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가 미국의 휴머노이드 로봇 스타트업 ARI(어슈어드 로봇 인텔리전스)를 인수했다. 이번 인수는 단순한 로봇 개발을 넘어, 전 세계 휴머노이드 로봇에 탑재될 범용 인공지능(AI) 소프트웨어를 선점하려는 첫 번째 포석으로 해석된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가 2024년 7월29일 덴버 도심에 위치한 콜로라도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컴퓨터 그래픽 및 대화형 기술 분야의 최고 권위 컨퍼런스인 'SIGGRAPH 2024'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 AP=연합뉴스
7일 테크크런치와 PC매거진을 비롯한 글로벌 IT 매체 보도를 종합하면, 저커버그 CEO는 기존 메타의 인공지능 기술에 휴머노이드 로봇 데이터를 결합해 AI를 다양한 분야에서 두루 활용할 수 있는 운영체제(OS) 구축을 목표로 한다는 관측이 나온다.
로봇 몸에 AI 두뇌를 심다 : ARI는 어떤 회사인가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와 휴머노이드 로봇. AI 이미지.
메타가 올해 5월 초 인수한 ARI는 '피지컬 AI'를 핵심 기술로 내세운 회사다. 피지컬 AI란 로봇이 스스로 판단하고 학습할 수 있게 해주는 인공지능 기술을 말한다.
사람이 일일이 조종하는 원격 조종 방식이 아니라, 로봇이 인간의 행동 패턴을 직접 관찰하고 학습하는 방식을 추구한다. ARI는 특히 집안일과 공장 작업 등 일상 속 다양한 육체노동을 수행할 수 있는 기반 모델을 개발해 왔다.
메타는 이번 ARI 인수로 공동 창업자인 왕 샤오룽(Xiaolong Wang)과 러렐 핀토(Lerrel Pinto) 등 핵심 인력을 확보하게 됐다. 이들은 메타의 인공지능 연구소에 합류해 기술 고도화 작업에 힘을 보탤 것으로 예상된다.
왕 샤오룽 창업자는 소셜미디어 엑스(X, 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메타의 생태계는 휴머노이드 비전을 실현하는 데 필요한 핵심 요소를 모두 갖추고 있다"며 "개인용 초지능을 현실 세계에 구현하는 데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메타는 그동안 자체적으로 인간형 로봇 하드웨어와 이를 구동할 AI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왔다. 이번 ARI 인수로 로봇 설계와 학습 기술뿐 아니라 구동 소프트웨어를 정교화할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로봇의 운영체제를 노린다 : 로봇이 '안드로이드 폰'처럼 되는 날까지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가 2024년 9월 25일 캘리포니아주 멘로파크에서 열린 '메타 커넥트(Meta Connect)' 컨퍼런스 중 메타 AI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 AP=연합뉴스
저커버그 CEO는 ARI 인수로 얻은 기술을 바탕으로 AI 소프트웨어와 모델을 개발하고, 제3의 제조사들이 이를 가져다 쓰게 하는 '플랫폼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메타는 '라마(LLaMA)'라는 오픈소스 AI 모델을 개발해 전 세계에 무료로 공개한 바 있다. 이를 통해 방대한 개발자 생태계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라마 소프트웨어를 ARI 인수로 얻은 기술과 접목해 하나의 운영체제로 발전시킨다면, 2000년대 구글이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공개했을 때와 유사한 구도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로봇 제조사들이 저마다 다른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 현재 시장에서, 메타가 이른바 '로봇판 안드로이드'를 업계 표준으로 먼저 자리잡게 한다면 로봇을 한 대도 직접 만들지 않고도 산업 전반을 주도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IT 전문 매체 PC매거진은 "메타는 무료로 공개한 라마 언어 모델을 바탕으로 전 세계 로봇 연구자들을 유인했다"며 "궁극적으로 다양한 제조사가 활용할 수 있는 AI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려는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