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웅제약이 디지털 헬스케어를 핵심 성장동력으로 삼고 관련 기업에 대한 투자와 판권 확보를 확대하고 있다.
질환 선별과 환자 모니터링에서 디지털 치료, 병원 데이터 보호까지 사업 영역을 넓히며 의약품 사업 이외의 성장 기반을 구축하는 모습이다.
실제 국내 전통 제약사 중에서 디지털 헬스케어 생태계 구축에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이창재 대웅제약 대표이사 사장이 제시한 '디지털 헬스케어 매출 1조 원' 비전을 실현하기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 2025년 관련 매출은 509억 원, 2026년 상반기에도 327억 원에 그쳤다. 증권가에서는 올해 실적을 1천억 원 수준으로 보고 있다.
성장세는 뚜렷하지만, 확보한 기술을 의료현장에 정착시키고 지속적인 매출과 이익으로 연결하는 것이 당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창재 대웅제약 대표이사 사장 ⓒ 그래픽 허프포스트코리아
16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대웅제약은 최근 인천나은병원에 의료 데이터 분산 백업·복구 솔루션 '메디세이프'를 공급하는 계약을 맺었다. 대웅제약이 이 솔루션 공급 업체인 AI 기반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 '히포크랏랩스'와 국내 판권 계약을 체결한 뒤 첫 병원 공급 사례다.
메디세이프는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해 의료 데이터를 병원 내부 전산망과 분리된 환경에 분산 백업하고, 사이버 공격이나 전산 장애가 발생하면 데이터 복구를 지원하는 시스템이다.
대웅제약은 이번 계약과 공급으로 진단·치료·모니터링 중심이던 디지털 헬스케어 사업 영역을 '의료 데이터 보호 및 복구'까지 확대했다.
◆ 진단과 치료, 건강관리, 병원 업무까지 연결
대웅제약의 디지털 헬스케어 사업은 기능에 따라 △질환 선별 및 진단 보조 △생체신호 측정과 병동 모니터링 △만성질환 관리와 일상 건강관리 △디지털 치료기기 △병원 업무·데이터 인프라로 나눌 수 있다.
이 가운데 중심축은 병동 모니터링이다. 씨어스테크놀로지의 입원환자 모니터링 시스템 '씽크'가 대표적인 솔루션으로, 웨어러블 기기에서 수집한 환자 생체신호를 의료진이 지속적으로 관찰하도록 돕는다.
2026년 공개한 '올뉴씽크'는 씽크에다 아이쿱의 혈당 모니터링 솔루션 'CGM 라이브', 스카이랩스의 연속혈압 측정기 '카트원', 퍼즐에이아이의 음성인식 의무기록 '씨엘노트(CL Note)'까지 연계하는 통합 플랫폼을 지향한다.
개별 측정·검사 제품으로는 씨어스테크톨로지의 웨어러블 심전도 기기 '모비케어', 스카이랩스의 반지형 혈압측정기 '카트비피', 애보트의 연속혈당측정기 '프리스타일 리브레' 등이 있다. 질환 선별 분야에서는 아크의 AI 실명질환 진단 보조 솔루션 '위스키', 프로메디우스의 골다공증 위험 선별 솔루션 '오스테오시그널' 등을 공급한다.
치료 분야로도 발을 넓혔다. 9월 이모코그와 경도인지장애 디지털 치료기기 '코그테라' 및 인지기능 선별 솔루션 '코그스크린'의 국내 독점 영업·사업화 계약을 체결했다. 병원 업무 영역에서는 의료진의 음성을 문서화·요약하고 전자의무기록(EMR)과 연동하는 '씨엘노트'와, 이번에 새로 공급한 '메디세이프'가 있다.
이와 함께 '24시간 전 국민 건강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비전과 맞닿아 있는 만성질환 관리 플랫폼 '웰체크'와 '웰다'도 있다. 이 서비스는 대웅제약 관계사인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 '엠서클'이 개발·운영한다.
◆ 사업은 넓어졌지만, 현실과 목표 사이 괴리
대웅제약은 2월 디지털 헬스케어 비전 발표회에서 '씽크' 공급을 10만 병상 이상으로 확대하고 관련 사업 연 매출 3천억 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내놓았다. 이어 이 사장은 3월 언론 인터뷰에서 디지털 헬스케어 사업을 확대해 5년 안에 관련 매출 1조 원을 넘어설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목표와 현재 실적 사이에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 공개된 실적에 따르면 대웅제약의 디지털 헬스케어 매출은 2026년 1분기 170억 원, 2분기 157억 원으로 상반기 합계 327억 원이다. 각각 전년 동기 대비 52.4%, 26.6% 증가했지만 목표 수준에는 한참 모자란다.
대웅제약은 외부 전문기업의 기술과 자사의 병·의원 영업망을 결합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씨어스테크놀로지와 메디컬에이아이 등에 지분투자를 했고, 상반기에는 인메드데이터·티알·프로메디우스·아이쿱 등 AI·디지털 헬스케어 관련 4개사에 약 70억 원을 투자한 것으로 확인된다.
외부 기술을 발굴하는 창구도 지속 운영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이노베어 공모전'은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 유망 기업을 찾아 전략적 투자, 공동개발 기회를 검토하는 프로그램이다. 또 이노베어 공모전 등을 통해 발굴한 기업 12곳과 원팀을 이뤄 '데이터 기반의 토탈 헬스케어 서비스'를 공급하는 협력 생태계 모델 '대웅 얼라이언스'를 구축하기도 했다.
앞으로 이창재 사장은 이렇게 확보한 기술과 제품을 의료현장에서 실제로 쓰이는 통합 서비스로 만들고, 지속적인 매출과 이익으로 연결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협력사의 진단·측정·모니터링·치료 솔루션이 병원 시스템 안에서 함께 작동하도록 연결하고, 더 나아가 실제 도입과 처방, 사용이 확대되도록 영업력을 발휘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매출 1조 원 실현 가능성도 디지털 헬스케어 제품과 솔루션이 얼마나 의료현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해 매출과 이익으로 실현되느냐에 달려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