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본회의를 열어 헌법 개정안(개헌안)을 표결에 부쳤다. 그러나 국민의힘이 헌법 개정안 표결에 불참하기로 결정하면서 의결에 필요한 정족수를 채우지 못한 채 '투표 불성립'으로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국회가 7일 본회의를 열어 헌법개정안을 상정한 가운데 국민의힘 의원들이 불참한 채 표결이 진행되고 있다. ⓒ국회영상중계 시스템
국민의힘은 '누더기 졸속 개헌'이라 주장하며 지방선거 이후에 포괄적으로 다시 논의하자는 입장을 고수했다. 39년 동안 개정되지 않은 헌법을 개정하자는 여론이 높고 지방선거와 함께 국민투표에 부칠 수 있는 기회지만 끝내 '거대 야당의 벽'을 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7일 국회 본회의에서 "대한민국 헌법 개정안을 상정한다"며 "1987년 이후 39년 동안 멈춰있던 헌법 개정의 문을 여는 역사적 출발점"이라고 말했다. 이날 상정된 개헌안은 국민의힘을 제외한 원내 6당 소속 의원 187명이 지난 4월3일에 발의했다.
개헌안의 핵심은 △비상계엄 성립 요건 강화 △5·18 광주민주화운동과 부마항쟁 정신 헌법 전문수록 △지방균형발전 등이다.
제안 설명에 나선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헌법 개정은 국민의 뜻을 헌법적으로 실현하여 국민의 삶이 향하는 길을 만드는 일"이라며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권을 해제권으로 강화하고 승인권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은 이날 의원총회에서 개헌안 투표 불참을 당론으로 결정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의원총회가 끝난 뒤 발표한 결의문에서 "정부여당은 사법체계를 무너뜨리는 공소취소 특검을 강행하며 사법 파괴 내란을 획책하고 있다"며 "법치주의를 유린하는 세력이 다수의 힘을 앞세워 자신들 입맛에 맞는 헌법 개정을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것은 국민을 배신하는 행위이자 주권자에 대한 정면 도전"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헌법 정신 회복 중심의 개헌 △통합적 역사 인식에 기반한 헌법 전문 정비 △국민 참여 개헌 △견제와 균형에 기반한 여야 합의 △선거와 분리된 개헌 추진 등 개헌 논의 관련 5원칙을 내놨다.
국회 본회의는 이날 오후 2시부터 열렸지만 오후 3시50분까지 국민의힘 의원 전원이 본회의장에 입장하지 않으면서 개헌 투표는 불성립될 가능성이 높다.
개헌안이 의결되기 위해서는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현재 지방선거 출마를 위한 의원직 사퇴 등으로 재적의원은 286명이며 191명의 찬성이 필요하다. 강선우 무소속 의원이 구속 상태라 표결에 참여할 수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국민의힘 의원 12명이 표결에 참여해 찬성표를 던져야 개헌안 의결이 가능한 셈이다.
개헌은 국회 재적의원 과반 또는 대통령 발의로 제안된 뒤 대통령이 20일 이상 공고해야 한다. 지방선거가 열리는 오는 6월3일에 국민투표를 실시하려면 늦어도 오는 5월10일까지 국회에서 개헌안의 의결돼야 한다.
민주당은 투표 자체가 불성립할 경우 이튿날은 물론 10일까지 국회 본회의를 반복적으로 열 가능성을 시사했다.
김한규 민주당 원내정책수석부대표는 이날 정책조정회의 직후 취재진과 만나 "만약 국민의힘이 참여하지 않아 개헌안 표결이 불성립되면, 우원식 국회의장이 다시 본회의 일정을 잡아 다시 상정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전날 국무회의에서 개헌안에 반대하는 국민의힘을 겨냥해 "불법계엄을 더 이상 못하게 하자는데, 어떤 국민이 반대하겠냐. 반대하는 사람들은 불법계엄 옹호론자라고 봐야하지 않겠냐"라고 압박하기도 했다.
그러나 여권이 국민의힘을 강하게 압박하더라도 국민의힘이 '정치적 고려'를 이유로 동의하지 않으면 헌법의 문구 하나도 바꿀 수 없다. "개헌은 야당인 국민의힘이 결정한다"는 정치권의 격언을 다시 확인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