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10월 국정감사(국감) 때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향해 총공세를 펼칠 전망이다. 최근 불거진 농지 전수조사 논란까지 부동산 정책과 한데 묶어 공세 수위를 높일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문제는 현재 이재명 대통령 국정수행 부정평가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여기에 국민의힘이 농지 전수조사까지 '정부의 투기꾼 몰이'라는 프레임으로 공격하면서, 당정은 기존 부동산 정책을 둘러싼 비판에 대응하는 동시에 농업 현장의 혼선까지 수습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서울 도심 아파트 단지. ⓒ연합뉴스
28일 정치권 움직임을 종합하면 국민의힘은 10월6일 시작되는 국감을 앞두고 정부의 부동산 정책과 농지 전수조사를 '국민 재산권'이라는 하나의 문제로 묶어 공세를 펼치려 하고 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국토위)는 다음 달 7일 국토교통부를 시작으로 한국토지주택공사(LH), 한국부동산원,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등 주요 기관을 상대로 감사를 이어간다.
이번 국토위 국감에서는 정부의 '8·3 세제개편안'과 이후 발표된 주택 공급 대책의 적절성·이행 상황이 주요 쟁점으로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정부가 공급 확대를 약속한 만큼 지구 지정과 인허가, 착공 등 실제 사업 진행 상황을 놓고 여야의 공방이 예상된다.
재정경제기획위원회(재경위)도 6일부터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 한국은행, 국세청, 관세청 등 소관 기관을 대상으로 국감을 진행한다.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농해수위)는 7일 농림축산식품부를 시작으로 국감에 들어간다. 이미 17일 농해수위 전체회의에서는 야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농지 전수조사와 관련해 김용범 전 대통령실 정책실장과 이영수 대통령실 농림축산비서관을 증인으로 채택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왔다. 정책 결정 과정과 현장에서 발생한 혼선의 책임 소재를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도 전날 국회 기자회견에서 "농지 수탈, 부동산 수탈, 국민 재산 약탈을 즉각 중지하라"고 주장했다. 이어 농지 전수조사를 두고 "투기꾼 잡는다면서 농민만 잡고 있다"고 덧붙였다.
장 대표는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두고도 "집값 떨어진다고 하는 좌파 부동산 유튜버 방송 좀 그만 보고 부동산 정책 대전환하라"고 요구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오른쪽)이 28일 모아주택 1호 사업지인 서울 광진구 강변역 센트럴아이파크를 방문해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오세훈 서울시장도 같은 날 페이스북을 통해 "대통령의 실거주 집착이 이제 실경작 집착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투기를 막는다는 명분 아래 국민의 복잡한 삶을 하나의 잣대로 재단하고 그 원칙에서 벗어난 사람들을 잠재적 투기꾼처럼 의심한다"고 했다.
장 대표와 오 시장 모두 정부가 주택과 농지를 보유한 국민을 잠재적 투기 세력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주장을 펴며 두 정책을 같은 맥락에서 비판한 셈이다.
이처럼 국민의힘 주요 인사들이 농지 전수조사와 부동산 문제를 '국민 재산권 침해'라는 하나의 틀로 묶어 공세를 굳혀가는 것과 달리, 정부와 여당은 개별 정책에 대한 해명과 보완책 제시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야당 공세에 맞설 통합된 대응 메시지가 아직 뚜렷하게 형성되지 않은 모습이다.
앞서 정부와 더불어민주당도 농지 전수조사를 둘러싼 현장 반발이 커지자 보완책 마련에 나섰다. 당정은 21일 투기 목적의 농지 취득과 고령·질병·상속 등 불가피한 사정이나 관행적 임대차에 따른 위반을 구분해 조치하기로 했다. 명백한 투기 사례가 아닌 경우 곧바로 농지를 처분하도록 하지 않고, 자진 정비 기간을 부여하거나 농지은행을 통한 임대·관리 위탁 등 정상화 방안을 적용한다는 방침을 내놨다.
권칠승 민주당 정책위원장은 전날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농지 전수조사 과정에서 불편함을 느끼는 분들이 많이 계셨을 것이고, 그 부분은 매우 죄송하게 생각한다"면서도 "일각에서 떠드는 것처럼 국가가 농지 가격을 떨어뜨려서 전부 국유화하겠다는 계획을 가진 듯이 음모론을 펴는 것은 사실에 맞지 않는 정치공세다"고 주장했다.
부동산 문제에서는 공급 확대와 공급 속도 제고를 해법으로 제시하고 있지만 상황이 녹록지만은 않다.
정부는 지난달 13일 '주택 신속 공급 방안'을 발표하고 인허가와 보상 절차를 단축해 2030년까지 수도권 공공택지 8만9천 가구의 착공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부동산 세제에서는 이미 한 차례 정책을 수정했다. 정부는 8월3일 세제개편안을 발표하면서 비거주 1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 기본공제를 기존 12억 원에서 9억 원으로 낮추고 세 부담 상한을 150%에서 200%로 높이는 방안을 내놨다.
그러나 이후 반발이 이어지자 1일 발표한 정부 확정안에서는 비거주 1주택자의 기본공제를 현행 12억 원으로 유지하고 세 부담 상한 역시 150%로 두기로 했다. 정부가 한 달 사이 일부 방침을 번복하며 정책에 혼선을 가져왔다는 비판도 나왔다.
이재명 대통령이(앞줄 오른쪽) 27일 미국과 멕시코 순방을 마치고 성남 서울공항 공군 1호기에서 내려 차량으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론 지표도 정부와 여당에 부담이 되고 있다. 이날 발표된 리얼미터 조사에서 이 대통령의 국정수행 부정평가는 60.1%로 긍정평가 37.9%를 22.2%포인트 웃돌았다.
또 한국갤럽이 15~17일 실시한 9월 셋째 주 조사에서는 이 대통령의 직무수행 부정평가 이유 가운데 '부동산 정책'이 20%로 가장 많이 꼽혔다. 부동산 정책은 한국갤럽 조사에서 7월 넷째 주부터 줄곧 부정평가 이유 1위를 기록하고 있다.
농림어업층에서도 지지 이탈 흐름이 나타났다. 리얼미터가 7~11일 실시한 조사에서 이 대통령의 농림어업층 긍정평가는 30.4%로 전주보다 7.3%포인트 하락했다. 별도로 10~11일 실시된 정당 지지도 조사에서도 농림어업층의 민주당 지지율은 전주보다 14.6%포인트 하락한 반면 국민의힘은 10.9%포인트 상승했다.
따라서 다음 달 국감에서 야당이 국토위와 재경위, 농해수위 등 여러 상임위에 걸쳐 부동산과 농지 문제를 집중적으로 공격할 경우, 정부·여당이 이를 아우르는 대응 논리를 제시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기사에 인용된 리얼미터의 9월 넷째 주 대통령 국정수행 평가 조사는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21~23일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508명을 대상으로 무선 자동응답 방식으로 실시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2.5%포인트, 응답률은 3.8%다.
리얼미터의 9월 둘째 주 대통령 국정수행 평가는 7~11일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2515명을 대상으로 실시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2.0%포인트, 응답률은 4.5%다. 정당 지지도 조사는 10~11일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3명을 대상으로 실시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응답률은 3.6%다.
한국갤럽 조사는 15~17일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2명을 대상으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활용한 전화조사원 인터뷰 방식으로 실시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응답률은 9.9%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