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자주 듣는 질문의 하나는 “럭셔리 브랜드는 대중적인 브랜드와 무엇이 다르냐?”이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필자가 생각하는 중요한 요소의 하나는 ‘스토리텔링’이다.
이것은 비슷한 가격대와 이미지의 브랜드 중에서 특정 브랜드를 선택하게 만드는 장치이자 브랜드를 감싸는 아우라와 같다. 한결같은 인기를 누리는 브랜드의 공통점이 ‘강력한 스토리텔링’의 존재라는 것은 몇 가지 예에서 쉽게 드러난다.
많은 이들의 선망의 대상인 샤넬은 가브리엘 샤넬 여사의 정신이 모든 제품에 스며들어 있다.
가브리엘 샤넬은 모험을 두려워하지 않고 선입견에 얽매이지 않았다. 여성들의 팔을 자유롭게 하기 위해 만든 ‘2.55 백’, 1920년대 처음으로 인공 향인 알데히드를 넣어 사람들을 충격에 빠뜨리게 했던 ‘No.5 향수’, 여성들이 활동적으로 생활할 수 있도록 제안한 저지 드레스 등이 있다.
베니스의 사자에서 영감을 받은 하이 주얼리 ‘리옹 솔레르 드 샤넬 컬렉션’ 중 리옹 솔레르 드 샤넬 링. ⓒ샤넬 코리아
가격이 높은 제품을 선뜻 집어들 수 있게 만든 배경에는 가브리엘 샤넬의 ‘도전 정신’도 한몫을 했다. 1932년 세계 최초로 선보인 하이 주얼리 컬렉션인 ‘비쥬 드 디아망’에 포함된 별 모티프는 가브리엘 샤넬이 어린 시절을 보냈던 오바진 수녀원에서 바라보던 하늘의 별에서 영감을 가져왔다고 전해진다.
사자를 모티프로 한 ‘리옹 솔레르 드 샤넬’ 하이 주얼리 컬렉션은 가브리엘 샤넬이 연인인 보이 카펠과 헤어지고 방문한 베니스에서 도시의 상징인 사자에 흥미를 느꼈다는 점과 그녀가 사자자리라는 사실로 이어진다. 창립자의 무수한 사연이 깃든 제품, 매력적이지 않나?
창립자가 사랑한 꽃이 과학의 힘을 통해 독창적인 성분으로 변신한 경우도 있다.
디올 화장품의 주원료로 자주 등장하는 장미는 디자이너 무슈 디올이 유독 사랑했던 꽃이다. 그의 고향인 프랑스 그랑빌의 저택에는 장미가 흐드러지게 피어 있다. 디올은 그랑빌의 장미를 7번의 개량 과정을 거쳐 4만여 종의 장미 중 하나를 스킨케어의 장미로 선택했다. 마치 무슈 디올에 대한 예우처럼 느껴질 정도다.
여행 가방으로 시작한 루이비통의 뿌리는 현재까지도 브랜드를 지탱하고 있다. 옷, 주얼리, 시계, 액세서리, 문구류에 이르기까지 루이비통 제품의 기저에는 ‘여행의 정신’이 자리하고 있다. 유명한 트렁크야 말할 것도 없고 루이비통은 1998년부터 각 도시의 명소와 정보를 담은 시티 가이드를 출판하여 여행의 동반자를 자처한다. 서울판도 2013년 발행되고 2019년에 개정판이 나온 바 있다.
영국 에드워드 7세가 1902년 대관식을 위해 까르띠에가 제작한 티아라에 감탄하여 ‘왕의 보석상, 보석상의 왕’이라 내린 근사한 별명은 지금까지도 까르띠에를 여타의 주얼리 브랜드와 구별하는 힘이 되어왔다는 것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스토리텔링이 중요하다고 급조한 이야기로 고객을 사로잡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면 금물이다. 켜켜이 쌓인 스토리가 부담스럽지 않게 적재적소에 제품과 어우러질 때 사람들은 홀린 듯 지갑을 연다. 럭셔리 브랜드가 대중적인 브랜드와 다른 점은 사람들에게 ‘오랜 시간 이야기로 엮은 꿈’을 팔고 있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