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전쟁과 관련해 합의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다음 주 예정된 중국 방문 전에 합의가 이뤄질 수 있다는 '시점'까지 제시하면서 적극적으로 알리는 모양새다.
이를 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전쟁으로 미국 내에서 지지율이 급락하고 있어 조급한 마음에서 종전 추진과 함께 '승리'로 포장하려 한다는 해석도 나온다. 정작 이란은 협상에 신중한 입장을 내놓으며 줄다리기를 예고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 UPI=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6일(현지시각) 미국 공영매체 PBS뉴스와 나눈 인터뷰에서 이란과 합의가 임박했는지를 묻는 질문에 "중국 방문을 위해 떠나기 전에 이란과 협상에서 합의에 도달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을 5월14~15일 방문하기로 돼 있는 만큼 이란과 벌이는 협상이 매우 빠른 시간 안에 진척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 셈이다.
다만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이란을 향한 공격을 재개할 가능성도 있다면서 이제까지 그러했듯 군사적 위협도 빼놓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만약 이란과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미국은 다시 이란을 마구 폭격해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이란과 벌이는 협상 과정에서 나온 구체적 합의안의 내용도 일부 공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지하 핵시설을 가동하지 않는 것이 합의안 내용에 포함될 수 있나'는 질문을 받고 "맞다"고 확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면서 "이란은 오랫동안 신뢰 구축 차원에서 핵관련 조치들과 관련된 사항을 이행하게 될 것이다"며 "합의가 성사된다면 이란을 향한 제재는 완화될 것이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과 벌이는 핵 협상을 두고 오바마 행정부의 JCPOA(다자간 핵합의 포괄적 공동행동계획)보다 '훨씬 나을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현재의 협상 결과가 오바마 시절 수준에 머물 수 있다는 우려가 미국 외교가 안팎에서 제기된다.
워싱턴포스트를 비롯한 주요 외신들은 현재 진행 중인 종전협상에서도 JCPOA와 유사한 수준에서 타결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하고 있다.
더구나 이번 이란전쟁 개시(2026년 2월28일) 직전까지 진행된 미·이란 제네바 핵협상에서 이란은 IAEA 감시 아래 고농축 우라늄 440kg 희석·추가 비축 포기, 3~5년간 핵농축 중단, 일몰 조항 없는 영구적 합의 등 '파격적 제안'을 이미 내놨다는 사실이 영국 가디언 보도로 뒤늦게 밝혀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처럼 이란과 합의 가능성을 구체적으로 알리면서 협상진척을 주장하는 배경에는 떨어진 지지율이 직접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미국 일간지 워싱턴포스트가 3일 ABC뉴스 및 여론조사업체 입소스와 함께 4월24~28일 미국 성인 256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오차범위 ±2.0%포인트) 결과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37%로 나타났다. 국정수행을 반대하는 답변은 62%에 달해 재임기간 중 가장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모하메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국회의장이 2024년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열린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 AFP=연합뉴스
정작 협상 당사자인 이란은 협상 진전을 두고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란 측은 협상에서 더 많은 것을 따내기 위해 줄다리기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
에스마일 바가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6일(현지시각) 소셜미디어 엑수(X, 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협상은 단순한 논쟁도, 지시, 기만, 갈취, 강압도 아니다"며 "협상에는 선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란 혁명수비대 산하 타스님통신도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이란은 수용할 수 없는 조항이 포함된 미국의 합의안에 아직 공식적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고 전했다.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국회의장은 같은 날 대국민 연설에서 "이란 전쟁의 최종승리는 이란을 국제질서 속에서 영향력 있는 행위자로 만들 것이며, 바로 이것이 국가의 물질적·정신적 발전의 토대가 될 것이다"며 "그런 거대한 성과에 도달하는 길에는 당연히 인내와 어려움이 따른다"고 말했다.