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중공업이 하반기 들어 HD현대중공업, 한화오션 등 국내 경쟁사와 비교해 차별화된 수익성을 보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삼성중공업은 환율 변동에 따른 위험을 줄이는 100% 환헤지 전략을 고수하고 있는데 이는 환율 하락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상황에서 삼성중공업에 강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최성안 삼성중공업 대표이사 부회장은 환헤지 전략을 통해 실적 변동성을 최소화할 수 있게 됐다. 올해 남은 기간 일감 확보에 전념할 기반이 마련된 셈이다.
최 부회장은 올해 4년 만의 수주목표 달성과 부유식 데이터센터(FDC) 수주 선점이라는 결과물을 얻는 데 힘쓸 것으로 예상된다.
최성안 삼성중공업 대표이사 부회장이 환율 하락 국면에서 환헤지 전략을 통해 확보한 실적 안정성을 수주성과로 이어갈지 주목된다. ⓒ삼성중공업
13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삼성중공업이 3분기 국내 다른 조선사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우수한 실적을 거둘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DS투자증권은 이날 삼성중공업의 3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을 3791억 원으로 추산했다.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50% 증가한 것이다. 특히 직전 2분기보다 17% 늘어난 수치로 이 점에서 다른 조선사와 차별화된다. 환율 하락 국면에서 환헤지 전략의 효과가 부각되기 때문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전날 기준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의 3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 추정치는 각각 1조70억 원과 5633억 원이다. 두 조선사 모두 2분기보다 영업이익이 하락하는 수치다. 반면 삼성중공업의 3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3446억 원이다. 이날 DS투자증권의 예측까지 포함해 삼성중공업은 국내 조선3사 가운데 전분기와 비교해 유일하게 영업이익을 늘린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3분기부터 본격화된 환율 하락이 장기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조선업계 실적을 향한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3분기 삼성중공업 이외의 다른 조선사의 실적이 2분기보다 후퇴한 것으로 추산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원/달러 환율은 1분기 평균 1465원에서 2분기 평균 1502원까지 높아졌다. 2분기 평균 환율은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1분기의 1597원 이후 27년 만에 가장 높았다. 최고점은 1547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그러나 3분기 들어 환율은 하락 국면에 접어들었다. 분기 초반에는 최고 1553원을 기록하기도 했지만 3분기 평균으로 보면 1420원까지 낮아졌다. 2분기 말과 비교하면 3분기 말 환율은 200원 가까이 하락했는데 이 역시 1998년 4분기 이후 최대 하락 폭이다.
일반적으로 조선사는 계약금과 중도금에 이어 선박 인도 시점에 잔금을 수령하는데 이 잔금이 전체 금액의 절반이 넘는 ‘헤비테일’ 방식의 계약을 선주사와 체결한다.
선박을 건조해 인도할 때 받는 대금은 대부분 달러로 정해져 있다. 반면 국내에서 발생하는 인건비와 일부 기자재 비용은 원화로 지출된다.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같은 달러를 받아도 더 많은 원화를 확보하지만 반대 상황에서는 수익이 감소한다.
다만 삼성중공업은 예외다. 삼성중공업은 원/달러 환율 변동에 따른 실적 변화 폭을 최소화하는 계약 방식을 채택한다. 모든 계약에서 환율 변동과 관계없이 예상 가능한 금액을 수취할 수 있는 환헤지 전략을 취하는 것이다.
환헤지는 환율 변동에 따른 손실 위험을 줄이기 위해 금융상품을 활용해 미래의 환율을 미리 고정하거나 환율 변동의 영향을 상쇄하는 것을 말한다. 삼성중공업은 100% 환헤지 전략을 활용하고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은 환헤지 비중을 70%가량으로 두는 것으로 파악된다.
앞선 2분기처럼 환율 상승 국면에서는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열위에 놓이지만 지금처럼 환율이 하락하는 추세에서는 실적 하방 지지선을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삼성중공업의 보수적 전략은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방향인 셈이다.
김대성 DS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날 삼성중공업 분석보고서에서 “조업일수는 하계 휴가와 추석 연휴 등으로 전분기보다 9일 감소하지만 글로벌 오퍼레이션(해외 건조) 및 2도크 재가동이 이를 상쇄할 것”이라며 “게다가 삼성중공업은 100% 환헤지 정책을 유지하고 있어 환율 변동성이 확대되는 국면에서 경쟁사와 실적 격차는 점차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고 내다봤다.
최 부회장은 올해 초 설정한 삼성중공업 연간 매출목표 12조8천억 원에 근접한 성과를 거둘 것으로 예상되고 특히 영업이익도 하반기 환헤지 전략 효과 등에 힘입어 지난해보다 대폭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점쳐진다.
삼성중공업은 올해 연결기준 매출 12조7669억 원, 영업이익 1조3606억 원을 낼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보다 매출은 20%, 영업이익은 58% 뛰는 것이다.
삼성중공업은 올해 10월2일까지 신규수주 124억 달러를 거뒀다. 연간 수주목표 139억 달러의 89%를 채운 수치다. 15억 달러 규모의 일감을 추가로 확보하면 올해 수주목표를 달성하게 된다.
상선 부문에서는 수익성이 우수한 액화천연가스(LNG)운반선을 중심으로 수주 호조를 보이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10월2일까지 상선 부문 신규수주 80억 달러를 기록했는데 이는 연간 목표 57억 달러를 40% 초과 달성한 것이다.
해양 부문에서는 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생산·저장·하역설비(FLNG) 2기를 일감으로 확보하며 연간 목표 82억 달러의 54% 수준인 44억 달러를 신규수주했다.
상선 부문보다 상대적으로 저조하지만 올해 하반기 미국 ‘델핀 FLNG 2호기’ 수주 가능성이 높아 성과를 끌어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 계획에 포함돼 있던 ‘캐나다 웨스턴 FLNG’가 내년 초로 수주 시점이 밀릴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지만 FLNG 1기에 20억 달러가 넘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현재까지는 연간 수주목표를 채울 가능성이 높다.
삼성중공업은 올해 수주목표를 채운다면 4년 만에, 최 부회장 임기 내에는 처음으로 연간 수주계획을 이행하게 되는 것이다.
삼성중공업은 2023년부터 3년 연속으로 수주목표를 채우지 못했다. 목표 88억 달러에 신규수주 94억 달러를 기록한 2022년 이후에는 2023~2025년 모두 연간 경영계획에 미달한 수주성과를 냈다.
최 부회장이 4분기 수주 측면에서 공을 들일 부분으로는 FDC 일감 확보도 꼽힌다.
FDC는 AI 데이터센터의 병목 현상을 해결할 수 있는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육상에 설치되는 AI 데이터센터가 부지·냉각수·인허가 및 주민 수용성 등의 문제를 지니고 있는데 해상에서는 이를 극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중공업은 미국 데이터센터 사업개발 전문기업 무스테리안과 손잡고 FDC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무스테리안이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 복합화력발전소 인근에 발전 캠퍼스를 조성하는 ‘제우스’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가운데 삼성중공업의 FDC 공급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조선업계의 지속적 관심을 받고 있다.
조선3사가 모두 FDC 또는 부유식 발전 시장에 뛰어든 가운데 삼성중공업은 관련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기회를 맞이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증권은 전날 삼성중공업 분석보고서에서 “삼성중공업은 무스테리안의 제우스 프로젝트용 50MW(메가와트)급 FDC 2기의 선행 설계를 진행하고 있고 2028년 2분기 상업화를 목표로 본계약 체결을 추진할 것”이라며 “연말 FDC의 첫 본계약이 확인되면 삼성중공업 기업가치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