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장식 조국혁신당 대표가 정부·여당의 사법개혁을 소설 '동물농장'에 빗대 비판한 현직 판사를 향해 "적반하장"이라고 맞받았다. 해당 판사의 글에 현직 법원장까지 동조하면서 사법부 내부의 반발이 이어지는 가운데, 신장식 대표는 오히려 조희대 대법원장 탄핵을 서둘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오는 5일 국회 본회의에서 탄핵소추안을 가결해야 한다며 더불어민주당의 결단까지 촉구했다.
신장식 조국혁신당 대표(왼쪽)가 2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신 대표는 2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정작 동물농장 속 돼지들을 닮은 이들은 따로 있다"며 "대법원장부터 판사까지, 사법부 독립이라는 만능 방패 뒤에 숨었다"고 밝혔다.
이어 "법관의 독립은 주권자인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하기 위한 수단이지, 주권자 위에 군림하거나 민주적 통제에서 벗어나라는 면죄부가 아니다"라며 사법부가 독립을 명분으로 국회의 정당한 권한 행사까지 부정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번 공방은 성찬용 인천지방법원 부천지원 판사(사법연수원 44기)가 지난달 30일 법원 내부망인 코트넷에 '소설 동물농장에 관하여'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면서 시작됐다.
성 판사는 검찰청 폐지와 대법관 증원, 법왜곡죄 신설, 재판소원 도입, 조 대법원장에 대한 탄핵·국정조사 추진 등을 거론하며 "단 한 줄로 요약 되어버린 동물 칠계명이 떠오른다"고 주장했다. 이 소설은 평등을 내세워 권력을 잡은 돼지들이 다른 동물들을 지배하면서 스스로 특권층이 되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성 판사는 사법부의 독립이 위태로운 상황이라고 주장하면서 "그럼에도 정작 법원 내부는 너무나 조용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부당한 공격에 대해서는 당당하게 맞서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다른 법관들의 대응을 촉구했다.
성 판사의 주장에 현직 법원장도 힘을 실었다. 조미연 청주지방법원장(사법연수원 27기)은 지난달 31일 해당 게시글에 실명 댓글을 달고 조 대법원장에 대한 국정조사 추진을 비판했다.
조 법원장은 "자신들의 입맛에 맞지 않는 판결이 선고되자 국정조사를 추진한다고 한다"며 여권을 비판했다. 이어 개별 사건을 맡은 판사가 대법원장의 지시에 따라 판단한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면 "그렇다면 저를 비롯한 전체 판사를 모욕하는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특히 "우리가 조용히 있는 사이 우리도 검찰처럼 공중분해 되지 않는다고 어찌 장담할 수 있겠나"라고 우려했다. 법관들이 국정감사에 소환되거나 법왜곡죄로 재판받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며 "이제는 목소리를 낼 때이다. 더 이상은 안 된다"고 강조했다.
법원 내부의 반발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한윤옥 창원지방법원 밀양지원장(사법연수원 35기)도 이날 코트넷에 댓글을 달고 "성 판사님의 용기에 경의를 표시한다"고 밝혔다. 이어 사법권 독립과 삼권분립이 정치권력에 의해 침해된다면 "민주주의라는 개념은 어떻게 포장할지라도 더 이상 시민의 것이 아닌 거대 정치권력의 통치 수단으로 전락하게 된다"고 우려했다.
그러나 신 대표는 이 같은 법관들의 움직임을 오히려 사법부의 특권 의식이 드러난 사례로 규정했다. 국회가 입법권과 국정감사권을 행사하는 것을 사법부에 대한 부당한 공격으로 받아들이면서, 정작 사법부 자신은 민주적 통제에서 벗어나려 한다는 주장이다.
민주당도 성 판사의 '동물농장' 비유를 공개적으로 반박했다. 조계원 민주당 대변인은 전날 서면브리핑에서 "국회의 입법권과 국정조사권은 헌법이 보장한 권한이다"라며 "사법부 독립과 국회의 사법부에 대한 민주적 통제는 서로 모순되는 개념도 아니다"라고 밝혔다.
조국 조국혁신당 혁신정책연구원장도 같은 날 페이스북에서 성 판사의 글을 비판했다. 조 원장은 해당 글을 "법조 엘리트의 속내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강변이다"라며 "참으로 오만하고 독선적인 비방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검찰 정치'가 끝나자 '법원 정치'가 진행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가운데 민주당은 조 대법원장에 대한 즉각적 탄핵보다 국정조사를 우선 추진하기로 한 상태다. 민주당은 오는 5일 국회 본회의에 국정조사 요구서를 보고하고, 이후 12일 또는 19일 본회의에서 국정조사 계획서를 의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반면 조국혁신당은 국정조사가 탄핵을 미루는 이유가 돼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신 대표는 이날도 "오는 5일 본회의 조희대 탄핵소추안 가결을 다시 한번 촉구한다. 민주당은 결단하라"고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