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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현 CJ그룹 회장이 미래 성장 축으로 육성해 온 바이오 전략이 사실상 새로운 전환점을 맞고 있다. 5년 전 제시했던 'CDMO를 통한 현금 창출-신약 개발'의 투트랙 전략이 시장 환경 변화 속에서 재조정되고 있어서다.

이 회장은 2021년 네덜란드 CGT CDMO 기업 바타비아 바이오사이언스와 마이크로바이옴 기업 천랩(현 CJ바이오사이언스)을 잇달아 인수하며 바이오를 그룹의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겠다는 전략을 내놨다. 

핵심은 CDMO 사업에서 안정적 현금을 창출하고 이를 마이크로바이옴 신약 연구개발(R&D)에 재투자하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겠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최근 CJ그룹 바이오사업의 방향이 변화하고 있다. 공격적으로 키워온 세포·유전자치료제(CGT) 사업은 방향 재검토가 이뤄지고 있고, 핵심 신약 파이프라인도 중단됐다. 이와 함께 CJ제일제당은 최근 바이오 사업을 기술소재와 핵심소재 중심으로 재편하며 조직 체계를 손질했다. 

이재현 5년간 키운 CJ그룹 바이오 전략 '재조정' 국면에 들어섰다 : CDMO·신약 투트랙 흔들리고 화이트 바이오가 새롭게 부상
CJ그룹이 최근 바이오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정비하면서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제시했던 바이오 성장 전략의 향방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진은 이재현 CJ그룹 회장. ⓒCJ그룹

8일 재계에 따르면 CJ그룹 바이오 전략의 청사진이 5년 전과 크게 달라지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CJ바이오사이언스는 지난달 신약 개발의 핵심 파이프라인인 마이크로바이옴 면역항암제 'CJRB-101'의 글로벌 임상 1상을 자진 종료했다. 세포·유전자치료제(CGT) 위탁개발생산(CDMO) 자회사 바타비아는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사업을 재검토하고 있는 상황으로, 시장에서는 사실상 청산 수순에 들어갔다는 해석이 나온다.

CJ제일제당도 지난 1일 기존 식품·바이오 체계를 라이프스타일식품·기술소재·핵심소재 등 3개 사업부문으로 개편했다. 생분해성 바이오소재(PHA)는 기술소재사업부문으로, 라이신과 트립토판 등 사료용 아미노산은 핵심소재사업부문으로 재배치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재편을 계기로 바이오 사업의 무게중심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는 평가를 내놓는다. 신약 개발과 CDMO 중심의 레드바이오와 비교해 친환경 소재와 사료용 아미노산 등 화이트바이오의 역할이 상대적으로 커지고 있으며, 미래 성장성보다 안정적 현금 창출이 가능한 사업의 비중을 높이는 방향이라는 것이다. 

다만 CJ그룹은 조직개편을 이러한 방향으로 해석하는 것과 관련해서는 선을 긋고 있다. 이번 조직 개편은 그룹 차원의 바이오 전략 수정이 아니라 사업별 기능과 역할을 보다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조직 개편이라는 것이다.

CJ그룹에 따르면 레드바이오 사업 역시 기존 파이프라인을 유지하며 연구개발을 이어가고 있으며, 올해 'CJRB-101' 임상 1상 종료도 개별 파이프라인에 대한 전략적 판단일 뿐 신약 개발 자체를 중단한 것은 아니다.

CJ그룹이 바이오사업의 전략을 변화시키고 있는 배경에는 시장 환경 변화가 자리잡고 있다. 

코로나19 시기 급성장이 기대됐던 세포·유전자치료제(CGT) 시장은 높은 개발 비용과 긴 투자 회수 기간, 보험 급여 확대의 한계 등으로 빠르게 냉각됐다. 글로벌 투자자금도 항체약물접합체(ADC) 등 상업화 가능성이 높은 분야로 이동하면서 중소 CDMO 기업들의 수주 환경은 갈수록 악화됐다. 결국 5년 전 이 회장이 구상했던 'CDMO를 통한 현금 창출-신약 개발 재투자'라는 선순환 구조를 구현하기 어려운 시장 여건이 형성된 셈이다.

이러한 시장 변화는 앞서 언급했던 바타비아의 실적에도 그대로 반영됐다. 바타비아는 2022년 2억 원 흑자를 기록했지만 2023년 122억 원 순손실로 적자 전환했고, 지난해에는 손실 규모가 186억 원까지 확대됐다. 이에 따라 CJ제일제당은 지난해 바타비아 관련 자산에 대해 3928억 원 규모의 손상차손을 반영했다. 미래 성장동력으로 기대했던 CDMO 사업이 오히려 그룹의 재무 부담으로 이어진 것이다.

다만 증권업계에서는 CJ그룹의 바이오 전략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최근 조직 개편을 통해 기술소재와 핵심소재 사업의 역할이 보다 명확해진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신약 개발과 CDMO 사업은 상업화까지 시간이 필요한 만큼 단기간에 실적을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아미노산과 친환경 소재를 중심으로 한 화이트 바이오 사업은 수익성이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라는 것이다.

류은애 KB증권 연구원은 “CJ제일제당의 바이오사업은 알지닌 등 고부가 아미노산 판매가 안정적인 데다 메치오닌 가격 상승 효과까지 더해져 실적 개선이 기대된다”며 “주력 제품인 라이신 수요도 회복되고 있어 바이오 부문의 성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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