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 무더위 속 시민들의 출퇴근길을 책임지는 시내버스에서 때아닌 ‘라디오 소음’ 논란이 불거졌다.
버스 운전기사가 운행 중 틀어놓는 라디오를 전면 금지하는 조례를 제정해 달라는 시민 민원이 서울시의회에 접수되면서, 공공교통 서비스의 이용 환경과 운전기사의 근무 여건을 둘러싼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버스기사에게 고함을 치는 승객. AI 이미지.
15일 서울시의회에 따르면 민원인 이아무개씨는 최근 "서울 시내버스 기사들의 라디오 청취를 금지하는 조례를 제정해 달라"는 내용의 민원을 공식 접수했다.
이씨는 "서울 시내버스는 기사의 자가용이 아니라 시민들이 이용하는 공공 서비스 공간"이라며 "승객들이 조용히 이동하고 싶은 시간에 원치 않는 라디오 방송을 강제로 들어야 하는 것은 불편을 넘어 고역"이라고 주장했다.
또 일부 운전기사가 라디오 음량을 지나치게 크게 틀어 승객이 하차 벨을 눌러도 이를 인지하지 못해 뒷문을 열어주지 않는 사례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유행가를 큰 소리로 따라 부르거나, 음량을 줄이거나 꺼달라는 승객의 요청에 욕설을 하거나 난폭 운전으로 대응하는 경우도 있었다며 구체적인 피해 사례를 제시했다.
다만 서울시는 라디오 청취를 일률적으로 제한하거나 이를 금지하는 조례를 제정하는 데에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서울시 버스정책과는 시의회와 민원인에게 보낸 답변서를 통해 "시내버스 내 라디오 청취는 현행 법령상 전면 금지 대상이 아니며, 일반 차량에서도 통상적으로 허용되는 행위"라며 "현재로서는 라디오 청취 자체를 제한할 수 있는 명확한 법적 근거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조례 제정 여부는 시내버스 이용 환경과 시민 의견, 운전기사의 근무 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사안"이라며 "현시점에서 일률적인 금지 규정을 마련하는 것은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편 버스 내 라디오는 조용한 이동 환경을 원하는 승객에게는 소음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지만, 오랫동안 운전기사의 졸음운전을 예방하고 실시간 교통 상황과 뉴스를 전달하는 수단이 돼왔다.
이와 같은 이유로 온라인에서는 이번 민원을 두고 찬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일부 누리꾼은 "듣기 싫으면 걸어 다니면 된다", "천 원 남짓한 요금을 내고 너무 많은 것을 바란다", "대부분의 승객은 이어폰을 착용하고 있어 크게 문제 될 것이 없다"는 반응을 보이며 민원이 지나치다는 의견을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