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곳곳에서 청년층의 분노가 거리로 쏟아지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교육 환경 개선을 요구하는 시위가, 스페인에서는 주택난에 항의하는 시위가 확산하고 있다. 이웃 국가들에서도 유사한 문제를 둘러싼 시위와 연대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 10월8일(현지시각) 프랑스 바스티유 광장에 오른 시위대. ⓒEPA=연합뉴스
14일(현지시각) AFP통신 등을 종합하면 지난 13일 프랑스 전역에서 열린 교육 환경 개선 촉구 시위에는 학생과 학부모, 교사, 노동조합원 등 16만1500명(정부 추산)이 참여했다. 시위는 대체로 평화롭게 진행됐지만 파리와 리옹 등 일부 지역에서는 시위대와 경찰이 충돌했다.
이 시위는 지난 9월21일 프랑스 파리 남동부 교외 크레테유의 한 고등학교에서 교사 부족과 열악한 교육 환경에 항의하며 시작돼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다른 학교로 빠르게 확산하며 전국적인 움직임으로 번졌다.
일부 시위대는 '우리를 속이려 들면 1968년 5월을 보여주겠다'는 문구가 적힌 팻말을 들고 행진했다. 이는 프랑스 사회를 뒤흔든 '68혁명'을 연상시키는 구호다. 당시 학생들의 시위로 시작된 저항은 노동자들의 총파업으로 이어졌으며, 프랑스 전역에서 약 1천만 명이 파업에 참여해 사회·경제 기능이 사실상 마비됐다. 교육 환경 개선 요구를 넘어 정부를 향한 불만이 과거 대규모 사회운동을 소환할 만큼 커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스페인에서는 주택난에 항의하는 시위가 포르투갈 등 주변국으로 확산하고 있다. 지난 9월23일 80대 노인이 강제 퇴거당한 사건이 시위의 도화선이 됐다. 이후 스페인 의회가 세입자 보호 강화 등을 담은 긴급 주택 대책을 통과시키지 못하면서 불만은 더욱 커졌다. 시위는 전국 주요 도시로 확대됐으며, 참가자들은 팻말을 들고 치솟는 주거비와 경제적 부담을 호소했다.
두 시위는 교육과 주거라는 서로 다른 문제에서 출발했지만, 국경을 넘어 확산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프랑스에서 제기된 교육 환경 개선 요구와 유사한 문제를 둘러싼 시위는 벨기에와 이탈리아 등에서도 나타났다. 스페인의 주거난 항의 움직임 역시 포르투갈과 아일랜드 등에서 연대 집회가 추진되는 계기가 됐다. 각국에서 제기된 불만이 개별 정책의 문제를 넘어 청년층의 삶을 둘러싼 공통된 위기로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이처럼 유럽 곳곳에서 시위가 확산하는 배경에는 각국의 재정 부담과 세대 간 자원 배분을 둘러싼 갈등이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국가채무가 늘고 금리 부담까지 커지면서 정부가 긴축 기조를 유지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교육과 주거 등 공공서비스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기 어렵다.
여기에 고령화가 심화하면서 조세와 복지제도를 둘러싼 세대 간 불균형 논란도 커지고 있다. 청년층이 주거와 교육, 복지 등 사회적 자원 배분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되고 있다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누적된 불만이 거리의 시위로 표출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