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2O 라이트의 'NEON'은 15일 오전 8시 기준 멜론과 벅스에서 1위를 기록하며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음악방송 출연 한 번 없이 음원 차트 정상에 오른 것이다.
앞서 이수만 프로듀서는 12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24명의 신인 아이돌을 공개했다. 9인조 걸그룹 에이투오 라이트(A2O LITE)와 15인조 보이그룹 에이투오 소울(A2O SOUL)이다.
이 프로듀서는 2023년 3월 SM 지분을 매각하며 SM을 떠났다. 3년 동안 국내활동이 제한됐던 경업금지 기간이 2월 말에 종료된 뒤 7개월가량 만에 신인 아이돌을 내놓은 것이다.
이 프로듀서는 1세대 아이돌 에이치오티(H.O.T.)를 시작으로 K팝 산업의 흥행을 주도해 온 대표적 인물로 꼽힌다. 30년간 쌓아온 그의 기획력은 신인그룹 A2O를 통해 어떻게 이어지고 있을까
음악과 퍼포먼스로 SM만의 색깔을 만들다
그동안 유영진 작곡가가 대표적으로 선보인 SMP(SM 퍼포먼스)는 강렬한 음악과 극적인 전개, 사회적 메시지를 결합해 음악과 퍼포먼스가 어우러지는 SM 특유의 스타일을 만들어 왔다. 이러한 색깔은 음악을 듣는 경험을 넘어 무대 위 안무와 표정, 동작까지 감상하는 팬덤 문화와 맞물려 이어져 왔다. SM의 콘텐츠를 좋아하는 팬들을 가리키는 '핑크블러드(Pink Blood)'라는 표현도 이러한 팬덤을 보여준다.
A2O 라이트의 데뷔 무대 공개 이후, 온라인에서는 과거 SM 고유의 색깔을 떠올리는 반응이 나왔다. 노래 도입부에서 등장하는 멤버 아이찡은 데뷔 초 보아의 외모와 파워풀한 춤선을 연상시킨다는 평이다. 또 음악에서 에프엑스(f(x))를 떠올리는 팬들도 있었다. 한 유튜브 이용자는 "보아를 소녀시대 9명으로 모아서 에프엑스 노래를 들고 나왔다"는 댓글을 남겼다.
온라인에서는 "여자 아이돌을 좋아한 게 아니라 이수만을 좋아한 거였네"라는 취지의 반응도 나온다. 특정 아티스트를 향한 애정을 넘어 이수만이 만들어 온 음악과 퍼포먼스의 스타일 자체를 선호하는 팬들이 있다는 의미다.
이번 A2O 라이트의 음악은 K팝 흥행 공식과 사뭇 다른 방식이다.그동안 숏폼 플랫폼이 아이돌 홍보의 주요 창구로 자리 잡으면서 짧은 시간 안에 귀를 사로잡는 음악의 중요성도 커졌다. '이지리스닝'으로 대표되는 음악이 K팝의 주류로 자리 잡은 것이다. 이러한 흐름 가운데 이수만과 유영진은 강렬한 사운드와 극적인 전개, 긴 호흡의 퍼포먼스를 앞세운 SM 특유의 음악적 색깔을 신인 아이돌 A2O를 통해 다시 선보이고 있다.
3분이 넘는 곡에 댄스 브레이크와 브리지 구간을 배치한 점 역시 과거 ‘이수만표’ K팝을 연상시키는 3요소로 거론됐다. 한 이용자는 "뒤로 갈수록 쌓여서 터지는 사운드 이거 때문에 내가 스엠 좋아했었지"라고 썼고, 다른 이용자는 "케이팝 판에 없어졌던 것 이수만이 전부 다시 되살리는 중. 3분 넘어가는 노래와 댄스 브레이크, 브리지 파트까지"라며 반겼다.
유 작곡가 특유의 음악과 이 프로듀서가 기획해 온 콘셉트를 그리워하던 팬들에게 A2O 라이트의 등장은 과거의 음악적 경험을 환기하는 계기가 되는 것으로 보인다. 유튜브에 올라온 A2O 라이트 무대 영상에는 한국인 댓글이 가득하다. 다국적 멤버로 구성된 그룹임에도 한국인 온라인 이용자들이 과거 SM의 음악적 색깔을 알아보고 반응하는 모습이다.
최근 K팝 시장에서는 팬들과 함께 성장하는 '성장형 아이돌'과 꾸미지 않은 ‘자연스러움’이 주목받아 왔다. 멤버 개개인의 매력과 짧은 표정 연출, 엔딩 포즈 등이 화제를 모으는 가운데 A2O 라이트는 무대의 완성도를 앞세워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비트에 맞춰 동작을 세밀하게 끊어내는 고난도 안무와 오차 없는 칼군무, 강렬한 눈빛으로 무대를 장악한다. 이수만과 유영진이 다시 선보인 '완성형 아이돌'을 두고 인위적이라는 비판과 함께 탄탄한 기본기와 정교한 퍼포먼스가 돋보인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나온다.
세계관으로 아이돌 콘텐츠를 확장하다
이수만 프로듀서는 음악과 퍼포먼스를 넘어 아이돌에게 고유한 서사를 부여하며 음악과 이야기를 결합한 콘텐츠를 만들어왔다.
엑소(EXO)멤버들에게 초능력을 부여하고 에스파에게는 가상 자아인 '아바타'와 현실 세계의 멤버가 통신망을 통해 소통하며 서로 연결되는 서사를 선보였다. 이처럼 개별 아티스트의 콘셉트를 하나의 세계관으로 확장하는 방식은 SM 콘텐츠 기획의 특징으로 자리 잡았다.
이 프로듀서가 새롭게 선보인 A2O의 세계관 'A2O 코스믹 에픽'은 이러한 서사 중심 기획을 이어가는 사례다. 물질적으로 풍요롭지만 인간의 영혼과 감정이 점차 사라지는 세계에서 잃어버린 감정을 찾아가는 소년들과 새로운 빛을 만들어가는 소녀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남녀 그룹을 하나의 세계관으로 연결해 각 그룹의 음악과 활동을 공통된 서사 안에 배치했다.
기술과 콘텐츠를 합하다
이수만 프로듀서는 SM에서 에스파의 아바타와 SM문화 유니버스를 통해 기술을 아티스트의 정체성과 세계관에 연결하는 방향으로 확장했다. 기술을 공연 구현 수단에서 나아가 아이돌 콘텐츠의 서사와 경험을 넓히는 도구로 활용했다는 점에서 그의 전략을 살펴볼 수 있다.
A2O에는 아티스트를 더욱 생생하게 구현하는 첨단 기술 '4차원 가우시안 스플래팅(4DGS)'도 도입됐다. 4DGS는 수많은 입자를 활용해 인물의 움직임과 공간을 입체적으로 재현하는 기술로, 여러 시점에서 촬영한 영상을 조합해 새로운 각도의 화면까지 만들어낸다. 마치 눈앞에서 아티스트가 움직이는 듯한 입체적인 경험을 선사하는 셈이다.
다만 아티스트의 외형과 움직임을 디지털 콘텐츠로 재구성하는 과정에서 데이터의 이용 범위와 초상권 보장 등의 문제가 거론된다.
그룹명에서 드러나는 회사의 정체성
아티스트와 제작사의 관계를 보여주는 또 다른 대목은 그룹명이다. 'A2O 라이트'는 기획사 이름을 전면에 내세워 아티스트와 회사를 하나의 브랜드로 연결한다. 이는 그룹뿐 아니라 A2O라는 제작사 자체의 인지도를 높이려는 전략으로 해석할 수 있다. 다만 회사의 정체성이 강하게 드러나는 만큼 향후 그룹만의 독자적인 색깔을 어떻게 구축할지, 멤버 개개인의 개성이 어떻게 표현될지도 관건이다.
이 프로듀서는 쇼케이스에서 "A2O는 뭐가 다를까에 대해서 찾아내기 전에 보면서 '어? 좋다!' 라는 단어 하나, 그런 느낌만 가져가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향수를 불러내는 음악과 퍼포먼스로 시작된 이수만의 새로운 기획이 3040세대뿐 아니라 잘파세대에도 통할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