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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X(인공지능 전환)는 선택이 아닌 그룹의 생존이 걸린 최우선 과제다." 

삼성과 SK, 현대차, 신세계까지 국내 주요 그룹들이 앞다퉈 AI 전략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AI를 바라보는 시각은 조금 다르다. AI를 새로운 성장사업이나 미래 먹거리보다 '생존 전략'으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 회장이 AI를 생존과 직결해 강조하는 배경에는 수익성 중심 체질 개선 이후 남은 과제인 '생산성 혁신'이 자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자산 매각과 사업 재편으로 비용을 줄이는 데 집중했다면, 이제는 AI를 통해 줄어든 조직의 생산성을 높여야 지속 가능한 성장이 가능하다는 판단이 깔려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허프 사람&말] 신동빈 롯데그룹 '실속형' AI 전략 : 사업화 앞서 채용·생산·물류 관통하는 '내부 혁신' 활용에 방점 찍는다
롯데그룹은 15일 롯데월드타워에서 '2026 하반기 VCM'을 개최했다. 본 회의에 앞서 그룹 AX 추진 현황 및 사례를 소개하는 'AI 에이전트 전시'를 진행했다. 신동빈 롯데 회장(왼쪽 첫번째)이 황민재 롯데지주 경영혁신실장(왼쪽 두번째)으로부터 음성과 모션 인식 기반 'AI 비서'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롯데그룹

◆ 신동빈의 고민은 'AI로 어떻게 생산성을 높일 것인가’에 맞닿아 있다

1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신 회장은 이날 VCM(Value Creation Meeting)을 통해 그룹 차원의 인공지능 전환(AX) 추진 현황과 실행력을 집중 점검하기로 했다. 새로운 AI 전략을 제시하기보다는 지난 1년 여간 추진해 온 AX가 조직과 업무 전반에 얼마나 안착했는지 확인하는 데 방점을 찍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행사장에는 그룹 AX 추진 현황과 주요 사례를 소개하는 'AI 에이전트 전시'도 마련됐다. 

실제 롯데그룹의 AX는 지난 1년 사이 'AI로 무엇을 할 것인가'에서 'AI로 어떻게 일할 것인가'로 무게중심이 이동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AI 내재화를 내세우며 AI 과제 쇼케이스 개최, 생성형 AI 플랫폼 '아이멤버' 고도화, 계열사별 AI 활용 사례 발굴 등 AI 도입 기반을 마련하는 데 집중했다.

올해는 한 단계 더 나아가 AI를 조직 생산성을 높이는 도구로 활용하는 단계에 들어선 것으로 보인다. 신 회장은 CEO AI 아카데미에 직접 참석해 AI 에이전트 개발 실습을 진행하며 "모든 임직원이 AI 에이전트 개발 역량을 갖추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롯데그룹은 연내 전 임직원을 대상으로 AI 에이전트 실무 교육도 실시하기로 했다.

업무 방식도 AI 중심으로 재설계하고 있다. 자체 AI 플랫폼 '아이멤버3.0'을 AI 에이전트 플랫폼으로 고도화하고, 생산·물류·마케팅 등 현장 적용을 확대하는 한편 AI 에이전트를 활용하는 역량을 향후 채용과 평가 기준에도 반영할 방침을 마련했다.

◆ 라일락은 사라지고 AX의 무게중심이 바뀌었다

이런 점에서 롯데그룹의 AI 전략은 다른 유통기업들과 결이 다르다. 신세계그룹이 AI 커머스와 AI 쇼핑 에이전트 등 새로운 고객 경험과 미래 사업 창출에 무게를 두고 있다면, 롯데그룹은 '무엇을 팔 것인가'보다 '어떻게 일할 것인가'에 AI를 접목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다만 롯데의 AX가 처음부터 지금과 같은 방향이었던 것은 아니다. 롯데는 2023년 AI 전담 조직인 '라일락(LaiLAC)'을 출범시켜 생성형 AI 기반 신사업과 AI 서비스 발굴에 나섰지만, 지난해 말 HQ 체제 폐지와 함께 조직도 사실상 해체됐다. 

이는 AI 전략이 후퇴했다기보다 신사업 발굴 중심에서 조직 운영과 업무 생산성 향상 중심으로 AX의 무게중심이 이동한 결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현재는 롯데지주 AI·DT혁신팀이 그룹 차원의 AX 전략을 총괄하며 계열사별 AI 전환을 지원하고 있다.

◆ AI가 생존 전략이 된 이유는 롯데가 마주한 현실이다

이러한 변화는 최근 신 회장이 공을 들이고 있는 수익성 중심 경영의 다음 승부수로도 볼 수 있다. 롯데그룹은 비핵심 자산 매각과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 HQ 체제 폐지, 수시 인사, 일부 계열사의 희망퇴직 등을 추진하며 그룹 체질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러한 전략은 일부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코리아세븐의 점포를 비롯한 공장·물류 거점 통폐합과 인력 효율화 등 비용 절감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고, 롯데웰푸드와 롯데칠성음료의 해외 사업, 코리아세븐의 점포 효율화, 롯데쇼핑·롯데케미칼의 실적 개선 등이 맞물리면서 그룹 전반의 수익성도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증권업계는 이러한 사업 효율화 효과가 2분기부터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만 수익성 중심 경영이 지속적 성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생산성 향상이 함께 뒷받침돼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자산 매각과 조직 슬림화로 비용 구조를 개선하는 데는 성과를 거둘 수 있지만, 축소된 조직이 더 높은 부가가치를 만들어내지 못하면 경쟁력 강화에도 한계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롯데그룹은 주요 계열사의 실적 부진이 장기화되며 재무 건전성이 약화됐고, 보유 자산가치에 비해 주가가 낮게 평가되는 순자산가치(NAV) 할인이 이어지는 등 시장의 신뢰를 완전히 회복하지 못한 상황이다. 결국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는 비용 효율화와 함께 사업 경쟁력과 생산성을 끌어올려 펀더멘털을 강화하는 것이 남은 과제로 꼽힌다.

이런 맥락에서 신 회장이 AI를 '생존 전략'으로 규정한 것은 수익성 중심 경영의 방향을 바꾸기 위한 것이 아니라, 이를 한 단계 더 발전시키기 위한 선택으로 해석된다. 비용 절감을 넘어 생산성을 높여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루겠다는 의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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