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여고생 살인 사건' 피의자 장윤기의 부친이 사건 관련 증거를 인멸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친족의 증거인멸 행위를 처벌하지 않는 형법상 '친족 특례' 조항이 다시 논란의 중심에 섰다.
'광주 여고생 살인 사건' 장윤기의 아버지 장 경감이 범죄 증거를 인멸하고 있다. AI 생성 이미지.
3일 법조계 움직임의 종합하면, 해당 조항을 두고 실체적 진실 규명을 가로막는 만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과 가족을 보호하려는 인간의 본성을 고려한 제도인 만큼 유지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맞서고 있다.
장윤기의 아버지인 광주경찰청 소속 장모 경감은 살인 사건 발생 사흘 뒤인 지난 5월8일 장윤기의 거주지에 있던 물건을 모두 치운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이러한 행위가 증거인멸에 해당할 소지가 있다고 보면서도, 친족의 증거인멸을 처벌하지 않는 형법상 특례 규정을 고려해 장 경감을 입건하지 않았다.
현행 형법 제155조는 타인의 형사사건과 관련된 증거를 인멸하거나 위조·변조한 사람을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친족이 가족을 위해 이러한 행위를 저지른 경우에는 이른바 '친족 특례'를 적용해 처벌하지 않는다.
논란이 확산되자 정성호 법무부 장관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번 사례를 언급하며 친족 특례 조항의 개정 필요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혀 관련 논의에 불을 지폈다.
국회에서도 입법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번달 2일 범인은닉죄와 증거인멸죄 등에 적용되는 친족 특례 조항을 삭제하는 내용의 형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한 의원은 "우리나라의 친족 특례 적용 범위는 해외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넓어 결과적으로 가해자에게 유리하게 작용하는 측면이 있다"며 "변화한 시대적 흐름에 맞춰 친족 특례를 폐지함으로써 강력범죄에 대한 철저한 수사와 가해자에 대한 합당한 처벌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해당 특례를 폐지하더라도 가족을 보호하려는 인간의 본능적 행동까지 막기는 어렵다는 점에서 제도 폐지의 실효성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반론도 제기된다. 법률상 처벌 규정을 강화하더라도 실제 상황에서는 가족을 위해 증거를 숨기거나 범인을 돕는 행위가 계속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한편 '친족 간 특례'는 1953년 형법 제정 당시부터 도입된 제도로, '법은 가정의 문턱을 넘지 않는다'는 고대 로마법의 전통과 '부모와 자식은 서로의 잘못을 숨겨주는 것이 도리'라는 유교적 가치관인 '부자상은(父子相隱)' 사상에 뿌리를 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