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김민석 민주당 대표의 취임 100일을 앞두고 조국혁신당과의 합당을 재차 주장하며 자신의 정치적 역할을 예고하자 친석계에서 공개적 반발이 나왔다.
앞서 유시민 작가와 조국 조국혁신당 혁신정책연구원장도 김 대표를 향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면서, 불과 며칠 사이 김민석 지도부를 둘러싼 압박이 거세지는 모습이다.
민주당이 일부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에 뒤지는 가운데, 취임 100일을 기점으로 당권을 둘러싼 갈등이 다시 격화할지 주목된다.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월3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의 성공적 개최를 위한 국회·정부·조직위원회 공동선언문 선포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2일 정치권 움직임을 종합하면, 김민석 대표의 취임 100일이 오는 24일로 다가오면서 지도부를 둘러싼 공방이 본격화하는 양상이다. 김 대표가 취임 100일 안에 당 지지율을 10%포인트 끌어올리겠다고 약속한 데다, 최근 일부 여론조사에서 민주당이 국민의힘에 뒤지는 결과까지 나오면서 지도부의 성과에 대한 평가가 당내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정청래 의원은 지난달 31일 유튜브 채널 '박시영TV'에 출연해 김 대표의 취임 100일 이후 자신의 행보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김 대표가 취임 100일 안에 당 지지율을 10%포인트 올리겠다고 약속했던 사실을 거론하며 "100일 정도 되면 성과, 지지율, 여러가지 평 등이 판가름이 날 것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이어 "그때 어떤 깃발을 들고 깃발에 어떤 글을 쓸지 하나하나 생각하고 글을 써놓고 있다"고 말했다. 지도부의 성과를 평가한 뒤 정치 행보에 본격적으로 나설 가능성을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정 의원이 같은 방송에서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필요성을 재차 강조한 점도 눈길을 끈다. 그는 "조국혁신당과는 수십 년을 함께 살고 3년간 헤어져 산 것이다"라며 "저는 개인적으로 내년 1월까지 해야 한다, 마쳐야 한다. 제 개인적인 희망 사항이고 그것을 위해서 제가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왼쪽)과 신장식 조국혁신당 대표가 10월28일 국회 박물관에서 열린 '10·28 건대항쟁 40주년 기념 국가폭력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한 국회 토론회'에 참석해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 의원은 7월 전당대회 국면에서도 민주당의 전통적 핵심 지지층을 하나로 묶는 데 자신이 적임자라고 주장했다. 당시 김 대표가 중도·보수층까지 아우르는 외연 확장을 강조한 것과 달리, 정 의원은 핵심 지지층의 이탈을 막고 결집시키는 것이 우선이라는 입장을 내세웠다. 전통적 지지층 결집을 강조해 온 정 의원이 다시 합당론을 꺼내 들면서, 김민석 지도부와의 당내 주도권 경쟁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러나 정 의원이 다시 합당 시한까지 제시하고 나서자 친석계에서도 불쾌감을 드러냈다.
김 대표가 구성한 대통합추진단에서 조국혁신당 연대분과 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해식 민주당 의원은 1일 페이스북에서 지방선거 전 합당이 무산되면서 주요 지역에서 패배한 데 정 의원이 책임이 있다는 취지로 비판했다. 그러면서 "그 책임에서 결코 자유롭지 않은 정청래 전 대표께서 다시 이렇게 선지자처럼 불쑥 시한을 정하면 합당을 추진한다 해도 그에 도움이 될까, 방해가 될까"라고 반문했다.
이어 "차기에 당의 간판이 되려 하거나 대권에 나서려 하는 사람들은 무엇을 하려 하기보다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할 것인지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지원 민주당 의원도 정 의원의 행보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박 의원은 이날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깃발은 무슨 깃발을 드느냐. 홍위병 깃발을 들겠느냐, 태극기 깃발을 들겠느냐"라고 반문했다.
또 "100일도 안 된 당대표를 흔들 게 아니라 백지장도 맞들어서 좀 도와줘서 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김 대표에게 힘을 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를 향한 비판은 정 의원에게서만 나온 것이 아니다. 유 작가는 지난달 28일 역시 '박시영TV'에 출연해 "당대표가 '민티07(민주당 공식 유튜브 채널)' 같은 것을 만들어서 계속 진영을 박살내는 데 앞장서고 있지 않느냐"고 주장했다. 나아가 "그렇게 멀지 않은 미래에 당원들이 다시 한번 주권을 행사해야 되는 상황이 올 수도 있을 것이다"라고 언급하면서, 김 대표 체제의 지속 가능성까지 문제 삼았다.
유 작가의 조국혁신당을 바라보는 시각도 달라졌다. 그는 조국혁신당이 과거 민주진보 진영의 '쇄빙선'이었다면 이제는 '구명정'이자 '노아의 방주'가 돼 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유시민 작가가 10월29일 유튜브 채널 박시영TV에 나와 발언하고 있다. ⓒ박시영TV
이어 "민주당의 노선이나 가치에 실망했거나 불안해하는 지지층이 당을 떠나 피난처처럼 조국혁신당을 선택하고 있는 흐름이다"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의 지지율 하락과 조국혁신당의 존재감 확대를 연결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김 대표는 유 작가의 비판에 대응을 자제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지난달 29일 '민티07'에 출연해 "일일이 논평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며 "당 내외가 어려운데, 이럴 때 가장 좋은 것은 가급적 분열의 언어에 분열의 언어로 답하지 않는 것이다"라고 밝혔다.
또 '민티07'에 대한 비판에는 "당의 공식 방송을 잘 출범시킨 것 아니겠느냐"며 "이런 부분까지도 어떤 정파적 시각, 또는 계파적 시각, 그런 관점에서 볼 필요는 없지 않은가 생각한다"고 반박했다.
조 원장 역시 김 대표를 향한 비판에 가세한 상태다. 그는 지난달 25일 페이스북에 "무기력한 민주당이 위기를 만들었고 이는 민주개혁 진영의 위기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김 대표는 갈라치기 정치와 개혁 후퇴에 대한 성찰과 사과로 진영 내부의 힘부터 하나로 모아야 할 것이다"라고 촉구했다.
실제로 이날 발표된 아시아경제·리얼미터 정당 지지도 조사에서 국민의힘은 40.2%, 민주당은 38.3%를 기록했다. 두 정당의 격차는 오차범위 이내인 1.9%포인트로, 민주당은 전주보다 2.3%포인트 상승했지만 국민의힘을 앞서지는 못했다. 반면 조국혁신당은 전주보다 1.4%포인트 상승한 8.1%로, 2024년 11월 첫째 주 이후 약 2년 만에 가장 높은 지지율을 기록했다.
다른 조사에서도 민주당이 국민의힘에 뒤지는 결과가 나왔다. 지난달 28일 발표된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조사에서는 민주당 31.5%, 국민의힘 40.5%로 양당 격차가 9.0%포인트까지 벌어졌다. 지난달 22일 공개된 미디어토마토 조사에서도 민주당은 36.2%, 국민의힘은 37.2%를 기록했다. 특히 이 조사에서 조국혁신당 지지율은 9.0%로 나타났다.
이처럼 유 작가와 정 의원, 조 원장이 불과 며칠 사이 김 대표를 향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면서, 민주당의 당권을 둘러싼 신경전도 다시 격화하는 모습이다. 세 사람이 공식적으로 공동 대응에 나선 것은 아니지만, 김 대표의 당 운영 방식에 문제를 제기하고 여권의 분열과 지지층 결집 문제에 대한 책임을 묻는다는 점에서 비판의 방향이 하나로 모이고 있다.
당장 이번 주로 예정된 민주당의 신천지 집단 입당 의혹 조사 결과 보고도 변수다. 김 대표가 전당대회 당시 제기한 '반명·분열주의·신천지 3자 비밀연합' 의혹을 둘러싸고 친청(친정청래)계는 조사 결과의 공개를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다.
기사에 인용된 리얼미터의 10월 다섯째 주 정당 지지도 조사는 아시아경제 의뢰로 지난달 29~30일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5명을 대상으로 무작위 생성 무선전화번호를 활용한 자동응답 방식으로 실시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응답률은 3.0%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의 10월 다섯째 주 정기 여론조사는 지난달 26~27일 전국 18세 이상 남녀 1천 명을 대상으로 자체 실시됐다. 휴대전화 가상번호를 활용한 무선 자동응답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응답률은 5.7%다.
미디어토마토의 201차 정기 여론조사는 뉴스토마토 의뢰로 지난달 19~20일 전국 18세 이상 성인 남녀 1033명을 대상으로 무작위 생성 무선전화번호를 활용한 자동응답 방식으로 실시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0%포인트, 응답률은 2.2%다. 자세한 조사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