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공룡 경찰'이 될 것이라는 일각의 우려에 대해 적극적으로 반박하고 나섰다.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이 출범하면 오히려 중요 사건 수사에서 배제되면서 수사 범위도 줄어든다는 것이다. 그런데 중수청 출범을 나흘 앞둔 가운데 초대 청장은 아직도 지명조차 되지 않고 있다.
홍석기 국가수사본부장. ⓒ연합뉴스
홍석기 국가수사본부장은 28일 경찰청에서 열린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이른바 공룡경찰 우려에 대해 "중수청이 출범하면 경찰만 수사할 수 있는 범위는 오히려 줄어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2021년 검사의 수사지휘권이 폐지되면서 경찰이 독자적으로 수사하게 됐을 때라면 '공룡경찰'이라는 말을 수용할 수 있었을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홍 본부장은 2012년 법 개정으로 경찰이 수사를 개시할 수 있게 됐지만 검사의 수사지휘를 받는 구조가 유지됐고, 2021년부터 검사의 지휘 없이 독자적으로 수사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번 형사사법체계 개편에서는 검찰의 직접수사권을 폐지하는 대신 기존 검찰이 맡던 중요범죄 수사를 담당할 중수청이 신설되는 만큼, 경찰의 수사 영역이 확대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홍 본부장은 "경찰 외에 수사기관이 병렬적으로 늘어난다"며 "제도 자체가 가진 단점만 너무 부각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새로운 형사사법체계에 대해 막연한 우려가 적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으며, 경찰 또한 변화하고 발전해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경찰에 주어진 책임과 임무를 성실히 다할 것임을 굳게 약속드린다"고 강조했다.
경찰은 형사사법체계 개편에 따라 검찰로부터 넘겨받게 될 미제 사건에 대한 준비에도 들어갔다. 다만 현재까지 구체적인 인계 사건 규모는 추산 중이다.
일각에서는 인계 대상 사건이 약 16만 건에 달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개정 형사소송법 시행 이후에도 검찰이 기존 수사 사건을 최대 90일간 추가 수사할 수 있어 실제로 경찰에 넘어오는 사건 규모는 이보다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한편 검찰청 폐지에 따라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고 중대범죄 수사를 전담하는 중수청은 오는 10월 2일 출범한다.
중수청은 부패·경제·마약·방위사업·조직폭력·사이버·대형참사 등 7대 중대범죄를 전담한다. 경찰이 해당 범죄를 인지하면 중수청에 통보해야 하며, 중수청이 이첩을 요구할 경우 정당한 사유가 없다면 사건을 넘겨야 한다.
이에 따라 경찰과 중수청은 사건 통보와 이첩 요구, 중복수사 조정 등을 통해 수사 영역을 나누게 된다. 여기에 공소청의 보완수사 요구까지 더해지면서 새로운 형사사법체계의 견제 구조가 형성된다.
김지용 중대범죄수사청장 후보자. ⓒ연합뉴스
이 같은 제도 변화와 맞물려 중수청 초대 청장 인선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부가 김지용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 요청안을 국회에 제출할지 여부가 이번 주 중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당초 김 후보자의 임명 절차는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됐다.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이 지난 7일 김 후보자의 임명을 제청했고, 청와대도 당시 프랑스를 국빈 방문 중이던 이 대통령이 귀국 후 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요청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중수청 출범을 앞둔 상황에서 초대 청장 인선은 조직 출범과 운영을 위한 핵심 절차다. 중수청장은 중대범죄 수사를 총괄하는 동시에 1~5급 수사관에 대한 임용 추천권도 갖는다.
그러나 김 후보자의 검찰 경력과 과거 검사장 재직 당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에 반대하는 의견을 냈던 사실 등을 둘러싸고 여권 내부에서 반발이 나오면서 인선 절차는 예상보다 길어지고 있다.
민주당에서는 추미애 경기도지사와 김용민 의원이 공개적으로 김 후보자 임명에 반대했고, 검사장 출신인 이성윤 의원도 사실상 반대 입장을 나타냈다. 조국혁신당 역시 김 후보자 임명에 반대하고 있다.
중수청에 지원해 합격 통지를 받은 검사 가운데 법조 경력이 가장 긴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도 김 후보자 임명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냈다.
결국 정부가 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 요청안을 국회에 제출할 경우 여권 내 반발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고, 새로운 후보자를 물색할 경우에는 중수청이 초대 청장 없이 출범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