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덕현 삼성전기 대표이사 사장이 지난해까지 3년 동안 매년 수천억 원이었던 삼성전기 영업이익의 ‘퀀텀 점프’를 이끌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1조 원대를 건너뛰고 곧바로 2조 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거둘 것이라는 전망이 흘러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기의 핵심 경쟁력으로는 최근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적층세라믹캐패시터(MLCC)와 플립칩 볼그리드어레이(FC-BGA)가 꼽힌다.
특히 장 사장은 임기 초부터 공을 들여왔던 FC-BGA 사업에서 추가 기회를 찾고 있다.
장 사장이 대표이사로 내정된 직후 삼성전기의 첫 번째 대규모 투자는 FC-BGA 생산라인 증설로 단행됐다. 앞으로도 장 사장은 베트남과 국내 모두에서 반도체 기판 추가 투자를 통해 삼성전기 실적개선의 동력을 마련할 것으로 예상된다.
장덕현 삼성전기 대표이사 사장이 올해 영업이익 2조 원 달성을 바라보는 가운데 패키지솔루션 부문 반도체 기판 생산설비 증설로 실적개선에 속도를 더할지 주목된다. 사진은 장 사장이 3월18일 서울 서초구 엘타워에서 열린 제53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에게 회사의 경영 상황과 중점 추진 방향을 설명하고 있는 모습. ⓒ삼성전기
28일 전자업계와 증권업계 안팎에 따르면 AI 산업 성장과 함께 주목받고 있는 삼성전기 주요 사업부문의 수익성이 증가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기는 컴포넌트 사업부와 패키지솔루션 사업부에서 실적 개선을 지속해오고 있다.
삼성전기 컴포넌트 사업부는 수동소자(에너지를 증폭하거나 만들어내지 않고 수동적으로 동작하는 소자)를 생산하며 대표 제품으로는 MLCC가 있다. MLCC는 전자회로에 전류가 안정적으로 흐르도록 조절하고 부품 사이 신호 간섭을 막아주는 핵심 부품으로 최근 AI 서버용 MLCC 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
반도체 패키지 기판을 생산하는 패키지솔루션 사업부는 FC-BGA를 앞세운다. FC-BGA는 반도체 칩과 메인 기판을 연결해 전기적 신호와 전력을 전달하는 고성능 기판으로 중앙처리장치(CPU), 그래픽처리장치(GPU)에 쓰여 수요가 급증하는 추세다.
컴포넌트 사업부 영업이익률은 올해 1분기 11.6%, 2분기 16.6%를 넘어 3분기에는 20%를 웃돌 것으로 전망된다. 패키지솔루션 사업부 영업이익률 증가 기울기는 더 가파른데 올해 1분기 7.6%, 2분기 13.6%에서 3분기 20%를 웃돌 것으로 점쳐진다.
장 사장은 이런 AI 시대 핵심 부품 경쟁력을 타고 삼성전기의 올해 영업이익 2조 원을 바라보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기의 올해 연결기준 영업이익 전망치는 1조9607억 원으로 집계됐다. 그런데 최근 컴포넌트·패키지솔루션 사업부 호조에 힘입어 2조 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메리츠증권은 23일 올해 삼성전기가 연결기준 영업이익으로 2조826억 원을 올릴 것이라는 예상을 내놨다. 이전 전망치인 영업이익 1조9388억 원에서 2조 원 이상으로 높여 잡은 수치다.
양승수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삼성전기 분석보고서에서 “최근 에이전틱 AI 확산에 따라 CPU 탑재량이 점진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관련 가치사슬(밸류체인)에 관한 시장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며 “최근 환율이 비우호적으로 전환했지만 향후 삼성전기 이익은 지속해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장 사장이 삼성전기 역대 최대 실적(2021년 1조4869억 원)을 넘어 단숨에 영업이익 2조 원 시대를 열 가능성이 나오는 것이다. 삼성전기는 2023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연속으로 영업이익 1조 원을 밑돌았다.
삼성전기가 이달 초 MLCC 장기공급계약 최대 규모인 1조722억 원의 수주 등 컴포넌트 사업부 성과를 이어가는 가운데 장 사장은 대규모 기판 투자라는 승부수를 통해 패키지솔루션 사업부 실적개선을 위한 채비를 갖추고 있다.
전자부품업계와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삼성전기는 베트남에 1조 원 이상의 대규모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삼성전기는 올해 4월 베트남 법인에 12억 달러(약 1조8천억 원)를 들여 FC-BGA 생산라인을 증설하기 위해 베트남 외국인투자청(FIA)으로부터 관련 투자등록증명서를 발급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으로 각종 인허가 등이 남은 것으로 전해졌다.
장 사장은 올해 FC-BGA 수요가 공급을 크게 초과하고 있다고 알리며 증설을 시사하기도 했다. 삼성전기는 세종과 부산 등 국내 2곳과 함께 베트남을 반도체 기판 생산기지로 운영하고 있다.
장 사장은 올해 3월 삼성전기 제53기 정기 주주총회 이후 기자들과 만나 FC-BGA 사업과 관련해 “현재 고객이 요구하는 물량은 생산능력과 비교해 50% 이상 많다”며 “생산성 개선 및 수율 향상을 통해 대응하고 있지만 일부 보완 투자, 공장 확대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기의 패키지솔루션 부문 기판 생산설비 가동률은 올해 상반기 89%로 지난해 연간 70%에서 크게 확대된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FC-BGA 설비 가동률은 2분기 들어 95%에 육박한 것으로 파악된다.
FC-BGA 투자는 과거 장 사장이 삼성전기 수장에 오른 뒤 가장 먼저 내렸던 결단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적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임기 초부터 연임 2년 차인 현재까지 FC-BGA를 핵심 먹거리로 삼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는 셈이다.
삼성전기는 2021년 12월23일 이사회를 열고 2023년까지 베트남에 FC-BGA 생산설비 및 인프라 구축에 모두 8억5천만 달러(약 1조1천억 원)를 투입하기로 결의했다. 장 사장이 부사장에서 승진해 삼성전기 대표이사로 내정된 그해 12월7일 이후 16일 만에 내려진 첫 대규모 투자 결정이다.
장 사장은 당시 투자 발표 때 “반도체의 고성능화 및 5세대(5G)·AI·클라우드 확대로 고성능 반도체 패키지 기판이 중요해지면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며 “삼성전기는 차별화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제품을 개발해 고객에게 가치 있는 경험을 제공하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삼성전기 패키지솔루션 부문은 장 사장의 취임 1호 투자 결단인 당시 베트남 증설을 토대로 올해 들어 실적개선 흐름을 맞이하고 있다.
삼성전기 패키지솔루션 부문의 2023년과 2025년의 실적 변화를 보면 매출은 1조7174억 원에서 2조3018억 원으로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1766억 원에서 1352억 원으로 오히려 감소했다.
다만 판매가격 인상 등 높은 수요에 따른 영향이 본격화하는 올해 외형뿐 아니라 수익성도 대폭 개선하고 있다. 삼성전기는 올해 상반기 패키지솔루션 부문에서 매출 1조4966억 원을 거뒀고 영업이익은 이미 지난해 연간 수치를 뛰어넘는 1602억 원을 올렸다. 상반기 삼성전기의 반도체 패키지 기판 평균 판가는 전년과 비교해 18.7% 상승했는데 이는 2025년 판가 상승률 4.1%를 크게 웃도는 것이다.
장 사장이 중장기적으로 수조 원 이상 투자가 예상되는 국내 증설에도 속도를 낼지 시선이 모인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6월 말 삼성그룹 국내 투자계획을 발표하면서 ‘부산 공장을 중심으로 최첨단 패키지 기판 투자 확대’를 공언한 가운데 장 사장도 이에 발맞춰 중장기 청사진을 그리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삼성전기는 7월3일 중장기 투자 전략으로 AI 서버용 패키지 기판과 MLCC 경쟁력 강화를 위해 부산에 2040년까지 모두 15조 원을 투입하겠다는 내용을 공시했다. 하루 앞선 2일에는 세종에도 고성능 패키지 기판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같은 기간 8조 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고선영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삼성전기의 대규모 투자 결정을 두고 “최근 공시된 2건의 대규모 투자는 연간 전체 설비투자(CAPEX)가 1조 원 규모였던 삼성전기로서는 이례적 수준”이라며 “이는 단순한 CAPEX 확대를 넘어서 투자의 질적 변화로 해석된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