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걷고 뛰며 춤추고 보고 말하는 수준까지 도달했지만, 여전히 인간처럼 실제 일을 수행하게 만드는 마지막 관문은 '손'이다.
휴머노이드 로봇들이 2026년 3월11일 중국 동부 장쑤성 우시의 UBTECH 자회사 UQI의 휴머노이드 로봇 연구소에서 줄지어 배열되어 있다. ⓒAFP/연합뉴스
인간은 흔히 ‘도구를 만드는 동물’이라고 불린다. 그 도구를 만들어낸 가장 근본적인 신체 기관은 손이다. 불을 다루고, 도구를 제작하고, 음식을 만들고, 예술을 창조하는 모든 행위의 출발점에도 손이 있었다. 결국 손은 인간의 생각을 현실 세계로 끌어내는 가장 직접적인 매개이자, 인간을 인간답게 만든 핵심 기관이라 할 수 있다.
인간 수준의 지능을 향해 나아가는 로봇 기술이 여전히 풀지 못한 난제도 바로 ‘손’이다. 인간의 손처럼 물체를 집은 뒤 상황에 맞게 돌리고 힘을 조절하는 능력은 여전히 로봇 기술이 넘지 못한 과제로 남아 있다.
IEEE 로봇공학 관련 학회에서는 휴머노이드 로봇 기술의 가장 큰 난제로 ‘정교한 조작(dexterous manipulation)’이 꼽혔다. 이는 다양한 물체의 형태와 재질에 따라 힘을 세밀하게 조절하고 미끄러짐이나 변형을 실시간으로 감지하며 도구를 안정적으로 사용하는 복합적인 능력을 의미한다.
중국 최고의 로봇 손 제조업체 중 하나인 링커봇(LinkerBot)의 창립자인 알렉스 저우는 6일 가디언 인터뷰에서 로봇 손을 만드는 것이 휴머노이드 로봇을 만드는 것보다 "100배 더 어렵다"고 말했다.
중국 최고의 대학 중 하나이자, 로봇·AI 분야 인재가 많이 배출되는 화중과학기술대학교를 졸업한 저우는 로봇 손에만 집중하기로 결심하고 2023년 링커봇(LinkerBot)을 설립했다. 현재 이 회사는 매달 약 5천 개의 로봇 손을 생산하고 있으며, 60억 달러(한화 약 8조)의 기업 가치를 목표로 생산량을 두 배로 늘린다는 계획도 내놨다.
가디언 보도에 따르면 중국에는 현재 100만 개 이상의 로봇 기업이 등록돼 있다. 손 로봇만을 전문으로 하는 회사는 전체 시장의 극히 일부에 불과하지만, 그 규모는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휴머노이드 로봇의 손이 2026년 5월22일 중국 남부 광둥성 선전의 X Square Robot 시설에서 가사 작업을 수행하도록 훈련받고 있다. 중국의 로봇들은 무대 위에서 유려한 춤과 정교한 무술 동작을 선보이며 관객들을 놀라게 해왔지만, 실제 생활 환경에서의 활용과 성능은 여전히 제한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다. ⓒAFP/연합뉴스
국제로봇연맹(IFR)은 지난해 9월 발간한 보고서에서 "진정한 범용 휴머노이드는 아직 먼 미래의 이야기"라고 밝혔다. 그 이유는 대부분의 일상 작업이 인간과 비슷한 손의 기능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걷거나 물체를 인식하는 수준을 넘어, 실제로 물건을 다루고 도구를 사용하는 능력이 핵심이라는 설명이다.
테슬라의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를 개발 중인 일론 머스크 역시 손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그는 로봇 손이 "전체 로봇 공학 엔지니어링 난이도의 대부분을 차지한다"고 말한 바 있다.
사람의 손은 뼈와 근육, 힘줄, 신경이 촘촘하게 얽힌 복합 시스템이다. 20개가 넘는 관절과 수십 개의 근육이 동시에 움직이며, 물체의 무게와 재질, 미끄러짐까지 감각적으로 판단한다. 인간은 신발 끈을 묶거나 셔츠 단추를 채우는 같은 복잡한 작업도 자연스럽게 해낸다.
하지만 이 인간의 자연스러운 손 기술 뒤에는 매우 복잡한 계산이 숨어 있다. 손끝의 촉각 정보와 시각 정보, 근육의 미세한 긴장 상태까지 뇌가 실시간으로 통합해 움직임을 결정한다. 로봇이 이 과정을 그대로 따라가야 한다는 점이 기술적으로 가장 큰 장벽이다.
이 문제의 어려움은 일상적인 비유로도 쉽게 이해된다. 사람이 오락실 인형 뽑기 게임으로 인형을 집어 올리는 상황을 떠올리면 된다. 화면으로 물체를 보고 원격으로 조작하는 과정은 단순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거리 감각과 힘 조절이 어긋나기 쉽다. 로봇 손 제어도 본질적으로 같은 문제를 안고 있다.
이처럼 원격으로 물체를 조작하는 기술은 '텔레오퍼레이션(teleoperation)'이라고 불린다. 현재 대부분의 로봇 손은 이 방식으로 학습 데이터를 쌓고 있지만,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고 현실 세계의 다양한 변수와 상황을 모두 반영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중국과 미국을 중심으로 한 로봇 산업 경쟁의 핵심은 이제 손으로 이동하고 있다. 중국은 로봇 손 스타트업이 빠르게 늘어나고 제조업 기반의 탄탄한 공급망을 바탕으로 대량 생산과 기술 상용화 속도를 끌어올리고 있으며, 이를 ‘구현형 AI(embodied AI)’ 전략의 핵심 축으로 보고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반면 미국은 테슬라와 보스턴다이내믹스 등 주요 기업을 중심으로 촉각 센서와 정밀 제어 기술, AI 기반 조작 시스템 개발에 대규모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결국 양국 모두 로봇이 물체를 다루는 능력, 즉 손 기술이 휴머노이드 경쟁의 결정적 변수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