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사건 변호사로서 마약 사범들의 재판을 마치고 나면, 형기를 다 채우고 구치소에서 나온 의뢰인들에게서 반가운 연락이 오기도 한다.
대개는 홀가분한 대화를 나누지만, 마음 한편에는 의뢰인도, 그의 변호사인 나도 무거운 짐을 남겨 놓곤 한다.
마약 관련 재판을 받기 위해 법정에 들어서는 남성. 마약 중독에서 벗어나기 위한 싸움은 재판이 끝난 뒤에도 계속된다. AI 생성 이미지
법원은 마약 투약자들에게 징역형을 선고하여 수년간의 수감 생활을 명하거나, 때로는 단약 교육과 사회봉사를 조건으로 집행유예를 선고하기도 하고, 상당 기간 보호관찰을 받을 것을 명하기도 한다. 법원은 이들이 법정 문을 나서는 순간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 믿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기록된 지표들은 이런 안일한 믿음을 서늘하게 부순다.
지난해 마약류 중독으로 병원 치료를 받은 이는 1649명에 달하며 전년 대비 두 배나 급증했다. 그러나 퇴원 후 지역사회로 돌아와 다시 마약에 손대지 않도록 돕는 '사례관리'의 울타리 안에 들어간 인원은 고작 100명 안팎에 불과하다. 통계상으로 치료받은 환자의 단 10% 정도만이 보호망에 연결되어 있고, 나머지 90%가량은 아무런 안전장치 없이 홀로 세상에 남겨진다는 뜻이다.
'단약(斷藥)'은 의학적 처치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구치소, 보호관찰소, 때로는 병원의 통제된 환경을 벗어나 익숙하고 위태로운 일상으로 돌아왔을 때 이들을 다시 무너뜨리는 것은 영화 속 한 장면 같은 거창한 유혹이 아니라 지독한 고립감이다. 가족과 사회의 관심과 지속적인 지원이 없다면, 외로움 속에서 단약에 성공하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왜 이토록 많은 마약 투약자들이 방치되고 있을까.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보면 문제는 결국 헐거운 시스템이다. 여러 부처와 기관에 관련 기능이 파편화되어 있어 단절과 공백이 발생하고 무엇보다 병원을 나선 이들이 꾸준히 치료와 관리를 받도록 강제할 법적 근거가 전무하다. 치료를 스스로 중단하고 잠적해도 아무도 그들을 찾지 않는 구조 속에서 중독의 재발은 개인의 나약함을 넘어 시스템이 방조한 필연에 가깝다.
이는 내 책 '나는 왜 마약 변호사를 하는가'에서 줄곧 강조해 온 지점과 맞닿아 있다. 마약 중독은 수술로 종양을 도려내듯 끝낼 수 있는 급성 질환이 아니다. 그것은 평생을 안고 가며 관리해야 할 만성 질환이며, 진정한 의미의 회복은 격리된 공간이 아니라 그들이 살아갈 지역사회 안에서 일상을 감당해 낼 때 비로소 이루어진다.
내년부터 보건복지부가 기소유예나 집행유예를 받은 마약류 사범을 중독관리통합지원센터의 사례관리로 연계하는 시범사업을 추진한다고 한다. 다행스러운 첫걸음이지만 소수의 센터에 의존하는 임시방편을 넘어 전국 어디서나 이들을 붙잡아 줄 촘촘한 인력과 예산, 그리고 견고한 법적 테두리가 시급하다.
문 밖에서 투약자들이 맨정신으로 감당해 내야 할 치열하고 외로운 일상, 그 위태로운 걸음 곁에 사회라는 이름의 동반자가 서 있지 않는 한 처벌만으로 마약이라는 지난한 굴레를 끊어낼 방법은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