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로 촉발된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봉쇄 시위가 95일 만에 변곡점을 맞았다.
대한체육회 산하 종목단체 직원들이 경찰 지원을 받아 경기장 내부에 진입해 석 달 넘게 묶여 있던 업무 물품을 꺼내는 데 성공했다.
이번 봉쇄는 성조기를 허리에 두른 30대 여성이 출입문을 붙잡고 진입을 막아 '올다르크'(올림픽공원의 잔다르크)라 불리는 일까지 생길 정도로 장기화했다.
여기에 전날 공식 출범한 선거관리위원회 특별검사팀까지 현장에 들어가 투표함 보존 조치에 나서면서 3개월 넘게 이어진 사태가 '해결'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대한체육회 관계자들이 8일 경찰의 지원을 받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으로 진입하고 있다. ⓒ연합뉴스
8일 경찰과 대한체육회 등에 따르면 대한체육회 산하 9개 회원종목단체 관계자들은 이날 오전 9시20분께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내부에 진입했다. 지난 6월5일 개표소 봉쇄 시위가 시작된 지 95일 만이다. 경찰은 기동대 등 약 2천 명을 배치했고, 체육단체 관계자들은 별다른 충돌 없이 경기장 안으로 들어갔다.
직원들은 약 1시간 동안 사무실에 남겨져 있던 컴퓨터와 전산장비, 행정·회계 서류, 국가대표 선수단 지원 물품 등을 밖으로 옮겼다. 오는 19일 아시안게임 개막을 앞두고 국가대표 지원 업무에 차질이 커지자 더는 진입을 미루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조치로 풀이된다. 다만 이날은 필요한 물품을 반출하는 데 그쳤으며 사무실로 정상 복귀한 것은 아니다.
사태는 6월3일 지방선거 당일 서울 잠실7동 제2투표소에서 투표용지가 부족해 투표가 한때 중단되면서 시작됐다. 일부 시민들이 부정선거 가능성을 제기하며 투표함과 투표지 반출을 막았고, 경찰 투입 뒤 투표함이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으로 옮겨지자 시위대도 개표소로 이동했다.
개표가 끝난 뒤에도 참가자들은 투표지와 선거 관련 물품을 그대로 보존해야 한다며 경기장 출입문을 막고 농성을 이어갔다. 보수 성향 유튜버들과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 등 다수의 정치인들이 현장을 찾으면서 올림픽공원은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는 보수층의 상징적 집결지로 변했다.
성조기를 허리에 두른 30대 여성이 6월16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에서 출입문을 붙잡고 대한체육회 관계자들의 진입을 막고 있다. 이 여성은 나중에 경찰 조사를 거쳐 재판에 넘겨졌다. ⓒ엑스(X, 옛 트위터) 갈무리
대한체육회는 6월9일부터 여러 차례 경기장 진입을 시도했지만 번번이 무산됐다. 특히 6월16일에는 국민의힘 중재로 체육단체의 물품 반출이 합의됐지만, 성조기를 허리에 두른 30대 여성이 출입문을 붙잡고 약 2시간 동안 버티면서 진입이 또다시 무산됐다.
이 여성은 이후 강성 보수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올림픽공원의 잔다르크'를 줄인 '올다르크'로 불리며 영웅시됐다. 현장에는 성조기와 태극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 등이 등장했고 '부정선거 재선거', '당일투표 수개표' 등을 요구하는 집회가 이어졌다.
봉쇄가 장기화하면서 피해도 커졌다. 핸드볼경기장에서 6월 이후 예정됐던 공연과 행사 15건이 취소되거나 장소를 옮겼고, 이 가운데 13건의 대관료 환불액만 약 10억7천만 원에 달했다.
이제 선거 과정에서 불거진 의혹 규명은 특검으로 넘어갔다. 이태한 특별검사가 이끄는 선관위 특검은 전날인 7일 공식 출범해 투표용지 부족과 투표율 통계 처리 문제 등을 포함한 선관위 관련 의혹 수사에 착수했다.
특검은 출범 하루 만인 이날 올림픽공원 현장에도 들어가 투표함과 투표지 보관 상태를 확인하고 보존 조치를 했다. 오후에는 투표용지 부족 사태와 관련해 노태악 전 중앙선거관리위원장 등을 고발한 시민단체 관계자를 불러 고발인 조사에도 나섰다.
다만 봉쇄 시위가 이날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다. 체육단체의 물품 반출이 끝난 뒤에도 경기장은 정상 개방되지 않았고 시위 참가자들도 현장에 남았다. 그럼에도 95일 만에 체육단체가 처음으로 필요한 물품을 꺼내고, 선거 관련 의혹 규명도 특검 수사로 넘어가면서 장기 봉쇄 사태가 해소될 가능성이 높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