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신기술 개발에 저금리 대출과 보조금 등을 지원하면서 부채가 빠르게 늘고 있다. 정부 부채가 증가하는 가운데 내수 시장까지 둔화하면서 중국 경제는 수출에 의존하고 있다.
이는 한국의 대중국 수출과 해외 시장에서의 경쟁 여건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26년 9월30일 중국 베이징 톈안먼 광장에서 열린 순국열사의 날 기념식에서 인민영웅기념비를 향해 걸어가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월스트리트저널은 12일(현지 시각)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중국을 기술·군사 강국으로 만들기 위해 수조 달러를 쏟아붓고 있다"며 "그 결과 중국 경제를 위축시키고 교역 상대국에도 피해를 주는 위험한 부채 악순환이 초래됐다"고 보도했다.
◆시진핑 주석의 중국 굴기와 늘어나는 정부 부채
중국 정부는 정부 부채가 통제 가능한 수준이라고 주장한다. 2015년 이후 중국 중앙정부의 부채는 국내총생산(GDP)의 약 30% 수준에 머물렀다.
그러나 지방정부 부채까지 포함하면 상황이 달라진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공식 지방정부 차입금과 지방정부 산하 금융기관의 부채를 모두 포함한 중국의 정부 부채는 지난해 GDP 대비 127%까지 늘었다. 이는 2020년의 98%보다 크게 높아진 수치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근본적 문제는 지방정부 차원에서 발생하고 있다"며 "지방정부와 연계된 금융회사들이 지난 몇 년간 경제성장 목표를 달성하고 도시의 고용을 유지하기 위해 사업을 확장하면서 수조 달러에 달하는 신규 부채를 떠안았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들 회사 가운데 상당수가 지방의 부동산 개발 사업에 관여했으며, 중국의 부동산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큰 타격을 입었다는 것이다.
기업 부채도 문제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맥킨지에 따르면 2025년 중국의 기업 부채는 GDP 대비 약 170%로 세계 평균의 2배에 달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중국 정부의 기업 지원 정책 가운데 하나인 저금리 대출이 기업 부채 증가의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중국 중앙은행 자료에 따르면 2025년 말 기준 신규 기업 대출의 절반 이상이 우량 기업 고객에게 적용되는 은행의 기준금리보다 낮은 금리로 이뤄졌다. 중국 상장 제조업체들의 2025년 평균 대출 금리는 약 2.4%였다.
유럽 싱크탱크 메르카토르 중국연구소의 야콥 군터 경제 산업 프로그램 책임자는 월스트리트저널에 "중국 지방정부가 적자를 내는 기업을 살리기 위해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며 "하지만 기업이 적자를 낸다는 것은 과세 대상이 되는 이익이 없다는 뜻이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가 적자 기업에도 지원을 지속하면서 기업의 수익성이 개선되지 않고 부채가 늘어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으며, 이러한 현상은 특히 지방정부 차원에서 두드러진다는 것이다.
◆ 중국 내수 회복은 어려워지고 수출 의존도는 높아져 : 한국 기업의 부담도 커질 전망
월스트리트저널은 "많은 경제학자가 중국 정부가 가계 소비를 촉진하는 정책에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고 주장한다"고 전했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2024년 중국의 가계 소비는 GDP의 40%를 차지했지만 미국의 가계 소비 비중은 약 70%에 달했다.
중국 정부는 내수 진작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월스트리트저널은 목표 달성이 어려울 것으로 봤다. 시 주석이 미국과의 기술 격차를 줄이기 위해 우선적으로 투자해 온 분야에서 자금이 빠져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흐름은 한국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2025년 기준 중국은 한국의 전체 수출에서 18.4%를 차지한 최대 수출 상대국이다. 중국의 내수 부진이 장기화하면 한국의 대중국 수출이 감소해 무역수지에도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중국 경제는 내수 시장의 성장세가 둔화하면서 수출에 더 의존하고 있다. 메르카토르 중국연구소는 7월 보고서에서 "수출이 꾸준히 증가하면서 침체한 중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었다"고 분석했다.
이는 한국 기업들이 해외 시장에서 중국 기업들과 더욱 치열하게 경쟁해야 한다는 의미다. 여기에 각국이 중국산 제품의 유입을 막기 위해 보호무역 조치를 강화하면 한국 기업들도 그 여파를 받을 수 있다.
실제로 유럽연합(EU)은 중국산 하이브리드 차량의 수입 증가에 대응해 수입 하이브리드 차량 전반에 쿼터제를 도입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유럽 시장에 차량을 수출하는 현대자동차도 영향을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