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젤(경유) 가격이 사상 최고 수준으로 치솟으면서 미국 공화당의 핵심 지지층인 남부 농촌·산업 지역 유권자들이 등을 돌리고 있다.
미국-이란전쟁으로 촉발된 기름값 충격이 11월 중간선거를 불과 한 달여 앞두고 중대 변수로 떠오르면서 공화당 내부 균열의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심지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대선에서 압도적으로 승리했던 이른바 '레드 스테이트'에서조차 공화당 후보들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공개적으로 반기를 들기 시작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 AP통신=연합뉴스
디젤 가격이 지난주 사상 최고치로 치솟으면서 공화당 우세지역 후보들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란과 벌이는 전쟁을 조속히 끝내고 디젤의 국외 수출을 금지할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고 워싱턴포스트가 27일(현지시각) 전했다.
공화당 텃밭들에서 벌어진 내부 균열
미국 아이오와주는 공화당의 내부균열이 가장 뚜렷하게 나타난 곳으로 꼽힌다. 아이오와주는 2008년 이후 상원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를 뽑은 적이 없는 확고한 공화당 텃밭이지만, 최근 판세가 심상치 않다.
미국-이란전쟁 종료 결의안에 네 차례나 반대표를 던졌던 애슐리 힌슨 공화당 하원의원(공화당 상원의원 후보)은 최근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미국은 이란과의 충돌을 즉각 끝내야 한다"며 한시적 디젤 수출 금지를 요구하고 나섰다.
이는 불과 두 달 전만 해도 상상조차 어려웠던 태세 전환이다. 그 배경에는 표심의 악화가 자리잡고 있다.
미국 여론조사업체 마리스트가 9월22일(현지시각) 공개한 여론조사에서 조시 투렉 민주당 상원의원 후보가 애슐리 힌슨 의원을 8%포인트 차로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고 미국 의회전문매체 더힐이 보도했다. 비영리 선거분석업체 쿡폴리티컬리포트도 올해 8월 이 지역의 선거전망을 '공화당 우세'에서 '경합'으로 하향 조정했다.
이런 공화당 내부균열은 아이오와주에 그치지 않는다.
미시간주 연방 상원의원 후보인 마이크 로저스는 최근 광고에서 "이란과의 전쟁은 조속히 끝나야 한다"며 디젤값 상승이 물가 전반을 끌어올리는 구조를 설명했다.
미국 알래스카에서 예상외로 고전 중인 댄 설리번 공화당 상원의원 역시 "미국의 연료는 미국인들과 함께 국내에 머물러야 한다"며 수출금지를 요구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 로이터=연합뉴스
디젤값 상승, 서민에 직격탄
디젤 유가는 공화당의 절대적 지지기반으로 꼽히는 농업과 제조업, 물류업계의 생존과 직결된다. 수확철을 맞은 아이오와주 농가는 트랙터와 대형트럭 연료비로 하루 수백 갤런(1갤런 약 3.7리터)의 디젤을 소비하는데, 갤런당 6~7달러에 이르는 디젤 가격은 농가 마진을 순식간에 갉아먹고 있다.
이와 같은 생산비용 압박이 결국 식료품 등 소비자 물가로 전가되면서, 공화당이 물가상승 책임론에 빠지고 있다.
이에 공화당 내부서는 잇달아 '이란전쟁 중단' 요구가 터져나오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연일 강경한 메시지만 내놓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노스캐롤라이나주 유세에서 기름값 상승을 이란 핵 프로그램 저지를 위한 "매우 저렴한 대가"라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처럼 강경론을 고수하자, 정작 표를 받아야 하는 지역구 후보들은 반대 목소리를 높일 수밖에 없는 상황에 내몰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11월 미국 중간선거까지 남은 시간이 많지 않은 만큼, 공화당 후보들과 트럼프 대통령이 이 균열을 어떻게 봉합할지가 중간선거 판세를 가를 핵심 변수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