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지주는 지배구조 내부규범을 통해 지주 회장 승계 절차와 평가 방식 등을 규정하고 있다.
KB금융지주 지배구조 내부규범 제36조는 회추위 지원부서가 "상시적인 최고경영자 후보군 관리 및 평가·검증 업무"를 담당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제31조는 경영진 후보자군 육성을 위한 교육을 '경영승계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운영하고, 그 평가결과를 경영진 선임과 재선임에 활용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KB금융지주는 또한 승계 절차의 세부를 정한 별도의 ‘경영승계규정’을 이사회 의결 없이는 고칠 수 없는 이사회 부의대상 주요규정으로 운영하고 있다.
KB금융지주가 공시한 2025년 지배구조 및 보수체계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회추위는 매 반기 회장 후보자군(롱리스트)을 내부와 외부로 구분해 관리하고 있다. 내부 후보군을 대상으로는 경영현안 주제발표, FGC(Future Group CEO Course), 이사회 워크숍 등으로 구성된 'CEO 내부 후보자군 육성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이는 회장의 임기 만료에 임박해서 돌아가는 시스템이 아니라, 매년 비슷한 기간에 ‘상시’ 돌아가는 시스템이다. 회장 임기 만료가 도래하기 전인 지난해에도 이 시스템은 돌아갔다.
회추위는 지난해 4월29일 롱리스트 구성 원칙을 의결하고 5월16일 상반기 롱리스트를 확정했으며, 6월 한 달간 세 차례에 걸쳐 내부 후보군의 경영현안 보고를 받았다. 같은 달 26일에는 이사회에 후보군 관리 현황이 보고됐다. 이번 숏리스트 6인은 이렇게 관리돼온 상시 후보군 20명이 올해 회추위의 회장 선임 절차를 통해 12명으로, 다시 6명으로 압축된 결과다.
◆ 금융당국의 '승계 프로그램' 체계화 압박, KB는 이미 명문화돼 있다
최근 금융당국이 준비하고 있는 지배구조 개편안에는 회추위 독립성 강화, 현직 CEO 영향력 축소 방안과 함께 회장 후보군 관리 체계 강화, CEO 승계 프로그램 운영 기준 명문화, 후보 검증 절차 공시 확대 등이 담길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서 볼 수 있는 것은 승계 프로그램이 존재하더라도 후보 육성 과정과 평가 기준이 외부에 충분히 알려지지 않는다는 것이 당국의 문제의식이다. 특기할만한 점은 KB는 규범 조문과 연차보고서 공시를 통해 상당 부분을 이미 명문화해둔 상태라는 것이다.
이번 회추위 가동 일정의 설계 자체가 자신들의 '시스템'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시장에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KB는 승계 절차 개시를 임기 만료 5개월여 전으로 앞당겼고, 숏리스트 확정부터 최종 후보 선정까지의 검증 기간은 2020년 19일, 2023년 1개월에서 올해 2개월로 늘렸다. 1차 인터뷰와 최종 후보 확정까지 회장 선임 절차의 날짜를 미리 명시해 공개한 것도 다른 금융지주들과 차별화되는 지점이다.
◆ 아직 해결되지 않은 문제, 후보자 육성 트랙의 '입구'는 양종희 회장이 쥐고 있다
물론 이 시스템에도 뒤집어 볼 대목은 있다. 후보군 진입의 관문인 계열사 CEO 인사, 그리고 금융지주회사의 인사를 다루는 인물은 현직 회장이라는 것이다. 이재근·이창권 부문장을 계열사 CEO에서 지주로 불러올린 것도, 이환주 행장을 발탁한 것도 결국 현 회장 체제에서 진행된 인사다.
인사의 ‘아웃풋’인 회장 선임은 사외이사 전원으로 구성된 회추위가 쥐고 있지만, ‘인풋’에는 현직 회장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하는 구조인 셈이다.
당국 개편안에 거론되는 '현직 CEO 영향력 축소'가 겨냥하는 지점도 정확히 여기와 맞닿아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 도전자의 이모저모 : 부코핀 살린 이재근, 3대 빅딜의 이창권, 리딩뱅크 탈환한 이환주
1966년생인 이재근 부문장은 지주 재무기획부장과 비서실장을 거친 재무통으로, 2021년 말 최연소급 행장에 발탁되며 '세대교체의 신호탄'으로 불렸다.
행장 재임 중 홍콩 H지수 ELS 사태로 8천억 원대의 배상 충당금을 안았지만 자율배상을 신속히 매듭지으며 위기관리 능력을 증명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부문장 이동 후에는 그룹의 '아픈 손가락'이던 인도네시아 KB뱅크(옛 부코핀은행)의 정상화를 총괄해, 장기간 수천억 원 대의 순손실을 내왔던 이 법인을 지난해 출범 후 처음으로 별도기준 연간 흑자로 돌려세웠다.
1965년생인 이창권 부문장은 KB금융지주 전략기획부에서 KB국민카드 분사를 실무로 이끌고 그 회사의 대표까지 맡았던 이력의 소유자다. LIG손해보험 인수 사후처리, 현대증권 인수, 푸르덴셜생명 인수까지 그룹의 3대 빅딜에 모두 관여한 후보이기도 하다.
LIG손보 인수 사후처리 당시 전략총괄 부사장이 양종희 현 회장이었다는 점에서 양 회장과 인연이 주목받기도 한다. 윤종규 전 KB금융지주 회장이 KB국민카드 대표로 선임했고, 양종희 회장이 이 부문장의 KB국민카드 대표 연임, 지주발탁을 결정했다는 점에서 전현직 회장들의 신임을 모두 받았다는 평가도 나온다.
1964년생인 이환주 행장은 지주 CFO를 맡고 있다가 KB라이프생명 대표이사 사장을 거쳐 은행장에 오른, 지주와 비은행과 은행을 순환하는 후계자 육성 트랙의 교과서적 사례다. KB금융 계열사 CEO가 은행장이 된 최초의 사례이기도 하다.
취임 일성으로 '신뢰를 파는 은행'을 내걸고 책무관리실 신설 등 내부통제 체계를 정비했으며, 취임 첫해인 지난해 순이익 3조8620억 원을 내면서 4년 만에 리딩뱅크 자리를 되찾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