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립 후 지난 24년 동안 늘 그래왔던 것처럼 도전의 발길을 멈추지 말고 진정한 종합금융그룹으로 도약해나가겠다."
최윤 OK금융그룹 회장이 2023년 10월 러시앤캐시의 대부업 면허 반납을 발표하면서 한 이야기다. 그룹의 모태가 된 대부업을 정리하고 새로운 금융업으로 영역을 넓히겠다는 뜻이었다.
3년 뒤 최 회장의 종합금융 구상이 보험사 인수 본계약으로 이어졌다. OK금융그룹은 예별손해보험 인수를 추진하며 저축은행과 캐피탈에 손해보험을 더하는 사업구조를 준비하고 있다.
특기할 만한 점은 사업 확장에 필요한 투자 규모가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예별손보의 실적 악화로 당초 계획보다 1100억 원 이상의 추가 자금 투입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향후 투자자금을 앞당겨 집행하는 방안까지 논의하고 있다.
최 회장은 부실 저축은행을 인수해 그룹의 주요 사업으로 키웠던 경험을 보험업에서도 이어가려 하고 있다. 다만 보험사 운영은 그룹의 첫 도전인 만큼, 자본 확충과 함께 보험업을 이끌 경영진과 영업·리스크관리 조직을 갖추는 일이 과제로 놓여 있다.
최윤 OK금융그룹 회장의 '종합금융그룹' 구상이 예별손보 인수를 통해 구체화되고 있다. ⓒ그래픽 허프포스트코리아
◆ OK금융그룹 '종합금융' 위한 최우선 과제는 예별손보 '정상화'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예별손보 인수 이후 OK금융그룹의 최우선 과제는 예별손보 자본 확충을 통한 재무건전성 회복이 될 것으로 보인다.
OK금융그룹은 예금보험공사(예보)의 자금지원과 자체 자본 확충을 통해 예별손보의 지급여력비율(K-ICS) 등 주요 건전성 지표를 금융당국 기준 이상으로 높일 계획을 세우고 있다.
예별손보는 올해 2분기에 1335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으며 6월 말 기준 자본총계는 -5702억 원으로 완전자본잠식 상태다. 경과조치 적용 전 K-ICS 비율도 지난해 말 -13.53%에서 6월 말 -35.03%로 악화했다.
K-ICS는 보험사가 예상하지 못한 손실에 대비해 확보한 가용자본을 요구자본으로 나눈 비율로, 보험금 지급 능력을 보여주는 건전성 지표다.
일반 보험사의 K-ICS 최소 유지 기준은 100%, 금융당국의 권고 수준은 130%다. 예별손보는 가교보험사로 출범하면서 해당 비율 유지 요건에 예외를 인정받았지만, 인수 이후 정상적으로 보험영업을 추진하려면 재무건전성 회복이 필요하다.
예보는 예별손보 정상화를 위해 1조 원 이상의 자금을 지원할 것으로 알려졌다. OK금융그룹은 예보의 자금지원에 자체 자본 확충을 더해 재무건전성을 회복할 계획을 세웠다. 예보는 대주주 변경승인 등 인수에 필요한 절차가 완료되면 계약에 따른 자금지원을 실행하게 된다.
다만 OK금융그룹은 예별손보의 실적 악화로 당초 계획보다 1100억 원 이상의 추가 자금 투입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향후 예정된 대규모 투자자금의 집행 시기를 앞당기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OK금융그룹 계열사인 OK넥스트는 이에 앞서 7일 예보와 예별손보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했다. 예별손보는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된 MG손해보험의 보험계약을 넘겨받아 출범한 가교보험사다.
◆ 보험업 첫 도전, CEO부터 영업·리스크관리까지 전문인력 확보 과제
최 회장이 OK금융그룹의 종합금융 전략을 이어가기 위해 준비해야 할 또 다른 부분은 전문 경영진과 영업조직이다.
예별손보는 기존 보험계약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예보가 출자해 만든 회사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7월 예별손보에 보험업 조건부 허가를 내주면서 업무 범위를 MG손보에서 이전받은 보험계약의 유지·관리로 한정했다.
보험업을 그룹의 새로운 사업으로 키우려면 기존 계약에서 발생하는 손실을 관리하면서 신규 영업을 확대할 인력과 조직도 확보해야 한다. 보험 전문 경영진을 구성하고 상품개발과 판매, 보험계약의 위험을 관리할 역량을 갖추는 일이 인수 이후 중요한 과제로 꼽히는 이유다.
OK금융그룹은 주식매매계약 체결을 계기로 실무 태스크포스를 구성하고 경영 정상화와 영업 확대를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OK금융그룹은 현재 약 260명인 예별손보 인력을 500~600명 규모로 확대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채용 범위에는 최고경영자(CEO)부터 실무 직원, 영업과 리스크관리 인력이 모두 포함된다. 경영진과 현장 조직을 함께 보강해 보험사 운영 기반을 갖추겠다는 것이다.
다만 인력과 조직을 확보하는 것만으로 신규 보험영업을 시작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예별손보는 현재 기존 보험계약의 유지·관리만 허용된 가교보험사인 만큼, 신규 영업을 위해서는 금융당국의 허가 조건 변경 등 관련 절차도 거쳐야 한다.
◆ 대부업에서 저축은행·캐피탈로, 최윤이 사업 넓혀온 인수 경험 예별손보에도 적용될까
최 회장은 이번 인수를 직접 주도하며 적극적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거래가 마무리되면 OK금융그룹은 저축은행과 캐피탈에 이어 손해보험업으로 사업영역을 넓히게 된다.
최 회장이 예별손보 인수를 추진하는 배경에는 종합금융그룹으로의 사업 확장 구상과 과거 부실 금융회사를 인수해 성장시킨 경험이 함께 놓여 있다.
1963년생 재일동포 3세인 최 회장은 2004년 재일동포 상공인들과 함께 구성한 컨소시엄으로 A&O그룹 계열사를 인수했다. 이후 러시앤캐시를 중심으로 소비자금융 사업을 키웠다.
사업구조의 전환점은 2014년이었다. 예주·예나래저축은행을 인수해 OK저축은행을 출범시키면서 저축은행업으로 진출했다. 2016년에는 한국씨티그룹캐피탈 인수로 OK캐피탈을 출범시켰다.
2019년에는 아프로서비스그룹에서 OK금융그룹으로 이름을 바꿨다. 2023년 러시앤캐시의 대부업 면허 반납을 발표할 때는 새로운 금융회사 인수를 통한 사업 다각화를 그룹의 향후 방향으로 제시했다. 실제로 이번 예별손보 인수 주체인 OK넥스트는 러시앤캐시를 운영하던 아프로파이낸셜대부가 대부업 철수 이후 사명을 변경한 회사다.
당시 OK금융그룹은 금융회사 인수·합병 과정에서 걸림돌이 됐던 대부업을 조기에 정리하고 종합금융그룹으로 도약하려는 최 회장의 의지가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확장 과정에서 인수한 OK저축은행은 현재 자산 규모 기준 업계 2위로 성장했다. OK금융그룹은 이번 인수 발표에서 그룹의 저축은행 인수·정상화 경험을 강조하며 이를 예별손보에도 활용하겠다는 뜻을 보이고 있다.
현재 OK금융그룹의 예별손보 인수 절차는 금융위원회의 대주주 변경승인 등을 남겨두고 있다. 예보는 필요한 절차가 완료되면 자금지원을 실행하고 OK넥스트와 지분을 매매해 거래를 종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