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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의 충실의무 확대를 골자로 한 개정 상법이 시행된 지 1년 만에 국내 상장사들의 이사회 운영 방식이 눈에 띄게 달라졌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상장기업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기업 10곳 중 8곳은 법무·준법 검토를 강화하고 외부 전문가 자문을 확대하는 등 의사결정 체계를 재정비했다. 

다만 지배구조 투명성과 책임성이 높아졌다는 긍정적 평가와 함께 소송 리스크 확대와 의사결정 지연에 대한 우려도 커지면서, 제도 안착을 위한 구체적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상법 개정 1년이 바꾼 기업의 풍경 : 상장 기업의 84%가 이사회 운영 방식을 손봤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상장기업 300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응답 기업의 84.3%가 상법 개정 이후 이사회 운영 방식에 변화가 있었다고 답했다. 사진은 대한상공회의소 전경. ⓒ연합뉴스

12일 대한상공회의소가 상장기업 300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상법 개정 1년, 경영환경 변화와 제도 안착을 위한 지원 과제 조사'에 따르면 상법 개정 이후 이사회 운영 방식에 변화가 생겼다고 답한 기업은 84.3%에 이르렀다. 

개정 상법은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기존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확대해 이사회 의사결정 과정에서 주주 전체의 이익을 고려하도록 한 것이 핵심이다. 이후 집중투표제 의무화, 감사위원 분리선출 확대, 전자주주총회 의무화, 독립이사 비율 확대 등 후속 제도도 순차적으로 시행되거나 시행을 앞두고 있다.

기업들이 가장 크게 바꾼 부분은 의사결정 절차였다. '법무·준법팀을 중심으로 한 사내 검토 절차를 신설·강화했다'는 응답이 47.0%로 가장 많았고, '외부 전문가의 법률·회계 자문 확대'(45.7%), '이사회 의사록 상세 작성'(43.7%), '안건 사전 검토 절차 강화'(39.7%) 등이 뒤를 이었다.

상법 개정에 따른 효과를 묻는 질문에는 응답 기업의 39.6%가 의사결정의 책임성 제고와 지배구조 투명성 개선 등 긍정적 영향이 있었다고 평가했다. 반면 22.4%는 컴플라이언스 비용 증가와 의사결정 지연 등 경영 부담이 커졌다고 답했으며, 37.3%는 아직 체감할 만한 변화가 없다고 응답했다.

기업들이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소송 리스크’인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 기업의 53.7%는 이사 충실의무 확대 이후 주주대표소송과 손해배상청구 등 소송 우려가 커졌다고 답했다. 반대로 소송 우려가 줄었다는 응답은 6.0%에 그쳤다.

소송 리스크 확대는 기업들의 투자 의사결정에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응답 기업의 21.7%는 법적 검토 강화로 투자와 사업재편 등 주요 의사결정이 지연·보류·취소됐다고 답했다. 영향을 받은 분야는 신사업과 인수·합병(M&A) 등 신규 투자 및 사업 진출(30.8%)이 가장 많았고, 재무·자본 조달(18.5%), 임원 선임·보수(16.9%), 자산 취득·처분(15.4%), 계열사 간 거래·구조 변경(15.4%) 순이었다.

상법 개정에 따라 순차적으로 시행되는 제도에 대한 기업들의 준비는 아직 진행형이다. 내년 1월 시행되는 전자주주총회 의무화 대상 기업 가운데 운영체계 구축을 완료한 곳은 16.0%에 그쳤다. 내년 7월까지 독립이사 비율 확대 요건을 충족해야 하는 기업의 절반 이상(52.8%)은 후보자 선정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답했으며, 자사주 소각 의무화 대상 기업의 64.9%도 관련 대응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들은 새로운 상법 체계의 안착을 위해 정책적 보완도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가장 시급한 과제로는 노조의 회사 이익 배분 요구 등 다양한 상황에서 적용할 수 있는 이사 충실의무 가이드라인의 구체화(37.3%)를 꼽았으며, 경영판단 원칙 명문화(20.3%), 법률·컴플라이언스 교육 지원(12.7%) 등이 뒤를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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