구성원 대상 타운홀에서 발표하는 모습. ⓒSK텔레콤
11월5일 통신 및 증권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이 4일 3분기 실적발표에서 배당 유지 방침을 밝히면서 당분간 배당 확대보다 AIDC 투자에 무게가 실릴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SK텔레콤 실적은 올해 들어 해킹 사고 이전 수준을 회복했단 평가를 받았다. 올해 3분기 연결 기준 매출 4조4973억 원, 영업이익 5523억 원을 거둬 영업이익이 3개 분기 연속 5천억 원대를 이어갔다.
해킹 사고 여파로 484억 원에 그쳤던 2025년 3분기와 비교하면 영업이익이 1040.3% 늘었고, 사고 전인 2024년 3분기의 5333억 원도 웃돌았다.
배당 회복은 회사가 스스로 내건 목표였다. 박종석 SK텔레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콘퍼런스콜에서 "올해 초 (중략) 실적과 배당 수준을 회복해 나가겠다는 목표를 말씀드린 바 있다"고 말했다.
정 사장도 3월 정기주주총회 뒤 "실적이 회복되면 그간 추진해온 주주 친화적 정책도 당연히 회복되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김홍식 하나증권 연구원은 10월13일 보고서에서 "영업이익이 1조8천억 원이면 3320원, 2조 원이면 3540원이 예상된다"며 주당배당금(DPS)이 2024년 수준으로 돌아갈 것으로 봤다.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 평균은 1조9555억 원이다.
그러나 SK텔레콤은 배당 규모에 관해 확정적 표현을 아꼈다. 2024~2026년 3개년 주주환원 정책이 올해로 끝나지만, 박 CFO는 "차기 주주환원 정책에 대해서는 이제 막 검토를 시작한 단계"라며 "늦어도 27년 1분기 배당을 결정하기 전까지는 시장에 설명드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이에 김아람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5일 보고서에서 "경영진은 실적발표에서 향후 자본 배치 우선순위를 추가 주주환원보다 데이터센터에 둘 것임을 시사"했다고 바라봤다.
3분기 배당은 1·2분기와 같은 주당 830원이다. 2024년에는 분기마다 830원씩 세 차례에 기말배당 1050원을 더해 연간 3540원을 배당했다. 올해 배당이 2024년 수준으로 돌아갈지는 내년 초 결정될 기말배당에 달렸다.
AIDC 사업은 실제 투자 단계에 들어섰다. SK텔레콤은 이번 실적발표에서 AIDC 개발 자회사 SK하이퍼의 3분기 시설투자(CAPEX)가 1486억 원이라고 처음 공개했다.
SK텔레콤과 SK브로드밴드의 시설투자 4614억 원과 별도로 집계한 금액으로, 7월 SK하이퍼 설립 때 출자한 3300억 원의 45%에 해당한다. SK텔레콤은 2030년까지 SK하이퍼에 최대 7500억 원을 출자하기로 약정했다.
이찬영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5일 보고서에서 "SK그룹의 GW(기가와트)급 데이터센터 구축 계획이 실제 투자 단계로 진입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라고 평가했다.
박 CFO는 "투자비 상당 부분은 재무적 투자자 등 외부 자금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당사의 직접 투자 부담을 줄이겠다"면서도 "외부 자금을 활용하더라도 당사가 부담해야 하는 자금은 일정 부분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앞으로 들어올 목돈도 투자 재원으로 먼저 거론된다. SK텔레콤이 SK호라이즌 지분을 팔아 내년 3월 받을 예정인 1조8811억 원의 공시상 처분 목적은 '성장사업 투자재원 확보'다.
앤트로픽 지분 매각 재원을 주주환원에 쓸지 묻는 질문에도 박 CFO는 "AI 데이터센터를 비롯한 중장기 투자 계획과 실제 자금 소요, 재무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주주가치 제고에 가장 효과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방향으로 결정할 예정"이라며 확답하지 않았다.
SK텔레콤은 지난해 해킹 사고 뒤 '실적 및 경영환경 변화'를 이유로 3분기와 기말배당을 하지 않았다. 2025년 주당배당금은 1660원으로 전년도 3540원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당시 일부 증권사는 해킹 관련 비용을 일회성으로 보고 배당이 유지될 것으로 내다봤다. 김홍식 하나증권 연구원은 2025년 7월9일 보고서에서 "원칙상 SK텔레콤 배당 산정 기준은 일회성 손익 제거 후 연결 순이익 기준"이라며 해킹 사고 관련 피해가 배당 감소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SK텔레콤의 주주환원 정책에도 같은 기준이 담겨 있다. 회사는 2024년 4월 2024~2026년 매년 연결 기준 조정 당기순이익의 50% 이상을 주주에게 돌려주는 정책을 공시했다. 조정 당기순이익은 일회성 비경상 손익을 제외한 지배주주순이익을 뜻한다.
그러나 SK텔레콤은 '실적 및 경영환경 변화'를 이유로 2025년 3분기와 기말배당을 실시하지 않았다. 정책의 기준이 되는 2025년 조정 당기순이익 규모는 따로 공개하지 않았다.
정원석 신영증권 연구원은 SK텔레콤이 미배당을 발표한 직후인 2025년 10월31일 보고서에서 "이번 배당 미시행으로 주주환원 기조에 대한 신뢰가 낮아졌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