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지구를 향하던 국제 구호선에 탑승했던 활동가가 이스라엘 구금시설에서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며 형사 고소에 나섰다.
가자 구호선단(Flotilla for Gaza) 활동가들과 시위 참가자들이 2026년 6월17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유럽연합(EU) 지도자들에게 불법 이스라엘 정착촌산 물품 수입 금지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뒤편 펼침막에는 “우리는 점령 앞에 무릎 꿇지 않는다”고 적혀있다. ⓒAFP/연합뉴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15일(현지시간) 평화활동가 독일인 안나 리트케(25)가 이스라엘 구금시설에서 여성 교도관들에 의해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며 이스라엘 당국에 형사 고소장을 제출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리트케는 지난해 9월30일 인도적 지원 물자를 싣고 유럽에서 가자지구로 향하던 구호선단(플로틸라)에 탑승했다. 이후 지난해 10월8일 국제수역에서 이스라엘군에 나포돼 이스라엘로 이송된 뒤 5일간 구금됐다.
리트케는 이스라엘 구금시설에서 세 번째 알몸 수색을 받던 중 여성 교도관들이 자신을 무릎 꿇게 하고 비명을 지르지 못하도록 입을 막은 뒤 성폭행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당시 남성 교도관들이 웃는 소리를 들었다고 말했다.
또 사건은 교도소 복도와 얇은 커튼으로만 분리된 공간에서 발생했으며, 가해자들이 커튼을 완전히 닫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리트케는 이 과정에서 다른 사람들이 상황을 지켜볼 수 있었고, 구금시설 내부 카메라에 장면이 담겼을 가능성도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그는 구금 기간 동안 밤새 이어진 큰 음악 소리와 반복적인 감방 수색, 개를 동원한 수색 등으로 잠을 이루지 못했고, 교도소 다른 곳에서 들려오는 비명도 들었다고 말했다.
리트케는 자신 외에도 플로틸라 참가자 10명 이상이 성폭력 피해를 보고했다고 전했다. 다만 피해자 대부분은 신원 노출 우려로 공개적으로 증언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안나 리트케의 고소에 앞서 호주에서는 플로틸라 참가자들의 성폭력 피해 주장에 대해 연방경찰이 조사에 나서는 등 국제적 파장이 이어지고 있다.
리트케는 가디언 인터뷰에서 "그들이 원하는 것은 우리의 의지를 꺾고 우리를 침묵시키는 것이라고 분명히 느꼈다"며 "이런 경험을 너무나 충격적으로 만들어서 우리가 다시는 팔레스타인에 대해 말하지 못하게 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는 부끄러워할 이유가 없다"며 "우리가 침묵할 때 그들은 또 다른 사람에게 같은 일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리트케는 변호사를 통해 이스라엘 당국에 해당 혐의를 조사할 것을 요구하는 고소장을 제출했다. 그의 변호사 무나 하다드는 "성폭행은 수년 동안 팔레스타인 수감자들에게 반복적으로 발생해 온 인권 침해"라며 "이스라엘이 이제 팔레스타인과 연대하는 외국 시민들에게까지 이러한 행위를 확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리트케의 주장은 팔레스타인 수감자들을 둘러싼 성폭력 및 가혹행위 의혹과도 맞닿아 있다. 유엔은 이스라엘 구금시설 내 팔레스타인 수감자들이 강제 나체 수색, 성적 모욕, 성폭력 등 학대를 당했다는 증언과 사례를 조사해 왔다.
유엔 사무총장은 분쟁 관련 성폭력 보고서를 통해 이스라엘 구금시설과 군사 시설 등에서 팔레스타인 구금자들을 대상으로 한 성폭력 의혹이 제기됐다고 밝혔다. 보고서에는 강제 나체, 성적 굴욕, 강압적인 신체 수색, 성폭행에 대한 주장 등이 포함됐다. 다만 이스라엘 정부는 관련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이스라엘 정부와 교정당국은 구호 활동가들에 대한 성폭력 및 학대 의혹을 부인하고 있으며, 리트케가 제기한 주장 역시 근거 없는 주장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한편, 이스라엘의 봉쇄와 반입 물품 제한으로 가자지구 내 인도적 위기가 심화하는 가운데, 국제 활동가들은 해상을 통한 구호 물자 전달을 시도하고 있다. 이에 구호선단에 탑승한 활동가들을 향해서 '구금 가능성을 알면서 왜 위험한 항해를 감행했느냐'는 비판도 나온다.
활동가들은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가자지구 주민들이 겪는 인도적 위기를 외면할 수 없었다며, 자신들의 항해는 가자지구 봉쇄와 민간인 피해 실태를 국제사회에 알리기 위한 행동이었다고 강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