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 검찰의 '보완수사권 완전 폐지'를 뼈대로 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둘러싼 노선 투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 검찰의 보완수사권 완전 폐지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오면서 검찰개혁 원칙론자들이 형사소송법 개정안 처리를 두고 반격에 나서고 있다.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왼쪽부터), 서영교 김용민 민주당 의원이 지난 6월26일 국회 소통관에서 형사소송법 개정안 발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당 비공개 의원총회(의총)에서 9~10명의 의원들이 '신중론'을 명분으로 검찰의 보완수사권 완전 폐지에 반대하고 나서자, 검찰에게 일말의 수사권도 남기면 안 된다고 주장해 온 원칙론파가 검찰개혁 완수를 위해 전열 재정비에 나서고 있다.
한병도 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15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형사소송법 개정과 관련해 "국민 권익과 피해자 보호에 직결된 법안인 만큼 법조계와 학계, 시민사회 등의 의견도 폭넓게 수렴하며 치열한 토론과 숙의를 이어가겠다"며 "다음 주 추가로 정책 의총을 열어 더 치열하게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충분한 숙의와 적기 입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겠다"라며 "국민 권익을 최우선에 두는 형사사법체계를 완성하고 검찰이 국민을 위한 기관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끝까지 책임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한 원내대표의 발언으로 볼 때 전날 열린 민주당 의원총회는 그동안 국회 법사위를 중심으로 속도를 내던 검찰개혁 입법 드라이브에 제동을 건 자리가 된 셈이다.
김한규 원내정책수석부대표가 형사소송법 개정 태스크포스(TF)가 마련한 '보완수사권 완전 폐지' 안건을 보고한 직후 2시간가량 이어진 비공개 토론에서는 온건파 및 법조인 출신 의원들 9~10명이 반대 의견을 쏟아낸 것으로 전해졌다.
정청래 전 민주당 대표는 14일 유튜브 방송 박시영TV에 출연해 의총 분위기를 두고 "보완수사권 폐지를 하자고 말하는 게 굉장히 용기를 내야하는 상황이었다"며 "(발언을 한 의원들 중) 1~2명을 빼고는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는 안된다는 분위기였다"고 설명했다.
경찰이 증거를 숨기는 등 부실수사를 펼친 사실이 드러나 국민적 분노를 일으킨 이른바 '장윤기 사건'을 계기로 민주당 내부에서 검찰의 보완수사권을 일부 존치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홍기원 민주당 의원이 지난 14일 대표발의하고 고민정, 박균택 의원 등 민주당 소속의원 10명이 공동발의자로 이름을 올린 형사소송법 개정안은 특정강력범죄와 성폭력, 아동·청소년·장애인·노인 대상 범죄를 비롯해 보이스피싱 등 민생범죄, 스토킹, 가정폭력, 공소시효 임박 사건, 피해자 이의신청사건 등에 대해 검찰의 보완수사권을 인정했다.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에 반대 입장을 밝힌 이소영 민주당 의원은 14일 CBS라디오 뉴스쇼에서 검찰개혁 원칙론자들을 향해 "왜 보완수사권 완전 폐지가 검찰개혁의 완성인지 명확하게 설명하지 않으면 그건 선동이라고 생각한다"며 공세를 폈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검찰개혁 내용을 완화하자는 목소리가 나오지 못했던 상황이 바뀐 것이다.
검찰개혁의 완성 차원에서 보완수사권 완전 폐지를 주장해 온 '원칙론자'들은 즉각 반격에 나섰다.
검찰개혁 원칙론자들은 "보완수사권 역시 수사권의 일부"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또한 보완수사권에 예외를 두기 시작하면 과거 '검수완박' 입법 당시 법 조문에 담긴 '등'이라는 문구를 활용해 수사권을 다시 넓혔던 검찰의 행태가 반복될 것이며 결국 수사·기소 분리라는 검찰개혁 대원칙이 무너질 것이라 주장한다.
국회 법사위원인 김용민 민주당 의원은 이날 유튜브 방송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서 홍기원 민주당 의원 등이 보완수사권 일부 존치를 담아 발의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에 관해 "보완수사를 조금 인정하라고 말씀하시면서 얘기하는 안들을 보면 결국에는 직접 수사가 다 가능하게 만들어놓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도 같은 방송에서 "홍기원 의원이 사실은 법조인도 아니시고 검찰개혁 국면에서 1년 동안 저희가 이 논의를 끝없이 했는데 한 번도 목소리를 내셨던 적이 기억이 안 난다"며 "법안을 어떻게 갑자기 마련하신 건지, 깊이 있는 논의와 어떤 고민을 가지고 발의가 되신 건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경찰 비판 여론에 편승해 검찰개혁을 후퇴시키는 법안을 들고 나온 게 아니냐는 뜻으로 읽힌다.
홍기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14일 국회 소통관에서 민주당이 추진 중인 형사소송법안에 검찰의 보완 수사권 일부를 남겨 두는 형사소송법 개정안 발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민주당 원내지도부가 당내 의견이 팽팽하게 엇갈리고 있는 상황을 고려해 최종 결론을 유보하고 숙의 기간을 갖기로 한 만큼 다음 주 정책 의총이 열리기 전까지 검찰개혁의 방향성을 가를 노선 투쟁이 펼쳐질 것으로 관측된다.
결국 민주당 내부에서 '장윤기 사건'을 계기로 떠오른 신중론에 무게가 실릴지, 아니면 지지층 결집을 바탕으로 ‘보완수사권 완전 폐지’라는 원칙을 관철시킬지 여부는 이번 노선 투쟁 결과에 따라 갈릴 전망이다.
민주당 내 검찰개혁 원칙론자들은 검찰개혁의 마침표라 할 수 있는 형사소송법 개정안 처리 국면에서 개혁 동력이 후퇴해 보완수사권을 허용해서는 안 된다며 신중론자들을 비판하고 나섰다.
문정복 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최근 당내 일각에서 보완수사권 폐지의 취지를 흐리거나 사실상 후퇴시키려는 움직임이 보인다"며 "검찰개혁은 당원과 국민이 민주당에 명령한 시대적 과제이고 민주당 역시 이를 완수하겠다고 약속했는데 이를 당내 엇갈린 이해와 주장으로 다시 흔들거나 좌초시킨다면 민주당은 역사 앞에 큰 책임을 지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민희 의원도 같은 날 페이스북에서 홍기원 의원 등의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검찰 수사권 존치법안"이라 규정한 뒤 "검찰 수사권 폐지를 완수하려는 법제사법위원들에게 힘을 실어주기를 바란다"고 호소했다.
김용민 의원은 이날 유튜브 방송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서 "법사위 중심으로 보완수사권을 주지 않는 대안을 만들어서 그것을 관철시키려 계속 노력할 것"이라며 "(지지자들이) 검찰개혁 끝까지 완수하라는 목소리를 계속 내주셔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국회 법사위 법안심사1소위는 김용민·박은정 의원 발의안, 차규근 조국혁신당 의원 발의안, 민주당 형사소송법 개정 태스크포스(TF) 발의안 등 3건을 병합해 심사하고 있는 가운데 보완수사권의 예외적 허용을 명시한 홍기원 민주당 의원의 형사소송법 개정안도 소위원회에 직회부 할 것으로 보인다.
법안심사제1소위원장인 김승원 민주당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홍기원 의원안에 대해 전문위원의 검토·보고가 이뤄지고 있다"며 "법사위원장의 직회부 결정이 빠르게 이뤄진다면 내일(16일) 예정된 법안심사소위에서 함께 심사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