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공화당 상원의원들이 함께한 오찬 자리에서 고성이 오가는 등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된 것으로 전해졌다. 전쟁권한 제한 결의안이 상원에서 통과된 여파인데, 한때 공화당에서 제왕적 위치를 점하던 트럼프 대통령의 입지가 예전 같지 않음을 보여주는 장면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24일(현지 시각) 미국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공화당 상원의원들과의 비공개 오찬에서 빌 캐시디 상원의원과 공개적으로 충돌했다.
갈등의 발단은 이란 문제였다. 하루 전인 23일 미국 상원은 50대 48로 트럼프 대통령의 대이란 군사행동 권한을 제한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CNN이 인용한 소식통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상원의 결정에 크게 분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결의안은 대통령이 의회의 승인 없이 이란에 대한 군사행동을 지속하거나 재개하는 것을 금지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원 역시 같은 취지의 결의안을 이미 통과시킴에 따라 양원이 모두 전쟁권한 제한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힌 셈이다. 다만 이 결의안은 법적 구속력이 없는 상징적 조치로, 백악관의 서명이나 거부권 행사 절차를 거치는 법안은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찬 도중 이 문제를 언급하며 "도대체 누가 그 전쟁권한 결의안에 찬성표를 던졌느냐"고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이에 결의안 찬성파인 캐시디 의원이 자리에서 일어나 "정말 알고 싶으냐"고 맞받아치면서 분위기가 급격히 냉각됐다.
소식통에 따르면 캐시디 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당신은 미국 국민들에게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다"며 "4주 동안 지속될 것이라던 전쟁은 4개월째 이어지고 있고, 당초 목표도 달성되지 않았다"고 직격했다.
캐시디 의원은 전쟁권한 제한 결의안에 찬성한 공화당 의원 4명 가운데 한 명이다. 그는 올해 공화당 경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경쟁 후보를 지지하면서 사실상 3선 도전이 좌절된 인물이기도 하다.
논쟁이 끝난 뒤에도 불편한 기류는 이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이 "정말 훌륭하게 진행됐다"고 주장했지만, 동시에 "몇몇 사람들은 그것을 좋아하지 않을 텐데 그들이 누군지는 여러분도 알 것"이라며 불만을 감추지 않았다.
반면 존 코닌 상원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은 마지막에 단결을 강조하며 연설을 마무리했다"면서도 "하지만 그는 한 시간 내내 단결과는 거리가 먼 이야기만 했다"고 꼬집었다.
이번 충돌은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의 관계 변화가 수면 위로 드러난 사례라는 분석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6년 대선 승리 이후 공화당을 자신의 지지층 중심으로 재편하며 사실상 당을 완전히 장악했다. 2024년 공화당 전당대회와 대선 국면에서도 공화당은 트럼프 중심으로 결집했고, 당시 그의 당내 위상은 절대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최근 들어 상황은 달라지고 있다. 억만장자 성범죄자 제프리 엡스타인과의 친분 의혹이 다시 논란이 된 데다, 이란 전쟁을 둘러싼 여론도 찬반으로 갈리면서 공화당 내부에서도 트럼프 대통령과 거리를 두려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실제 여론조사에서도 이러한 변화가 나타난다. 로이터와 입소스가 실시한 지난 5월 19일 조사에서 공화당 지지자의 79%는 트럼프 대통령이 국정 운영을 잘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여전히 높은 수치지만, 이달 초 82%, 임기 초반 91%와 비교하면 하락세가 뚜렷하다.
이란 문제에 대한 지지도 역시 제한적이었다. 같은 조사에서 공화당 지지자의 62%만이 트럼프 대통령의 대이란 대응을 지지했고, 28%는 반대했다. 민주당 지지층은 압도적으로 반대했으며, 무당파 유권자 가운데서도 약 3분의 2가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특히 이란에서의 미군 군사행동이 가치 있는 선택이었다고 답한 비율은 전체 응답자의 25%에 그쳤다. 공화당 지지층에서도 절반 수준에 머물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