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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지주 회장 레이스에서 외부 후보의 이름은 좀처럼 공개되지 않는다. 과도한 언론 노출 부담과 탈락 시 겪을 리스크 때문에 대부분 익명 뒤에 머무른다. 

KB금융지주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가 지난 3일 확정한 차기 회장 후보 숏리스트 6인에 포함된 외부 후보 2명 중 1명도 익명을 요청했다.

하지만 나머지 한 명은 달랐다. 권광석 전 우리은행장은 자신의 이름을 걸고 도전장을 냈다. 

권 전 행장이 이름 공개를 결심한 것은 금융회사 지배구조 투명성 강화 취지에 공감했기 때문으로 전해진다. 외부 후보가 단순히 '숫자 채우기용 들러리'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는 것이다.

[KB금융 회장 도전자들] 권광석 '외부 후보'로 이례적 실명 공개, 6년 전 우리은행장 때 성공적 '위기 경영' 주목 받아
권광석 전 우리은행장은 KB금융지주 회장 후보 숏리스트 6인 가운데 유일하게 이름을 공개한 외부 후보다. ⓒ허프포스트코리아

16일 금융권 등에 따르면 사모펀드 사태 직후의 우리은행을 맡아 조직을 추스르고 실적을 반등시킨 위기 극복 경험은 권광석 전 행장의 최대 강점으로 꼽힌다. 

반면 은행 의존도가 높은 우리금융그룹에서 은행장을 맡았던 인물이라는 데서 오는 ‘비은행 이해도’에 대한 의구심은 권 전 행장의 도전에 최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 위기의 우리은행 맡아 조직 안정·실적 반등 이끌었다

권 전 행장은 1963년 울산 출생으로 학성고와 건국대 산업공학과를 졸업하고 연세대 경영대학원에서 MBA 과정을 마쳤다. 1988년 상업은행에 입행한 뒤 우리금융지주 홍보실장, 경영지원부장, 우리은행 대외협력단장, IB그룹 겸 대외협력단 집행부행장 등을 역임했다. 대외협력단장 시절에는 우리은행 외국인 지분율을 17%에서 25%까지 끌어올렸다.

이후 우리프라이빗에퀴티자산운용 대표, 새마을금고중앙회 신용공제대표이사를 거쳐 2020년 3월 우리은행장에 취임했다. 우리금융지주 재출범 이후 회장과 행장이 분리된 첫 체제의 행장이었다. 취임과 연임 때 각각 1년씩, 통상 '2+1'을 주는 대형은행 관행과 비교해 이례적으로 짧은 '1+1' 임기를 받으면서 당시 지주와 은행 간 지배구조를 둘러싼 여러 해석을 낳기도 했다.

은행장 임기가 종료된 이후에는 우리미소금융재단 회장, 롯데카드 고문을 거쳐 2025년에는 영풍·MBK파트너스 측 고려아연 사외이사로 이사회에 진입했다. 그에게 은행·PE·상호금융을 두루 거친 ‘전문 금융인’이라는 평가가 붙는 이유다. 

권 행장이 취임한 시점의 우리은행은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와 라임펀드 환매중단에 이어, 2018년 벌어진 고객 비밀번호 무단변경 사건까지 뒤늦게 알려지며 신뢰가 흔들린 직후였다. 권 전 행장은 취임 첫해 경영방침을 고객 신뢰 회복·조직 안정·영업문화 혁신으로 잡고 성과평가지표(KPI)를 고객지표 중심으로 개편했다.

재임기 실적은 '위기와 부흥'으로 요약된다. 부임 첫해인 2020년 우리은행 순이익(지배주주 귀속 기준)은 1조3632억 원으로 전년 대비 9.5% 감소했지만, 연임 임기인 2021년에는 2조3755억 원으로 74.3% 증가했다. 같은 해 순이자마진(NIM)은 1.37%(별도 기준)으로 2020년보다 0.04%포인트 올랐다. 위기 뒤 조직을 안정시키고 실적을 회복시킨 경험은 권 전 행장이 외부 후보로서 내세울 수 있는 핵심 이력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 30년 '우리맨' 권광석, '비은행' 비중 높은 KB금융에서도 잘할 수 있나

다만 후보로서의 한계 역시 뚜렷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외부 출신인 만큼 국민은행을 비롯해 증권, 보험, 카드 등 KB금융 계열사를 직접 다뤄본 경험이 없다는 점이 가장 큰 약점으로 꼽힌다. 

은행 비중이 절대적인 우리금융그룹에서 은행장을 지낸 경력과 달리, KB금융그룹은 비은행 경쟁력이 강한 포트폴리오를 갖추고 있다. 2025년 기준 KB금융그룹과 우리금융그룹의 비은행 기여도는 각각 37%, 9.5%다. 

KB금융의 포트폴리오와 자본정책을 얼마나 빠르게 이해하느냐가 주요 평가 지점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2022년 3월 은행장 퇴임 이후 대형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로 경영 일선에 서지 않았다는 점 역시 검증 대상이다.

금융위원회의 지배구조 개선안 발표가 지연되고 있는 점은 약점이라기보다는 변수에 가깝다. 최종 후보 선정 전에 개선안이 공개될 경우 선임 절차 전반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 DGB금융그룹에 이은 금융지주 회장 후보 ‘재도전’, 외부후보 풀 좁다는 지적도

권 전 행장의 금융지주 회장 도전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2024년 DGB금융그룹(현 iM금융그룹) 회장 최종 후보 3인에 올랐다 고배를 마셨다. 이번이 두 번째 공개 도전, 이른바 '재수'인 셈이다. 

친정인 우리금융지주에서도 2022년 말과 2025년 말 회장 후보 선임 과정에서 후보로 세간에 이름이 오르내렸다. 다만 우리금융 회장 후보 공식 숏리스트에 오른 기록은 없다.

권 전 행장의 이름이 금융지주 회장 인선 때마다 오르내리는 데는 구조적 배경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회장 선임 절차마다 '외부 후보와의 투명한 경쟁'이 강조되지만, 정작 외부 후보 풀 자체가 좁다는 것이다. 

시중은행장 경험이 있으면서 현직이 아니고 특정 지주의 색채가 옅은 인사 자체가 드물다보니 조건을 갖춘 소수의 인물이 반복해서 거론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KB금융지주 회추위는 오는 8월27일 1차 인터뷰를 통해 후보를 3인으로 압축하고, 9월11일 2차 심층 인터뷰를 거쳐 최종 후보 1인을 확정한다. 이후 11월 중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임시 주주총회에서 선임 절차가 마무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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