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친구, 연인과 함께 즐거운 추억을 쌓기 위해 찾는 놀이공원. 그곳에서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은 단연 짜릿한 놀이기구다. 육중한 기구에 몸을 맡긴 채 높은 공중에서 지상으로 곤두박질치는 순간, 아찔한 스릴과 함께 도파민이 솟구친다.
두려움 속에서도 마음껏 즐길 수 있는 이유는 몸을 안전하게 지켜주는 장치가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그러나 그 안전장치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면 꿈같던 순간은 순식간에 악몽으로 바뀔 수 있다.
'바이킹'을 타고 있는 사람들. AI로 생성한 이미지.
13일(현지시각) ABC방송에 따르면 미국 애틀랜타의 유명 놀이공원인 ‘식스플래그 오버 조지아’에서 롤러코스터 ‘골리앗’을 타던 남성이 추락해 사망했다. 목격자들은 해당 남성이 차량 밖으로 튕겨 나간 뒤 놀이기구에 여러 차례 부딪혔다고 전했다.
골리앗은 식스플래그를 대표하는 놀이기구 중 하나로, 최고 높이가 60m를 넘고 최고 속도는 시속 110㎞에 달한다. 주 정부와 경찰이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지만, 정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당시 놀이기구에 탑승했던 승객들은 안전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듯한 상황을 겪었다고 증언했다. 한 승객은 “안전장치가 풀렸다가 다시 잠기는 것처럼 계속 딸깍거렸다. 숨을 쉴 수 없었다. 아무도 숨을 쉬지 못했다. 모두 비명을 지르고 울면서 난리가 났다”고 당시의 긴박했던 상황을 전했다.
월미도 바이킹... 스릴과 안전 사이
2024년 폐쇄된 월미도를 대표하던 '원조바이킹. ⓒ온라인 커뮤니티
놀이기구 안전 문제는 미국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국내에서도 인천 월미도 일대 놀이공원의 안전성을 둘러싼 우려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라온 월미도 ‘바이킹 놀이동산’의 ‘원조바이킹’ 이용 후기에는 다른 놀이공원에서는 경험하기 어려운 강도 높은 스릴을 느낄 수 있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바이킹이 거의 직각에 가까운 각도까지 올라가고 운행 시간도 길다는 점이 대표적인 특징으로 꼽힌다.
그러나 이용객들이 언급하는 스릴의 원인이 반드시 놀이기구의 강렬한 움직임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오래된 시설에서 삐걱거리는 소리가 나거나 안전바가 몸에 밀착되지 않고 유격이 느껴져서 안전의 위협을 느꼈다는 후기도 찾아볼 수 있다.
실제로 월미도 일대 유원시설에서는 놀이기구에서 10세 여아가 추락한 사고와 40m 높이에서 기구가 추락해 5명이 다친 사고 등이 발생했다. 앞서 언급한 ‘원조바이킹’에서도 2015년 운행 중 안전바가 풀리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14명이 탑승한 가운데 6명이 타박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유원지는 2024년 9월 폐쇄된 상태였다.
월미도뿐 아니라 다른 국내 놀이공원에서도 운행 중 정지하거나 추락하는 사고가 반복됐다. 경주월드에서는 2022년 롤러코스터가 고공에서 멈추는 사고가 발생한 데 이어 2024년 놀이기구 추락 사고, 2026년 객차 추락 사고가 잇따랐다.
롯데월드에서는 2025년 10월 놀이기구 ‘혜성특급’이 오작동으로 운행 중 멈춰 승객 20여 명이 어두운 터널 안에서 구조됐다. 해당 기구는 2023년 11월에도 유사한 사고를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랜드에서도 2024년 7월 360도 회전하는 놀이기구 ‘엑스플라이어’가 17명을 태운 채 공중에서 멈춰 섰다.
반복되는 사고... 안전관리는 제대로 작동하고 있을까?
월미도 놀이공원 '마이랜드'. ⓒ한국관광공사
잇따른 사고에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도 안전 점검에 나섰다.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와 인천 중구청은 2018년 7월11일부터 17일까지 ‘월미도 유원시설 민관합동 특별점검’을 실시했다. 월미도 내 6개 유원시설업체가 운영하는 놀이기구와 영업장 편의시설을 대상으로 진행한 점검에서는 놀이기구 85개에서 안전에 영향을 미치는 ‘개선 필요’ 사항 54건과 ‘특이사항’ 68건이 확인됐다.
이후 월미도 일대 유원시설은 안전성검사를 연 1회 이상 받도록 하고, 최초 검사 후 10년이 지난 놀이기구는 검사 주기를 반기별 1회 이상으로 강화하는 등 안전관리 체계를 정비했다. 그러나 현재 검사 기준을 강화 이후에도 실효성 문제는 여전히 남아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최민희 더불어민주당 의원(경기 남양주시갑)이 인천경찰청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월미도 테마파크 일대에서는 최근 10년간 다양한 사고가 발생했다. 2018년에는 회전그네의 중앙 축대가 기울어 이용객 9명이 다쳤고, 2022년에는 슈퍼점프와 점프보트에서 이용객 추락 사고가 발생했다.
같은 기간 인천소방본부 119종합상황실에도 관련 사고 신고 51건이 접수됐다. 하지만 문체부에 보고된 ‘중대한 사고’는 2025년 10월9일 발생한 ‘썬드롭’ 추락 사고 1건에 그쳤다.
이는 관광진흥법 시행령이 규정한 중대한 사고의 범위가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현행 기준은 사망이나 의식불명, 사고 발생 후 3일 이내에 실시한 진단 결과 2주 이상의 입원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가 3명 이상 발생한 경우 등을 중대한 사고로 규정한다. 이 기준에 해당하지 않는 사고는 문체부에 의무적으로 보고해야 하는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
결국 법령상 중대한 사고로 분류되지 않으면 문체부가 사고 사실을 공식적으로 파악하고 후속 조사에 개입할 통로도 제한된다.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법정 보고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관리·감독 주체인 문체부가 이를 제때 인지하기 어려운 구조다.
문체부 역시 그 밖의 사고에 대해서는 “지자체나 문체부도 대부분 언론 보도를 통해 알게 된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최 의원은 이러한 제도의 허점을 지적했다. 그는 “놀이기구에서 사람이 추락하고 9명의 이용객이 다쳐도 법에서 정한 기준에 해당하지 않으면 관리·감독 부처인 문체부가 공식적으로 사고 사실조차 보고받지 못하는 것이 현재의 제도”라고 말했다.
이어 “사고가 발생했다는 사실조차 모르면서 다음 안전성검사에서 해당 놀이기구를 집중적으로 살펴보겠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