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환율이 꾸준히 하락한 탓에 단기적으로 실적 측면에서 쉽지 않은 경영환경을 맞고 있다.
그러나 두 기업은 각기 다른 전략 속에서도 고대역폭메모리(HBM) 분야에서 수율이라는 경쟁력을 앞세워 수익성을 개선할 역량을 갖추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메모리 병목 현상이 해소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중장기 발걸음을 높이는 요소로 꼽힌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비우호적 환율 상황 속에서도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율 경쟁력과 병목 현상에 힘입어 실적 개선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허프포스트코리아
9월8일 증권업계의 전망을 종합하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3분기 기존 시장기대치(컨센서스)에 미치지 못하는 영업이익을 낼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현재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기업별 3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 전망치를 보면 삼성전자가 113조3천억 원, SK하이닉스는 78조4천억 원으로 집계됐다.
다만 최근에는 단기 전망치가 낮아진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이날 대신증권은 삼성전자는 105조5천억 원, SK하이닉스는 74조7천억 원을 3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로 제시했다. 시장기대치보다 각각 7%, 5% 낮춰 잡은 것이다. 전날 DB증권도 3분기 삼성전자는 108조8천억 원, SK하이닉스는 76조5천억 원의 영업이익을 거둘 것이라는 예상을 내놨다. 이 역시 시장기대치보다 낮아진 수치다.
주요 요인으로는 비우호적 환율 상황이 지목된다.
7일 기준 원/달러 환율은 1347.00원으로 직전 거래일에 1350원 밑으로 내린 뒤 추가로 하락했다. 3분기 첫 거래일인 7월1일 1552.50원과 비교하면 200원 이상 내린 것이다.
수출 비중이 높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환율 하락세는 지속해서 실적에 부담으로 작용한다. 두 기업 모두 ‘환율변동’을 리스크로 꼽고 있다. 일례로 SK하이닉스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환율이 10% 하락하면 ‘법인세 비용 차감 전 순이익’은 4조7517억 원 감소한다.
다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기술력 상향과 더 강해지는 공급부족 현상에 중장기 기업가치를 향한 고민을 덜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최선단 공정 D램을 AI 메모리에 선제적으로 도입했는데 숙제로 여겨졌던 수율 부문에서 개선된 성과를 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삼성전자는 HBM4(6세대)에 경쟁사들보다 앞선 10나노급 6세대(1c) D램을 적용했다.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은 10나노급 5세대(1b) D램으로 HBM4를 생산한다. 1c D램은 1b D램보다 속도는 최대 20%, 전력 효율은 최대 25% 우수한 것으로 전해진다. 삼성전자가 다른 기업과 비교하면 ‘초격차’ 경쟁력을 앞세운 것이다.
다만 상대적으로 구공정보다 생산 안정성이 떨어지는 만큼 앞선 공정을 적용하는 데 따른 수율 개선이 과제로 꼽혀왔다.
삼성전자는 1c D램 수율을 안정적이라고 평가되는 수준인 80%까지 개선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원가 절감과 함께 범용 D램까지 생산해 수익성을 끌어올릴 무기가 생기는 셈이다.
최근 AI 연산을 처리하기 위해 HBM 공급부족이 심해지자 메모리 기업들은 생산능력 안에서 HBM 생산 비중을 높였다. 이에 반도체 시장에서 오히려 범용 D램의 공급 역시 극심한 부족 상황에 이르면서 범용 D램의 수익성이 과거보다 높아졌다.
류형근 대신증권 연구원은 8일 반도체산업 보고서에서 “삼성전자는 예상보다 빠른 D램 1c 수율 개선으로 제품 구성의 효율화를 추구할 환경에 놓이게 됐다”며 “낮은 수율에서는 생산능력을 모두 HBM4 양산에 활용해야 했지만 수율 개선 효과로 범용 제품 대응도 일부 할 수 있는 상황으로 변화했다”고 바라봤다.
SK하이닉스는 검증된 1b D램 공정을 활용해 안정적 수율을 확보하고 이를 바탕으로 차세대 제품부터 최선단 공정인 1C D램으로 확대하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1c D램 비중을 1분기 10% 수준에서 2분기 10% 중반 가까이 높인 것으로 알려졌다. 연말에는 30% 이상으로 비중이 커질 것으로 예상됐다.
SK하이닉스는 HBM4E(7세대)부터 1c D램 공정을 적용한다. 안정성을 높인 HBM4 출하가 본격화하는 하반기부터 실적 개선의 기반을 마련한 뒤 다음 제품에서 최신 공정을 통해 시장 지위를 유지하겠다는 목표로 풀이된다.
서승연 DB증권 연구원은 7일 2027 반도체산업 연간 전망보고서에서 “SK하이닉스는 3분기부터 본격적 HBM4 출하를 시작하고 2027년에는 HBM4 판가 상승률도 70%로 예상되는 만큼 우수한 실적 개선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모두 극심한 메모리 병목 현상에 힘입어 우호적 경영환경도 마주하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일부 고객이 2028년 HBM 수요를 400억Gb(기가비트) 이상으로 제시한 것으로 파악된다.
2026년 글로벌 HBM 출하량이 366억Gb로 예측되는 것과 비교하면 2년 뒤에는 단일 고객의 수요가 현재 글로벌 전체 수요를 웃도는 것이다.
최근 오픈AI가 새 AI 모델을 내놓은 것도 시장 확대에 긍정적으로 작용해 공급부족 현상을 심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오픈AI가 새 AI 모델 ‘GPT-6 아스트라’를 공개한 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6일(현지시각)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범용인공지능(AGI)이 도래했다”며 “오픈AI 팀에 축하를 보낸다”고 강조했다.
AGI는 모든 영역에서 인간과 비슷하거나 더 뛰어난 수준의 AI를 말한다. 학계를 중심으로 AGI 등장과 관련한 비판이 나왔지만 논란과 별개로 그만큼 AI 산업의 발전 속도가 빨라지면서 AI 연산량을 더욱 늘려 메모리 수요를 늘릴 것으로 전망된다.
AI는 고성능 분야에서뿐 아니라 대중적으로도 시장이 확산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메모리 기업에게는 반가운 환경으로 여겨진다.
KB증권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메모리 재고가 현재 10일 미만까지 낮아질 만큼 물량 부족이 극심한 상황으로 파악된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8일 반도체산업 보고서에서 “GPT-6 아스트라처럼 미국이 AI 활용의 성능 상단을 넓히고 중국은 효율 모델을 중심으로 진입장벽을 낮추면서 고성능 및 대중화 영역이 동시에 커질 것”이라며 “이런 AI 연산량 급증은 HBM을 비롯한 메모리 수요의 구조적 성장을 가속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