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한 달 동안 미래에셋그룹과 연관된, 성격이 다른 두 건의 논란이 잇따라 불거졌다. 하나는 사상 최대 규모 기업공개(IPO)로 주목받은 스페이스X 공모주의 '0주 배정' 사태이고, 다른 하나는 출시 한 달여 만에 과열 우려가 제기된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이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6월22일 기자간담회에서 두 사안을 모두 언급했다. 다만 발언의 결은 달랐다. 스페이스X는 미래에셋의 판매 과정을 직접 겨냥한 반면, 레버리지는 상품 출시를 허용한 당국의 책임을 일부 인정하면서 증권업계 전반을 향한 발언에 가까웠다.
두 사안은 배경과 책임 소재, 그룹 내 주체가 모두 다르다. 다만 공통점이 있다. 모두 미래에셋그룹이 앞장서서 펼쳐낸 투자상품과 관련된 이야기들이고, 변동성이 큰 자산을 무대로 했으며, 결과적으로 부담을 떠안거나 떠안을 수 있는 쪽이 개인투자자였다는 점이다.
미래에셋그룹이 '변동성'과 관련된 두 가지 문제에 동시에 직면했다. ⓒ 미래에셋금융그룹
◆ 스페이스X 인수 물량 0주 배정, 전문투자자 비용 부담만 남았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미래에셋증권을 두고 스페이스X 개인 청약 미배정 사태와 관련해 청약 모집 등 과정에서 문제가 없었는지 들여다보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최근 우주항공 기업 스페이스X의 국내 유일한 청약 창구로 나서며 전문투자자로 등록한 약 4천 명의 청약을 받았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된 증권신고서(S-1)를 살펴보면 미래에셋증권의 인수 예정 물량은 231만4815주, 공모가(주당 135달러) 기준 약 4750억 원어치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상장 직전 대표주관사인 골드만삭스가 최종 배정 단계에서 미래에셋의 몫을 전량 제외하면서 국내 투자자들에게 돌아간 배정 물량은 '0주'가 됐다.
청약 증거금은 전액 환불됐지만 청약을 위해 달러를 환전하고 송금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제반 비용은 고스란히 개인투자자들의 몫으로 남았다. 상장 이후 스페이스X 주가가 공모가를 웃돌면서 배정받지 못한 데 따른 기회비용 논란도 뒤따랐다.
공모주를 배정받지 못한 국내 개인들은 상장 당일 장내 매수로 하루 1조2346억 원을 쏟아부었고, 이는 단일 종목 하루 순매수로서는 유례를 찾기 힘든 규모다.
뉴욕 현지시각으로 24일 장마감 기준 스페이스X 주가는 154.54달러다. 공모가 135달러보다 약 14.5% 오른 가격이지만 상장일 시작가인 150달러보다는 겨우 3% 비싸다.
특히 스페이스X 주가가 상장 직후 급등하기 시작해 상장 당일 장중 176.52 달러까지 급등했고 상장 후 세번째 거래일인 16일에는 장중 225.64달러까지 치솟았다는 것을 살피면, 공모가에 배정받지 못한 투자자들은 상당한 기회비용을 지불한 셈이다.
김미섭, 허선호 미래에셋증권 각자대표는 청약 참여 고객들에게 사과 메시지를 보내며 금전적 보상을 포함한 신뢰 회복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래에셋그룹의 스페이스X 투자가 박현주 회장이 주도한 사안으로 알려진 만큼 그룹 차원의 부담도 적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해외 대형 IPO에서 최종 배정 권한이 대표주관사에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공모주 배정 무산의 직접 책임을 미래에셋에만 돌리기는 어렵다는 반론도 적지 않다. 하지만 그럼에도 청약 모집·홍보 과정과 투자자 설명이 충분했는지를 금융당국이 검사하고 있다는 점에서, 투자자 보호 측면의 책임 논란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 과열 우려, 이찬진 원장 "증권사만 배불려" 직격
미래에셋그룹을 둘러싼 또 다른 논란의 축은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이다.
올해 5월27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기초자산으로 한 단일종목 레버리지 및 인버스 상품이 국내 증시에 처음 상장됐다. 이 가운데 증권사가 직접 발행하는 상장지수증권(ETN) 2종은 국내 증권사 가운데 미래에셋증권만 단독으로 발행했다. 그룹 계열사이자 미래에셋그룹의 모태 회사인 미래에셋자산운용 역시 'TIGER' 브랜드로 관련 상장지수펀드(ETF)를 내놨다. 상품 발행과 운용 양쪽에 그룹 계열사가 모두 관여한 것이다.
다만 미래에셋증권이 내놓은 ETN 2종은 합쳐서 약 3400억 원 규모(25일 장중 기준)로, 금감원 발표 기준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의 총 규모인 14조 원과 비교하면 비중이 크지는 않다.
단일종목 레버리지는 기초자산의 일간 수익률을 2배로 추종하는 구조로, 변동성 자체가 본질인 상품이다. 개별 종목 한 곳에 자금이 집중되는 데다 음의 복리 효과까지 더해져 일반 지수형 레버리지 상품보다 위험이 큰 것으로 분류된다. 국내 주식의 하루 가격제한폭이 ±30%인 점을 감안하면 이론상 하루에만 ±60%까지 움직일 수 있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6월22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 상품들을 정면으로 겨냥했다. 미래에셋그룹에서 나온 상품을 포함해 금융투자업계 전체에서 출시된 관련 상품 시가총액이 14조 원을 넘어선 가운데, 투자자의 약 92%가 개인투자자로 파악됐기 때문이다.
이 원장은 회전율이 심할 때는 200%까지 올랐고 연속 하락장에서는 손실률이 -37%까지 확대된 사례도 확인됐다고 설명하며 "증권사만 배불리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황성엽 금융투자협회장은 이 원장의 지적과 관련해 실제 수수료 수익은 약 500억 원 수준이라고 반박하기도 했다.
다만 황 회장은 이와 함께 “증권사들은 주변에서 비판의 말이 나와도 시장이 열리면 거기에 따라 행동을 한다”라며 “그런 것과 관련해 (단일종목) 레버리지는 조금 안타까움이 있는데 금투업자들이 자율적으로 온도 조절을 해야하는데 쉽지 않다”며 금융투자업계의 자성을 촉구하기도 했다.
◆ 변동성에 노출된 개인투자자, 미래에셋그룹이 풀어야 할 과제로
이찬진 원장은 간담회에서 스페이스X와 단일종목 레버리지 두 건을 같은 자리에서 함께 거론했다.
다만 스페이스X 사안을 두고는 미래에셋의 판매 과정을 직접 겨냥한 반면, 레버리지 상품에 대해서는 도입 단계에서 "드러누워서라도 막았어야 했나 반성하고 있다"며 당국의 책임을 일부 인정하고 증권업계 전반을 향한 경고의 메시지를 던졌다.
두 사안 모두 미래에셋의 단독 과실로 치부하기는 어렵다. 배정 권한은 철저히 해외 주관사에 있었고, 레버리지 상품 역시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을 거쳐 금융당국의 승인을 받아 출시된 데다가 미래에셋자산운용을 포함한 8개 자산운용사가 16개의 ETF(인버스 포함) 상품을, 미래에셋증권이 2개의 ETN 상품을 출시해 총 18개의 상품이 동시에 시장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두 상품 모두 변동성이 큰 자산을 무대로 했으며, 그 변동성의 비용과 위험을 결과적으로 개인투자자가 오롯이 떠안게 됐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스페이스X에서는 변동성에 올라탈 기회조차 얻지 못한 채 금전적 비용만 지불해야 했으며 레버리지 상품에서는 개인투자자가 롤러코스터 같은 변동성을 직접 감당해야 했기 때문이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현재 코스피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큰 만큼,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들이 코스피 변동성을 키우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찬진 원장은 이와 관련해 “해외에 상장된 레버리지 ETF 수요를 국내로 끌어오기 위해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를 허용했지만 효과가 크지 않고 오히려 부작용이 너무 커지고 있다”라며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증시의 변동성을 키우고 있어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