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 이례적으로 증세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미국 사회보장기금이 재정적으로 매우 불안한 상태기 때문이다.
톰 콜 미국 공화당 하원의원이 2026년 8월31일 미국 워싱턴 D.C.에 있는 미국 국회의사당을 걷고 있다. ⓒAFP통신=연합뉴스
워싱턴포스트는 8일(현지시각) "미국 공화당은 오랫동안 세금을 절대 인상하지 않겠다는 공약을 고수해 왔다"며 "다만 최근 사회보장기금이 고갈 위기에 처하면서 일부 공화당 의원들은 세금 인상에 찬성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사회보장기금은 사회보장연금 관련 지출이 수입보다 많을 때를 대비해 추가 급여세 자금을 보유하는 기관이다. 미국에서는 수년간 연간 세금 징수액이 혜택 지급액을 초과해 사회보장기금에는 흑자가 축적됐다.
그런데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하기 시작한 2020년부터 상황이 역전돼 지급액이 징수액보다 늘었다. 이에 차액을 메우는 과정에서 사회보장기금은 고갈되고 있다.
버니 모레노 공화당 상원의원은 올해 6월23일 엘리자베스 워런 민주당 상원의원과 함께 고소득자들이 사회보장기금에 내는 납입액을 늘리게끔 사회보장세 소득 상한선을 없애는 법안을 발의했다.
미국 연방 급여세에는 연방보험기여금법에 따라 사회보장기금을 위해 내는 사회보장세가 포함된다. 그런데 사회보장세에는 연간 소득 상한선이 존재해 18만4500달러(약 2억4800만 원)를 초과하는 연간 소득에 관해서는 사회보장세가 부과되지 않는다.
미국 하원 세출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톰 콜 공화당 하원의원은 모레노 의원과 워런 의원이 발의한 법안에 찬성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이 법안이 다른 공화당 의원들 사이에서도 수용 가능한 해결책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평가했다.
콜 의원은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소득세율을 인상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에서는 소득액의 12.4%를 사회보장세로 납부하게 되는데, 피고용인은 이 절반인 6.2%를 내고 고용인이 나머지 절반을 부담한다. 자영업자는 고용인이 없으니 소득액의 12.4% 전부를 납부한다.
워싱턴포스트는 공화당이 이례적으로 증세에 찬성한 이유가 "의원들이 사회보장연금 재정 적자가 너무 심각하고 시급해져서 수당 삭감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고 바라봤다.
워싱턴포스트는 미국 의회가 약 5천억 달러(약 673조 원)에 달하는 재정을 즉시 투입하지 않으면 향후 6년 안에 수백만 명의 사회보장연금 수급자들이 22%의 수당 삭감을 감수해야 한다고 예상했다.
매달 7천만 명이 넘는 미국인들이 사회보장연금제도를 통해 현금 혜택을 받는다. 사회보장기금에 기여하는 노동자는 62세부터 매달 연금을 받을 수 있으나 이 경우 매달 받는 연금 액수가 줄어든다. 완전 은퇴 연령인 67부터 연금을 받으면 연금 감액이 발생하지 않는다.
사회보장기금 운영위원회는 올해 6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기금이 2032년 4분기에 완전히 고갈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2025년 연례 보고서에서 예상했던 것보다 한 분기 앞당겨진 시점이다.
미국 싱크탱크인 초당적정책센터(BPC)는 6월에 사회보장기금이 고갈되면 사회보장연금 지불은 오로지 세수에만 의존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의회가 조치를 취하지 않는 한 미국 국민이 매달 받는 연금액은 평균 440달러(약 60만 원)가 줄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BPC는 부족분을 메우기 위해서는 2033년 한 해에만 4590억 달러(약 618억 원) 규모의 예산 삭감이나 추가 세수 확보가 필요하며 매년 부족분의 규모가 증가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미국 비영리 단체인 '책임있는연방예산위원회'는 올해 4월 고소득 근로자에 관한 혜택 증액 없이 사회보장세 소득 상한선을 없애면 사회보장기금의 부족분 절반 이상을 메울 수 있다고 분석했다.
콜 의원은 사회보장기금이 파산하면 사람들이 사기를 당했다고 느낄 것이기 때문에 유지했을 때보다 훨씬 더 큰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지적했다.
모레나 의원과 워런 의원은 올해 6월 뉴욕타임스에 기고한 기사에서 소득 상한제 폐지를 옹호하며 "대다수 미국인의 소득이 사회보장세 소득 상한선보다 적기에 소득의 전부에 부여된 사회보장세를 납부하고 있다"며 "반면 고소득층은 소득의 일부에만 부여된 세금을 납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 의원은 이어서 "특히 고소득층의 임금이 평균 근로자의 임금보다 훨씬 높은 경제 상황에서 이는 더욱 불공평하다"고 꼬집었다.
사회보장세 개혁은 정치색과 상관없이 지지를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BPC가 미국 전역에서 성인 4037명을 대상으로 진행해 2025년 11월에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가운데 민주당원 65%와 공화당원 62%가 사회보장세 소득 상한선 철폐를 지지했다. BPC는 이 중 상당수가 연간 가구 소득이 20만 달러(약 2억7천만 원) 이상이었다고 짚었다.
다른 공화당 의원들도 사회보장연금제도 개혁 방안으로 세수 증대를 제시했다. 로이드 K. 스머커 공화당 하원의원은 3일 미국 정치 전문 매체 '롤콜'과의 인터뷰에서 소득 수준에 따른 연금 수급 자격 심사를 도입해 부유층의 연금 혜택을 줄이는 동시에 저소득층 은퇴자의 연금 수급 자격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