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에 공중폭격을 늘려도 이란을 이길 수 없을 것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이번 주장은 트럼프 행정부에서 국방장관을 지낸 인물의 발언이어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이 2020년 10월14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DC 인근 미 국방부 청사에서 열린 제52차 한미안보협의회의(SCM)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국방장관을 지낸 마크 에스퍼 전 국방장관은 16일 파이낸셜타임스(FT) 인터뷰에서 미국이 공중폭격만으로는 이란과의 전쟁에서 승리할 수 없다다는 견해를 밝혔다.
마크 에스퍼 전 국방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몇 주 안에 이란을 향한 미사일 공격을 더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이런 전략은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의 통제권을 유지하려는 욕구를 바꾸지 못할 것이다"고 말했다.
에스퍼 전 국방장관은 이어 "이란전쟁 초기에 했던 것처럼 폭격을 재개하고 이를 한동안 유지한다고 해서 큰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확신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2026년 7월 초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자유로운 해상통행을 방해하면서 미국과 맺은 종전 양해각서(MOU)를 위반했다고 주장하면서 '휴전이 끝났다'고 선언한 바 있다.
이란은 이에 맞서 호르무즈 해협을 폐쇄하겠다고 공언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을 향한 미사일 공격을 이어가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가 중동을 다시 위기로 몰아넣었고, 세계경제에 새로운 인플레이션 압박을 가할 위험을 초래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국제유가의 기준이 되는 브렌트유는 7월 초 이후 16% 급등해 배럴당 약 85달러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석유업계 경영진과 전문가들은 글로벌 원유공급이 이미 한계치로 낮은 수준이며, 호르무즈 해협의 폐쇄가 장기화될 경우 이란전쟁 초기에 국제유가가 100달러를 웃돌았던 수준 이상으로 폭등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장거리 미사일을 투하하는 미국 공군 B-2 스텔스 전략 폭격기. ⓒ 미국 태평양 공군 홈페이지 갈무리
에스퍼 전 국방장관은 미국이 이란과 전쟁을 장기화할 경우 미국의 군사예산 소진에 따라 중국을 비롯한 적대세력의 위협에 대응할 비용이 줄어든다는 점도 지적했다.
에스퍼 전 국방장관은 파이낸셜타임스에 "이란과 전쟁에서 미국이 치러야할 비용은 군수품, 탄약 비축량 측면에서 막대하다"며 "이 때 가장 크게 우려되는 대목은 중국이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이 이란전쟁에서 궁극적으로 승리하기 위해서는 경제적 압박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에스퍼 전 국방장관은 미국 아스펜에서 14일 열린 국가안보전문가 토론회에서 "시간과 높은 기름값을 감수하더라도 이란을 향해 경제적 압박을 가해 위기로 모는 것이 이란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의 이란전쟁이 성공했는지 여부를 판단할 두 가지 기준으로 호르무즈 해협의 완전한 원상회복과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 1기 시절 파기한 오바마 행정부의 이란 핵합의(JCPOA)보다 나은 새로운 핵합의를 맺는 것을 제시했다.
조지 W. 부시행정부에서 국무장관을 지낸 콘돌리자 라이스 전 국무장관도 같은 토론회에서 에스퍼 전 국방장관의 주장에 동의했다.
라이스 전 국무장관은 "이란의 최고 핵과학자 다수가 이미 제거됐고, 이란정부 안에서도 깊은 균열이 있다고 보이는 만큼, 이란이 형편없는 경제 속에서 계속 침체되도록 압박을 지속하면서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