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통화 긴축 정책 기조로 돌아서면서 아시아 각국의 경제가 큰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전문가들은 한국과 대만을 포함한 주식시장의 전반적 가치 하락을 예측하고 있기도 하다.
케빈 워시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2026년 9월16일 미국 워싱턴 D.C. 연방준비제도 본사 건물에서 기자들에게 발언하고 있다. ⓒEPA통신=연합뉴스
로이터는 28일 "미국의 통화 긴축이 본격화면서 아시아 증시는 강력한 역풍에 직면하고 있다"며 "다만 구조적 영향은 국가별, 업종별로 크게 다를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케빈 워시 연준 의장은 16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이날 연준은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연준이 올해 한 차례 더 금리 인상을 단행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시장은 2027년 중반까지 연준이 최대 세 차례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예상한다.
미국 통화정책이 매파적으로 전환되며 아시아 경제는 자본 유출이 늘고 자국 통화가 약세를 보이는 한편 물가 상승 압력도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로이터는 국가마다 서로 다른 현상이 발생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통상 미국 국채 금리가 상승하면 전 세계 투자자들이 달러 표시 자산으로 이동하면서 아시아에서는 자본 유출이 발생한다. 2월28일 미국·이란 전쟁이 발생한 후로 미국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4~5% 수준에 머물렀다.
미국 국채 금리는 23일에는 5%를 넘기며 2007년 이후 19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2월28일부터 9월25일까지 아시아 주식시장에서 빠져나간 외국인 투자자금은 월평균 1920억 달러(약 261조4천억 원)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실제로 이 기간 많은 아시아 통화가 달러 대비 크게 약세를 보였다. 특히 인도, 인도네시아, 필리핀처럼 무역 적자를 메우려 외국인 자금에 크게 의존하는 국가의 통화가 심각한 약세를 보였다. 그러나 한국 원화는 무역 흑자에 힘입어 강세를 보였다.
일반적으로 자국 통화 가치 하락은 물가 상승을 부추긴다. 다만 한국에서는 자국 통화 강세에도 물가 상승 압력이 높아지고 있다. 로이터는 8월 한국의 고물가 현상이 높은 유가와 함께 반도체 업계의 수익 증가로 내수가 확대됐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아시아에서 물가 상승 압력의 강화 추세가 나타나지 않는 나라는 중국, 대만, 말레이시아뿐이었다. 로이터는 중국의 경우 내수가 부진해서고, 대만과 말레이시아의 경우 환율이 안정적인 데다 관세 인하 효과를 누리고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로이터는 "아시아 지역 전반에서 주식시장의 가치 평가도 악화할 위험이 있다"며 "(과거 아시아에서) 주식시장에서 할인율 상승이 가치 평가 하락으로 이어졌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미국 금리가 앞으로 더 많이 인상되면 주식 시장의 가치 평가 하락세가 더욱 심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로 아시아 평균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2025년 10월 말 3.4%에서 올해 9월 말 4.2%로 상승했다. 이에 미국 금융 데이터 기업 팩트셋 아시아 시장 지수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은 16.7배에서 12.5배로 하락했다.
로이터는 "특히 기업 가치가 주로 미래 이익에 따라 결정되는 경우 자본 비용 상승으로 주가 시장에서 기업 가치가 더 크게 하락하는 경향이 있다"며 "기술 기업은 이러한 특성을 보이는 대표적인 업종이다"고 설명했다.
로이터는 이어 "한국과 대만의 주식시장에서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TSMC 등 기술 대기업의 비중이 크다"며 "최근 미국 금리가 급등하자 이들 국가 주식시장의 주가수익비율이 가장 크게 하락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