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중요임무 등의 혐의로 1심에서 징역 23년형을 선고받은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항소심에서 1심보다 훨씬 가벼운 형을 선고받았다.
내란중요임무 종사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7일 서울고등법원 항소심에서 1심보다 가벼운 징역 15년을 선고받고 있다. ⓒ연합뉴스
재판부는 한 전 총리의 오랜 공직생활 등 여러 감형 사유를 들었는데 범죄 혐의의 중대성에 비쳐볼 때 합리적 판단이 아니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서울고등법원 형사12-1부(이승철 조진구 김민아 고법판사)는 7일 한덕수 전 총리의 내란 중요임무 종사와 허위공문서작성, 대통령기록물법 위반, 공용서류손상, 위증 등 혐의 등에 대한 선고 공판을 열고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1심의 징역 23년 형보다 8년 줄었다.
재판부는 한 전 총리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국회를 봉쇄하는 등 위헌·위법한 조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도 국무회의 심의라는 절차적 외관을 갖추는 데 관여한 것은 물론 계엄 선포 후 국무위원들에게 관련 문서에 서명받으려 하는 등 내란중요임무에 종사했다고 판단했다.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과 주요 기관 봉쇄 및 언론사 단전·단수 지시 이행 방안을 논의한 점도 1심과 마찬가지로 유죄로 인정했다. 또 비상계엄 선포문 표지를 사후에 작성하면서도 날짜를 2024년 12월3일로 소급 기재한 허위공문서 작성 혐의도 유죄로 봤다. 다만 한 전 총리가 헌법재판소에서 위증을 했다는 혐의에 대해서는 일부 무죄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내란죄는 헌법상 민주적 기본 질서 자체를 직접 침해하는 중대 범죄”라며 “피고인은 국무총리로서 대통령의 잘못된 권한 행사를 견제하고 통제해야 할 의무가 있었음에도 절차적 정당성을 갖추는 방식으로 내란 행위에 가담했다"고 질타했다.
그러나 계엄해제를 위해 윤석열 전 대통령 대신 국무회의를 소집함으로써 6시간 만에 계엄이 해제됐고, 50년 동안 공직에 헌신한 점, 연령 등을 양형에 참작했다고 밝혔다.
정치권에서는 여권을 중심으로 재판부의 감형 사유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우선 오랫동안 공직자로 근무했던 한 전 총리가 불법 내란에 가담했다면 '감형'이 아니라 '가중'의 사유여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한 전 총리가 계엄해제를 위해 노력했다는 재판부의 판단도 수긍할 수 없다는 반응이 나왔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판결 뒤 페이스북에서 "한덕수 감형 사유 ‘50여년간 공직자로 봉직?' 50여년간 공직자로 있던 사람이 그랬으면, 감형이 아니라 가중처벌 해야 하는 거 아니냐"라고 말했다.
조국혁신당도 임명희 대변인 명의의 논평을 통해 "납득하기 어려운 것은 계엄해제를 위한 국무회의 소집과 회의를 주도하였기에 계엄이 6시간 만에 해제될 수 있었다는 재판부의 설명"이라며 "계엄을 해제시킨 것은 국회 의결에 따라 당연히 지켜야 할 절차를 밟은 한덕수씨가 아니다. 계엄 선포와 해제 과정에 대한 모순된 해석이 한덕수씨에게만 유리하게 적용됐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재판부가 1심에서 유죄로 판결된 내란중요임무 종사 혐의 대부분을 똑같이 유죄로 판단했고, 일부만 무죄로 판단한 것과 비교할 때 감형의 폭이 너무 크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류혁 변호사는 이날 JTBC 뉴스특보에서 "사실 1심 판단의 대부분을 유지하면서 아주 사소하고 아주 지엽적인 부분만을 일부 좀 덜어낸 그런 느낌의 그 판결 이유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형량은 대폭 줄어들었다"라며 "이제 검사 측에서는 이제 더 이상 형량을 가지고 다툴 수는 없다. 한 전 총리 행위의 엄중함을 꾸짖으면서도 15년이 선고됐다는 점은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