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통합·실용 인사 기조에 따라 기용한 보수 성향 인사 이병태 대통령 직속 규제합리화위원회 부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핵심 각료인 더그 버검 내무장관이 나란히 '표현의 자유' 논란에 섰다.
이병태 대통령 직속 규제합리화위원회 부위원장(왼쪽)과 더그 버검 미국 내무장관. 최근 두 사람의 발언과 행보를 둘러싸고 '표현의 자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AP/연합뉴스
6일 국내 정치권 동향과 CNN 등 외신보도를 종합하면, 한국에서는 이병태 부위원장의 '5·18 성역' 발언이 청와대 공개 경고와 여권의 사퇴 요구로 번졌고, 미국에서는 버검 장관이 백인우월주의 단체 패트리엇 프런트를 규탄하라는 질문에 끝내 즉답을 피했다. 이들은 사안은 다르지만 모두 표현을 자유를 방패로 삼아 혐오 행동을 옹호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이 부위원장은 카이스트 교수 출신 경제학자로, 지난해 국민의힘 대선 경선 과정에서 홍준표 후보 캠프의 경제 정책을 담당했던 보수 진영 인사다. 이재명 정부는 그를 대통령 직속 규제합리화위원회 부위원장(부총리)으로 기용하며 통합·실용 인사 기조를 보여줬지만, 위촉 당시부터 과거 발언 논란이 있었다.
이 부위원장이 3일 페이스북에 배재고 야구부의 이른바 '스타벅스 응원 구호' 징계 논란과 관련한 글을 올리면서 그를 둘러싼 논란이 시작됐다. 그는 "5·18이 성역이 됐다"며 학생들의 응원 구호 논란을 처리하는 한국 사회의 모습을 북한에 빗댔다. 해당 글은 논란 이후 삭제됐다.
청와대는 4일 공개 경고에 나섰다. 강유정 청와대 수석대변인은 이 부위원장의 발언에 대해 "혐오와 조롱에 대한 정부의 단호한 거부 기조와 달리 오해의 소지가 있다"며 "정부 소속 기관의 책임 있는 위치의 사람으로서 부적절한 처신"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 부위원장은 같은 날 페이스북에 추가 글을 올려 "내 의견의 핵심은 '표현의 자유'"라고 반박했다. 또 "서울 한복판에서 '김일성 만세'를 외쳐도 허용되어야 한다. 그게 기본권"이라고 했다.
청와대뿐 아니라 최민희 의원 등 더불어민주당 쪽에서 잇달아 자진 사퇴 요구가 나왔으나 이 부위원장은 물러서지 않았다. 그는 6일 조선일보와 나눈 전화 인터뷰에서 "배재고 중징계가 한국의 바람직하지 않은 모습이라고 생각해서 올린 글이었는데 정치인들의 정치 행위들로 인해 변질됐다"고 주장했다. 사퇴 요구에 대해서도 "2년 임기로 돼 있는데 무슨 근거로 그러는지 잘 모르겠다"며 "임명권자가 원하면 언제든지 할 수 있겠지만 연락 온 건 없다"고 말했다.
미국 독립 250주년을 맞은 7월4일(현지시각) 독립기념일, 미국 워싱턴D.C.의 지하철 안에서 백인우월주의 단체 '패트리엇 프런트' 구성원들이 이동하는 가운데 한 흑인 승객이 앉아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발생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더그 버검 내무장관은 5일(현지시각) CNN '스테이트 오브 더 유니온'에 출연해 전날 독립기념일 워싱턴D.C.에서 행진한 백인우월주의·신파시스트 단체 '패트리엇 프런트'(애국자 전선)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그는 노스다코타 주지사를 지낸 뒤 트럼프 2기 행정부에 합류한 핵심 각료다.
패트리엇 프런트 소속으로 알려진 복면 차림의 남성 수백 명은 전날인 4일 카키색 옷을 맞춰 입고 흰 복면을 쓴 채 인종차별을 상징하는 남부연합기를 든 채 워싱턴D.C. 일대를 행진했다. 이들은 "미국을 되찾자"는 구호를 외쳤고, 독립기념일에 미국 수도 한복판에서 벌어진 백인우월주의 집회는 논란이 됐다.
CNN 진행자인 데이나 베시는 버검 장관에게 이 단체를 규탄하느냐고 여러 차례 물었다. 버검 장관은 "그들이 내세우는 가치는 제가 도저히 동의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하면서도, 끝내 명확한 규탄은 피했다.
그는 대신 "민주주의를 복잡하게 만드는 미국의 근본 원칙 가운데 하나가 표현의 자유"라며 "개인적으로 불쾌하고 비난받아 마땅하다고 느끼는 것들도 많지만, 미국에서는 표현의 자유가 허용된다"고 했다.
버검 장관은 이어 "우리는 어떤 사람이 자신을 공산주의자라고 밝혀도 출마해 당선될 수 있는 나라"라고 말했다.
베시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패트리엇 프런트와 그들의 메시지를 규탄하라고 권하겠느냐고 묻자, 버검은 트럼프 행정부 반대 시위에서 나오는 "미국에 죽음을" 같은 구호를 거론하며 '양비론'을 펼쳤다.
그는 "이것 역시 미국에서 표현의 자유의 일부"라며 "그들은 그렇게 말할 수 있고, 우리는 거기에 반대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은 미국의 표현의 자유에 따르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