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학교는 지난 10일 오전 10시30분 서울 서대문구 신촌캠퍼스에서 치러진 2027학년도 수시 자연·통합계열 수학 논술시험에서 스마트안경을 착용한 수험생을 적발했다고 13일 밝혔다.
메타의 스마트안경 '인공지능(AI) 글라스'가 국내에 출시된 5월25일 서울 중구 신세계백화점 선글라스 매장에서 시민이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해당 수험생은 시험 전 일반 안경을 착용해 감독관의 검사를 통과한 뒤 시험이 시작되자 스마트안경으로 바꿔 썼다. 감독관은 시험 도중 이를 발견해 현장에서 수거했으며, 수험생도 시험 종료 후 착용 사실을 인정했다.
앞서 서울시립대에서도 지난 3일 자연과학계열 논술시험에서 같은 수법이 적발됐다. 대학 측은 해당 수험생을 퇴실 조치하고 향후 3년간 시험 응시를 제한했다.
부정행위는 대학 입시를 넘어 국가기술자격 기능사 시험과 텝스(TEPS), 토익(TOEIC) 등 자격·어학시험에서도 잇따르고 있다.
해외에서도 유사 사례가 확인됐다. 일본 요미우리신문과 NHK에 따르면 2024년 2월 와세다대학교 입학시험에서 한 수험생이 스마트안경으로 문제를 촬영해 엑스(X·옛 트위터)로 외부에 전송하고 답변을 요청했다가 적발됐다. 대학 측은 해당 수험생의 시험 결과를 무효 처리했다.
인도에서도 지난 5월 푸네의 심바이오시스 공과대학 학생 2명이 메타의 '레이밴 메타' 스마트안경을 착용했다가 적발돼 시험에서 제외됐다. 지난 9월 구자라트주 수라트의 한 대학에서는 스마트안경으로 문제를 촬영하고 AI 답변을 받은 학생에게 벌금과 1년간 시험 응시 제한 처분이 내려졌다.
각국 시험 당국도 대응을 강화하고 있다. 중국은 대학 입학시험 가오카오를 앞두고 스마트안경 검사를 강화했으며, 미국 대학입학시험 SAT를 주관하는 칼리지보드는 시력 교정용을 포함한 모든 스마트안경의 시험장 반입을 금지했다.
국내에서도 11월19일 치러지는 2027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앞두고 스마트안경 등 AI 기능이 탑재된 전자기기의 시험장 반입을 금지하고 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 따르면 스마트안경 등 반입 금지 물품을 1교시 시작 전 감독관에게 제출하지 않고 소지하다 적발되면 부정행위로 처리돼 해당 연도 수능 성적이 무효가 된다.
스마트안경의 대중화는 시험장 관리에도 새로운 과제를 던지고 있다. 지난 5월 국내 출시된 메타의 ‘레이밴 메타’는 권장 소비자 가격이 69만원부터로, 일반 안경과 비슷한 외형에 카메라와 마이크, 스피커 등을 탑재했다. 시험 문제를 촬영하거나 AI와 연동해 음성으로 정보를 얻는 것도 가능하다.
문제는 육안으로 일반 안경과 구별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일부 제품은 촬영 시 안경테에 작은 표시등이 켜지지만 평상시에는 불빛이 들어오지 않는다. AI 기능 작동 여부 역시 표시등만으로 확인하기 어렵다.
현재 수능과 대학별 논술시험에서는 전자기기 반입을 금지하고 감독관이 소지품과 안경의 외형 등을 확인하고 있다. 모든 수험생의 소지품을 일일이 정밀 검사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데다, 사전 점검 이후 스마트안경으로 바꿔 쓰는 수법까지 등장하면서 기존 감독 방식의 한계도 드러났다.
전자기기의 소형화와 AI 기술 발전으로 부정행위 수법이 갈수록 교묘해지고 있지만 시험장 관리는 여전히 휴대전화 수거와 육안 검사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감독관의 눈썰미에만 기댈 수 없는 시대가 된 만큼, 수험생의 불편을 최소화하면서도 시험의 공정성을 지킬 수 있는 새로운 관리 기준과 대응 체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