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무역 분쟁에 휘말린 한국 기업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일가 쪽에게 30억 원을 건넸다는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신문은 해당 기업이 미국 정부로부터 유리한 결과를 얻어냈다는 증거를 찾지는 못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의 이해충돌 문제가 있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고 평가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26년 7월14일 미국 워싱턴 D.C.의 백악관 앞에 서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뉴욕타임스는 14일(현지시각) 트럼프 대통령의 6월 말 재산 신고 자료를 입수해 "한국 기업집단인 베이스그룹이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 지주회사인 '트럼프 오거니제이션'에 총 200만 달러(약 30억 원)을 지급했다"며 "베이스그룹은 현재 미국 정부로부터 우회 수출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어 트럼프 대통령과의 사적 네트워크를 활용한 로비 시도가 의심된다"고 보도했다.
베이스그룹은 트럼프 대통령 가족과 인맥을 구축해 온 김성집 회장이 이끄는 기업집단으로, 트럼프 일가와 와인 및 골프장 사업을 함께 펼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재산 신고 자료에 따르면, 베이스그룹은 트럼프 오거니제이션에 지급한 2백만 달러를 신규 사업 추진을 위한 '의향서(LOI)' 체결 및 '환불 불가 개발 수수료'의 일부라고 신고했다.
문제는 베이스그룹의 손자회사가 현재 미국과 무역 분쟁을 겪고 있는 한국알미늄이라는 점이다.
뉴욕타임스는 "베이스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까뮤이앤씨는 알루미늄 포장재와 필름을 판매하는 기업인 한국알미늄의 지분 100%를 보유한 모회사"라며 "조 바이든 전 미국 대통령 행정부는 2022년 한국알미늄 등 몇몇 한국 기업이 중국산 알루미늄을 사용한 금속 제품을 미국에 수출해 무역 관세를 회피한다는 의혹을 제시하고 조사에 착수했다"고 보도했다.
최근에도 미국 상무부는 지난 9일 예비 검토 결과를 발표해 중국산 알루미늄이 여전히 미국 시장에 부당하게 저렴한 가격으로 수출되고 있다고 봤다. 상무부가 작성한 중국산 알루미늄을 유통하는 기업 목록에는 한국알미늄이 포함됐다.
아직 미국 상무부는 한국알미늄에 관해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해 뉴욕타임스는 "트럼프 대통령이나 그의 가족 구성원이 베이스그룹이나 한국알미늄을 위해 미국 정부 관계자에게 개입했다는 증거를 찾지 못했다"며 "베이스그룹 또한 미국 무역 규정을 위반했다는 주장을 부인했다"고 보도했다.
베이스그룹 관계자는 뉴욕타임스에 "트럼프 오거니제이션과 진행 중인 골프장 건설 사업과 한국알미늄 관련 무역 분쟁 사이에는 아무 관계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뉴욕타임스는 이번 사건이 트럼프 대통령의 해외 기업인과의 관계가 어떻게 이해 충돌 의혹을 낳을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고 바라봤다.
뉴욕 로스쿨 배리 애플턴 교수는 뉴욕타임스에 "한국알미늄이 특혜를 받았다는 증거는 발견하지 못했다"며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 심사 과정에 권한을 갖고 있기에 대통령과 한국 기업간의 재정적 관계는 여전히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 시절 백악관 법률고문으로 근무한 피터 J. 윌리슨은 "전무후무한 사례"라며 "이는 이해 충돌을 야기하고 대통령의 결정에 어려움을 주거나 영향을 미칠 수 있기에 문제가 된다"고 말했다.
한편 쿠시 데사이 백악관 대변인은 성명에서 "이해충돌은 존재하지 않는다"며 "트럼프 행정부의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미국 국민의 이익 뿐이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